- [역사와 경영] 입방정으로 망한 인물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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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올리누스의 자만 결국 코리올리누스는 집정관 선거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그 후에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은 로마 시민들을 비난하는 말을 계속하다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가 결국 로마에서 영구 추방되고 말았다. 이처럼 말이 많으면 결국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말이 많다 보면 속내를 드러내게 되고 그로 인해 낭패를 보기 쉽다. 얄팍한 지식과 실력, 가벼운 인격과 성품이 입을 통해 드러나고 마는 것이다. 반대로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입이 무겁기로 유명한 국왕이었다. “짐이 곧 법이다”란 한마디가 그의 모든 의지를 웅변했다. 베르사유 궁전에 살았던 이탈리아 출신의 점쟁이 프리미 비스콘티가 지은 『루이 14세』에는 그런 태양왕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루이 14세는 국사에 대해 철통 같은 비밀을 유지했다. 장관들이 각의에 참석해도 왕은 오랫동안 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만을 전달해줄 뿐이었다. 왕의 얼굴을 한번 보라. 그의 표정은 도대체 읽을 수가 없다. 각의를 열 때가 아니면 국사를 입 밖에 내지도 않는다. 신하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는 각각의 권리와 의무만 얘기해줄 뿐이다. 그 결과 루이 14세가 아무리 사소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듣는 사람은 마치 신탁에서 나오는 말처럼 귀를 기울인다.” 무서운 얘기 아닌가. 루이 14세는 자신의 의중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신하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것은 신하들이 거짓말을 못하게 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신하들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왕의 생각이 어떤지 좀처럼 알 수 없었다. 그가 듣고 싶어하는 얘기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신하들은 침묵하는 국왕 대신 계속 있는 대로 떠들 수밖에 없었다. 그럼으로써 자신도 모르게 자기에 대한 정보를 왕에게 제공했다. 말을 듣고 난 뒤 루이 14세는 “두고 봅시다”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그 말은 루이 14세가 “대화가 끝났다”는 뜻으로 애용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왕은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그는 그 정보를 나중에 유용하게 써먹었다. 대부분 말한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이처럼 리더는 가능한 한 말을 아껴야 한다. 말은 아끼되 행동은 확실하게 해야 한다. 말로써 허점을 드러내지 말고 침묵 속에서 숙고한 뒤 과감하고 결단성 있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게 바람직한 리더십이다. 살펴볼 만한 예가 있다. 1666년 런던 대화재 이후 도시를 재설계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한 르네상스 건축의 대가 크리스토퍼 렌 경(卿)의 이야기다. 그는 한 도시의 시청사 건물을 설계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가 설계한 시청사는 그의 다른 작품만큼이나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건물의 주인이 될 시장이 맘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는 기둥이 약해 2층이 무너질 것 같아 불안하다고 트집을 잡았다. 그러면서 기둥을 더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 시대의 위대한 천재들이 모두 그렇듯 뛰어난 건축가이면서 물리학자·공학자였던 렌은 시장의 걱정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기둥을 추가할 경우 오히려 건물의 균형을 해쳐 더욱 붕괴 위험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군소리 없이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둥을 두 개 더 세우도록 했다. 새 설계도를 본 시장도 만족했다.
흐루쇼프 서기장의 고함 그 후 100여 년이 지나 보수공사를 위해 사다리를 타고 건물의 천장 부분을 살펴보던 인부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새로 추가된 두 기둥이 건물 지붕을 받치고 있지 않고 천장과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저 기둥 모양만 하고 있는 가짜였던 것이다. 있으나마나 한 존재였지만 그로 인해 렌과 시장, 두 사람 모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렌이 논리적으로 시장을 설득하고자 했다면 건물을 지을 수 없었을지 모른다. 인간의 불안이나 심미안은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그렇지만 행동은 말보다 훨씬 설득력이 강하다. 백 마디 말보다 단 한 번의 몸짓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는 것이다. 옛 소련의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이 어느 날 전임자인 스탈린의 범죄상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연설 도중 한 사람이 소리쳤다. “당신도 스탈린의 동료였지 않소. 그때는 아무 소리 못하다가 왜 이제 와서 그를 비난하는 거요. 부끄럽지도 않소?” 흐루쇼프는 화난 얼굴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며 고함쳤다. “누구야,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장내는 얼어붙었고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제서야 흐루쇼프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내가 왜 그때 스탈린을 막지 못했는지 여러분도 아셨을 겁니다.” 스탈린 집권 당시 그에게 대항하는 것은 목숨을 내놓고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흐루쇼프가 사정이 그러했기 때문에 아무 말 못했다고 설명했다면 장내의 비웃음만 살 게 분명했다. 따라서 흐루쇼프는 말로 설명하는 대신 그러한 두려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실제로 느끼게 해 준 것이다. 그 후 비슷한 비판이 결코 나오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아주 말을 하지 말란 건 아니다. 또 그럴 수도 없다. 단지 가려서 하란 말이다. 할 말 안 할 말을 가려야 하고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조직의 리더일수록 더욱 그렇다. 말은 아낄수록 값이 나간다. “말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란 격언도 그래서다. 피천득 선생이 제대로 설명한다. 수필집 『인연』에서다. “침묵은 말의 준비기간이요, 쉬는 기간이요, 바보들이 체면을 유지하는 기간이다. 좋은 말을 하기에는 침묵을 필요로 한다. 때로는 긴 침묵을 필요로 한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 아니요, 농도 진한 말을 아껴서 한다는 말이다. 말은 은같이 명료할 수도 있고 납같이 무겁고 구리같이 답답하기도 하다. 그러나 금강석 같은 말은 있어도 그렇게 찬란한 침묵은 있을 수 없다. 클레오파트라의 사랑은 말로 이루어지고 말로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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