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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회장 ‘이혼 책임’…"노소영 관장에 1조3800억 줘야"

2심 재판부 "SK주식도 분할 대상"…노소영 관장, SK 성장에 기여 인정
“최 회장, 반성 모습 없고 일부일처제 존중 안 해”
노태우 전 대통령도 무형 도움 줬다 판단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노소영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가사2부는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이번 소송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20억원을, 재산 분할로 1조3800억원을 지급하라”고 30일 판결했다.

이혼 사유가 최태원 회장에게 있고 최 회장의 재산 형성에 노 관장이 상당 부분 기여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2022년 12월 6일 1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결과가 완전히 뒤집혔다는 평가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과 별거 후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가액 산정 가능 부분만 해도 219억원 이상을 지출하고 가액 산정 불가능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했다”며 “혼인 파탄의 정신적 고통을 산정한 1심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고 판단했다. 또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노소영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향력도 SK 성장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혼의 책임이 최태원 회장에게 있음에도 최 회장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최 회장에 대해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2019년 2월부터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며 “소송 과정에서 부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결혼해 세 자녀를 뒀으나 최태원 회장이 혼외 자녀 존재를 알리는 등 끝내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2015년 언론을 통해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며 혼외 자녀가 있음을 밝혔다. 이후 최 회장은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노 관장이 반대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반소)을 내면서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중 42.29%(650만 주)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SK㈜ 전체 주식의 8.7%에 해당하는 규모로 당시 시가 기준 1조3000억원 수준이었다.

쟁점은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주식을 보유하고 재산을 형성한 과정에서 노 관장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인정 받느냐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이혼 사유는 최 회장에게 있지만, 재산 형성에 노 관장이 기여한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SK㈜ 주식이 최 회장이 선친 고(故)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증여 받아 형성된 특유 재산으로 판단했다. 특유 재산이란 부부 중 한쪽이 결혼하기 전부터 가진 고유 재산이거나 결혼 중 자기 명의로 상속·증여를 통해 취득한 재산을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재산이 늘었다면 배우자라 할지라도 불어난 재산을 분할해 달라는 권리를 내세울 수 없다.

노 관장 측은 이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심에서 재산 분할 형태를 현금 2조원으로 변경했다. 위자료 청구 액수도 30억원으로 높였다. SK㈜ 주식은 혼인 기간 중인 1994년 매수한 것은 부부 공동 재산이고 재산 형성에도 기여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이었다. 또 최 회장 경영 활동으로 그 가치가 3조원 이상 증가하는 과정에 내조와 가사 노동을 통해 협력했다는 부분도 강조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특유 재산의 경우에도 상대방이 재산의 유지에 협력해 감소를 방지했거나, 증식에 협력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분할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다.

항소심에서 노 관장 측은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돈이자 최 회장의 부친 최종현 SK 선대회장에게 1990년대에 3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전달했고 이것이 사업자금이 됐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이 크게 성장한 배경에는 노 관장 집안이 도움을 준 자금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최 회장 측은 SK주식은 상속과 증여로 형성된 재산이고 노 관장 측이 주장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도 SK 그룹의 성장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최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노 관장은 지난 3월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3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그는 “유부녀인 김 이사장이 상담 등을 빌미로 최 회장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 부정행위를 지속하고 혼외자까지 출산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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