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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 묶은 ‘러브펀드’ 아나요

두 나라 묶은 ‘러브펀드’ 아나요

▶곡물값 폭등으로 브라질은 크게 주목받았다. 사진은 브라질의 콩밭.

얼마 전부터 중국집에 새로운 메뉴가 등장했다. 자장면, 짬뽕 사이에서 느끼는 고민과 선택 후 후회를 덜어주기 위한 ‘짬짜면’이 그것이다. 그뿐 아니라 탕수육과 볶음밥까지 원하는 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네 가지 메뉴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단일메뉴는 아직 없다. 펀드계에서는 네 가지 메뉴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2003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브릭스펀드는 성장성과 분산투자 효과를 고루 갖고 있어 투자자들의 입맛을 돋웠다. 이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네 나라보다 브릭스라는 단어가 더 익숙할 정도다. 네 지역 모두 서로 증시 간 상관관계가 낮고 영향을 받는 요소가 달라 분산투자 효과가 있다. 러시아는 천연자원 가격 흐름에 영향을 받고, 브라질은 곡물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인도는 정보통신산업(IT)이, 중국은 조선, 철강산업이 강하게 작용한다. 이런 브릭스펀드가 최근 다시 시선을 끌고 있다. 성격은 조금 달라졌다. 과거 용(중국)과 코끼리(인도)가 주도하는 분위기였다면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한 요즘에는 자원이 풍부한 브라질, 러시아가 브릭스펀드의 수익률을 좌우한다. 전문가들은 브릭스펀드에 가입할 때 펀드매니저와 잘 의논해 국가별, 산업별 비중을 꼼꼼하게 살피라고 조언한다. 같은 신흥국가라도 어느 국가에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좀 더 자유롭게 투자국 비중을 조절하고 싶은 투자자들을 위해 브릭스펀드도 진화하고 있다. 네 나라 모두에 고루 투자하는 단순 브릭스펀드 외에 브릭스 네 나라 중 한 국가에만 투자하는 단일 국가 지역 펀드, 유망한 지역 두 곳을 골라 두 나라에만 투자하는 듀얼 펀드, 네 지역을 자유롭게 오가며 투자할 수 있는 엄브렐러 펀드 등 다양한 브릭스 지역 펀드가 출시됐다. 최근 5월 중에만 한국투신운용의 ‘한국브릭스주식형’ ‘한국러시아주식’ ‘한국브라질주식’,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인덱스로브릭스주식형’, 교보투신운용의 ‘교보파워브릭스주식전환형’, 우리CS자산운용의 ‘우리CS브라질익스플로러주식형’ 등 새로운 브릭스 투자 펀드가 나왔다. 중국, 인도 붐으로 인기를 끈 친디아펀드 중 국내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친디아업종대표주식형자1’ 펀드(1조48억원)가 설정액이 가장 크다. 하지만 2006년 5월 설정된 이 펀드는 연초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친디아펀드들도 고전하고 있다. 나머지 두 국가를 묶어 편입한 러브펀드는 친디아에 이어 ‘이상적’인 투자처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11월 설정된 ‘도이치DWS프리미어브러시아cls’ 펀드는 5월 19일 기준 3개월 수익률이 17.97%다. 아직 설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익률을 따지기에 이르다는 지적도 있지만 올해 초 SH자산운용, NH-CA자산운용에서도 연달아 ‘러브’ 펀드를 선보였다.
우리CS자산운용은 중국과 러시아를 함께 묶은 ‘우리CS차이나러시아펀드’를 내놓기도 했다. 이 펀드는 3개월 수익률 12%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브릭스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9.77%, 10.16%다. 친디아펀드는 1개월 수익률과 3개월 수익률이 각각 13.10%, 3.40%를 기록해 브릭스펀드가 친디아펀드보다 안정적인 분산투자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5월 19일 기준 3개월 수익률이 가장 높은 브릭스펀드는 NH-CA자산운용의 ‘NH-CA파워브릭스주식ClassA1’펀드로 19.99%다. 분산투자 효과와 수익률을 비교하면 현재로서는 ‘중국+인도’ ‘브라질+러시아’ ‘중국+러시아’ 등에 투자하는 것보다 브릭스 네 나라에 골고루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박동우 NH-CA자산운용 차장은 “분산투자는 적절한 시기에 맞춰 투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전문가라 해도 그 시기를 미리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어렵다”며 “그런 측면에서 브릭스펀드는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지속성을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릭스펀드 중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슈로더자산운용의 ‘슈로더브릭스주식형’ 펀드다. 이 펀드는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4개국의 시가총액 비중대로 자산을 배분해 투자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비중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로더브릭스주식형 펀드와 1, 2위를 다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브릭스펀드는 브릭스 지역의 산업별 시가총액 1, 2위 기업만 편입한다. 이렇게 정해진 원칙에 따라 투자하는 것과 다르게 최근 브릭스 네 국가별 상황에 맞게 투자 비중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전환형 브릭스펀드가 출시돼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교보투신운용의 ‘교보파워전환’형 펀드는 투자자가 원하는 때 투자지역을 변경할 수 있는 엄브렐러 펀드다. 자펀드인 국가별 펀드와 브릭스펀드, 국내 채권형 펀드 중 한 개에 가입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펀드로 전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투신운용의 ‘삼성글로벌엄브렐러인덱스’펀드도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브라질, 중부유럽까지 다양한 국가의 인덱스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엄브렐러 펀드는 투자 지역과 업종을 갈아탈 수 있고 환매기간이 짧아 일반 해외 주식형펀드보다 하루, 이틀 정도 환매한 돈을 빨리 받을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브릭스 지역이 주목을 끌수록 투자자들의 선택권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투자전문가들은 “잦은 옮겨 타기를 시도하면 네 가지 메뉴 중 어느 한 가지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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