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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제 제트기 ‘이륙’ 채비

회원제 제트기 ‘이륙’ 채비

▶사이테이션 10의 비행 모습.

콘도처럼 2, 3주 전에 예약하면 자가용 제트기를 이용할 수 있다. 로하스개발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내년 상반기에 회원제 자가용 제트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 도요타(豊田) 그룹의 사장단은 수시로 자사의 자가용 제트기를 이용한다. 3월에 한국을 방문한 조후지오(張富士夫) 도요타자동차 회장도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한국과 중국의 소도시를 2박3일 일정으로 다녀갔다. 자가용 비행기가 아니면 이 같은 출장이 쉽지 않다. 자가용 제트기는 국제선이 취항하지 않는 작은 공항에도 착륙할 수 있어 해외에선 대기업의 중요한 이동 수단으로 쓰인다. 자가용 제트기를 원할 때 수시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다. 회원은 콘도를 이용하듯 사용하기 2, 3주 전에 예약하면 제트기를 타고 비행 8시간 이내의 거리를 원하는 곳까지 다닐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수안보 라마다호텔을 운영하는 로하스개발이 처음 도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제트기 업체인 세스나의 ‘사이테이션 10’과 ‘소버린’ 기종 2대를 계약했다. 주문 이후 인도까지는 통상 2년 정도가 걸린다. 가격은 사이테이션 10이 220억원, 소버린은 170억원 정도로 8~12명이 탑승할 수 있다. 항속 가능 거리는 각각 5689km, 5273km로 아시아 대부분 지역을 갈 수 있다. 소버린의 최대 속력은 시속 848km로 미국 등에선 부호들의 자가용 비행기로 유명하다. 로하스개발은 2009년 상반기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의 분양가는 약 20억원으로 잡고 있다. 로하스개발의 김희찬 상무는 “회원권은 5년제로, 입회 기간이 끝나면 입회금을 돌려 받거나 재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원권 이외에 실제 제트기를 이용할 때는 시간당 경비가 따로 든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도요타그룹의 자가용 제트기 운행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일본 나고야(名古屋)를 찾았다. 올 하반기에는 회원을 대상으로 중국 등을 돌아보는 초청 비행을 할 계획이다.

▶사이테이션 10의 내부 모습.

임각순 로하스개발 회장은 “일본, 미국, 유럽에선 자가용 제트기가 해외 출장을 위한 교통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삼성, 대한항공에 이어 최근 LG가 업무용 제트기를 구입하는 등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전용기를 찾는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편리성 때문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활동을 위해 유럽, 중국, 남미 등의 해외 출장에 모두 전용 제트기를 이용했다. 전용기를 이용하면 정기 항공편과 달리 기내에서 입·출국 수속을 밟을 수 있어 공항 통관과 검색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분초를 다투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시간 절약은 매력 포인트다. 여기에 정기편 직항노선이 없는 곳까지 이용할 수 있어 출장 일정을 자유롭게 짤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 도쿄(東京)에서 점심 때 업무를 보고 오후에 히로시마(廣島)로 이동해 저녁을 한다. 다음날 아침 히로시마에서 국제선이 없는 중국 광둥(廣東)으로 갈 수 있다. 기내 편의시설도 장점이다. 회의가 가능한 위성전화와 집무용(회의용) 탁자는 물론 주문형 오디오·비디오 시스템 등은 기본이다. 일부 시설을 추가하면 기내에서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침대로 변환이 되는 좌석도 마련돼 있다. 자가용 제트기 수요는 2000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 항공 전문지인 <포캐스트 인터내셔널> 은 자가용 제트기 수요가 2008년 966대(세스나 393대 등), 2009년 1020대, 2010년 966대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권 자가용 제트기 시장은 2004년 33대, 2005년 48대, 2006년 65대로 급성장했다. 2006년 8월 현재 전 세계 자가용 비행기 보급대수는 2만4466대다. 문제는 전용기 구매 가격과 운영비다. 우선 비행기를 한 대 구입하려면 적어도 100억원에서 많게는 500억원은 잡아야 한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소버린 : 최다 12명 탑승해 5100km를 비행할 수 있다. 서울에서 태국 방콕까지 8명의 승객과 화물을 싣고 논스톱으로 여행할 수 있다. 기내에는 회의에 필요한 각종 장비가 갖춰져 있다. 통상 4만3000피트 고도에서 비행, 일반 여객기(최대 4만피트)에서 느낄 수 있는 기상 현상에 의한 흔들림이 거의 없는 게 장점이다.

사이테이션 10 : 민간 항공기 중에 가장 빠른 속도(마하 0.92)를 낸다. 최다 탑승 인원은 12명. 아시아 전역(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포함)을 일반 여객기보다 한 시간까지 빨리 도착할 수 있다. 한번 급유하면 호주는 물론 미국의 서부 주요 도시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최대 비행고도는 5만1000피트로 부드러운 운항이 가능하다. 활주로 길이가 1600m이면 이·착률이 가능해, 국내 모든 공항은 물론이고 다른 비즈니스 제트기가 운항하지 못하는 소규모 공항까지 갈 수 있다.
이·착률할 때마다 공항에 이용료를 내야 하고, 조종사와 승무원 급여, 정비비 등을 합치면 월 평균 최소 3억~5억원이 들어간다. 중견기업들이 수요가 있어도 비즈니스 비행기를 사지 못하는 이유다. 이 같은 수요에 부응해 전용기를 빌려주는 서비스가 나왔다. 대한항공은 1994년에 도입한 비즈니스 전용기 G-4를 시간당 400만∼430만원에 임대해 준다. 얼핏 렌털 비용이 비싼 것 같지만, 로하스개발의 이철원 부장은 “오히려 일반 항공기보다 저렴하다”고 말한다. 이 부장은 “순수 항공료만 따져도 10여 명이 전용기를 이용할 때 개별로 일반 항공기(비즈니스석 이상)를 이동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며 “전용기는 여기에 시간 절약, 프라이버시 보장 등의 장점이 더해진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전용기 임대 외에 자가용 비행기를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성업 중이다. 그런 회사로는 워런 버핏이 투자한 미국의 넷젯(Netjets)이 유명하다. 86년 설립돼 미국과 유럽에서 총 15종류, 700여 대의 자가용 항공기를 운영해 연간 150개국에 17만 편을 띄우고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97년 걸프스트림 450의 오너십 회원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99년 보잉 비즈젯의 오너십 회원이 됐다. 로하스개발의 자가용 제트기 사업은 공동 소유 형태다. 한정된 회원이 공동으로 소유해 나눠서 이용하는 것이다. 로하스개발은 운영을 맡는다. 항공기 운영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30년간의 경험과 250대의 항공기를 관리하는 스위스 태그항공과 정비·운항 아웃소싱 계약을 했다. 이 회사 김 상무는 “미국에선 유명 기업인들이 8명 또는 16명 등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멤버십 형태의 사업이 활성화돼 있다”고 소개한다. 이용 시간은 비행시간 기준으로 연간 40시간이다. 또 입·출국 수속, 기내서비스 등이 무료로 지원된다. 물론 별도 요금이 필요하다. 소버린 기종은 시간당 약 200만원, 이보다 조금 더 큰 사이테이션 10은 250만원대다. 이 비용은 유류, 공항 이·착률료, 정비료 등이 포함된 순수 운항에 필요한 최소 비용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가 잡고 있는 타깃 고객은 해외 출장이 많은 상장 법인이나 외국계 법인, 해외 지사를 소유한 중소기업 및 연예,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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