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춤형 럭셔리 서비스
뉴욕 휼렛에 사는 질과 마틴 핸델스먼 부부는 초호화 생활에 이력이 난 사람들이다. 지난 27년 동안 해마다 여름이 되면 로스앤젤레스의 호화 호텔 벨-에어에 넉 달 동안 투숙해 왔다. 그들에게는 여름 별장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호텔의 벨보이들(그중 한 명은 핸델스먼 부부가 처음 그곳을 찾았을 때부터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은 이 부부가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 해 준다. 아침에 헬스클럽에 가면 전담 트레이너가 기다린다. 또 호텔 풀장의 그릴 요리 주방장은 그들의 구미에 맞게 조리한 치킨 샐러드를 그들의 전용 테이블에 올린다. 이 정도만 해도 더 바랄 게 없는 생활이었을 텐데 벨-에어의 총지배인 칼로스 로페스는 이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호텔 측이 계획 중인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의 일환으로 그들이 여름이면 늘 묵는 스위트룸 427호의 리모델링 작업을 지휘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마틴은 “아내가 방 전체의 색상을 결정하고 커튼과 양탄자, 침구와 소파 등의 천을 골랐다”고 말했다. “호텔 측은 집사람이 편하게 선택하도록 뉴욕의 우리 집으로 다양한 샘플을 보내줬다.” 호텔 안뜰 쪽에 있는 그 스위트룸은 이제 질 핸델스먼 특유의 스타일로 꾸며졌다. 큰 거실 하나와 침실 하나, 욕실 겸 화장실 하나와 화장실 하나가 있는 이 방은 하룻밤 숙박료가 2000달러다. 초호화 럭셔리 산업에서 어떤 장소나 상품을 차별화하는 요소는 주로 서비스다. 이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럭셔리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이제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방법에서도 개인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을 써야 한다.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는 특히 그렇다. 요즘은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추구하는 억만장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을 뿐 아니라 경기침체로 수퍼 부자들마저 업체 선택에 신중을 기한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소비자연구 회사 아이시올로지의 웨스 브라운은 “이 정도 부유층 소비자들의 심리는 웬만한 부자들과는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이런 계층에서는 누구나 황제가 되고 싶어 한다. 특권의식이 하늘을 찌른다.” 이탈리아 명품 자동차 회사 페라리는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어 하는 거부들의 심리를 잘 안다. 이 회사는 이번 달 1 대 1 맞춤형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마라넬로 공장에 전용 스튜디오도 문을 연다. 고객들은 페라리 조립라인을 개인적으로 방문한 뒤 디자이너와 만나 페라리 특유의 맞춤 사항들을 선택한다. 그들은 가죽 샘플들을 훑어보면서 시트의 재질과 스타일을 결정하고, 수제 트렁크 내부의 형태와 크기에 딱 맞게 주문생산되는 여행가방을 주문한다. 페라리의 홍보담당 다비데 클루체르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천과 색상과 장식을 골라 옷을 맞추는 고급 의상실을 생각하면 된다. 다른 누구의 차와도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차를 주문 제작하는 서비스다. 우리는 스포츠카에 이만한 돈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차 옆에 똑같은 모양의 다른 차가 주차된 모습을 보는 일을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26만 달러짜리 612 스카글리에티(5.7ℓ의 V-12 엔진이 장착된 이 자동차는 4.5초 만에 시속 97㎞를 낼 수 있다) 구매자들에게만 적용된다. 페라리는 세계적 경제 불안에도 끄떡없다. 차 한 대를 사려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2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페라리는 1 대 1 맞춤형 프로그램이 성공할 경우 이 프로그램을 타 모델에 확장해 적용할 계획이다. 일부 호화 서비스는 정말 천국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싱가포르 항공은 최근 스위트 클래스를 신설했다. 타 항공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초호화 객실 서비스다. 스위트 클래스는 일등석보다 25% 더 비싼 요금으로 편당 14명의 승객에게 자가용 비행기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싱가포르 항공의 대변인 제임스 보이드는 “사람들이 항공 여행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서비스”라고 말했다. “우리는 기차의 개인용 풀맨 객실을 연상케 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싱가포르 항공의 모든 A380 에어버스 여객기에 마련된 스위트 클래스는 개인용 객실을 제공한다. 객실에는 지방시 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 잠옷, 슬리퍼 그리고 페라가모의 욕실용품 세트가 구비돼 있고, 비행하는 동안 내내 신선한 꽃이 제공된다. 또 23인치의 스크린으로 100편의 영화와 700편의 음악 CD를 포함한 주문식 프로그램 1000여 개 중 마음대로 골라 시청할 수 있다. 12개의 개인 객실 중 두 곳엔 더블 침대와 23인치 스크린 두 대가 마련돼 있다. 게다가 스위트 클래스의 화장실은 항공기의 일반 화장실보다 두 배나 크다. 요즘 호화 서비스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고객의 취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두 개를 받은 파리 조지 5세 포시즌스 호텔의 르 생크 식당에서는 철저하게 훈련 받은 웨이터들이 정성스럽게 고객(대다수가 1인당 500달러 정도의 식사비를 지불한다)의 시중을 든다. 이들은 파리 최고급 식당에서도 보기 드물게 각별한 태도로 고객을 대한다. 이 호텔의 캐럴린 메네트리에는 식당 고객 중에는 식사보다 와인에 더 흥미를 보이는 사람이 꽤 있다고 말한다. “와인을 특히 좋아하는 고객들에게는 소믈리에가 기꺼이 보르도와 부르고뉴, 샹파뉴 지방의 1등급 포도주 업체에 전화를 걸어 개인 방문 일정을 예약해 준다.” 최근엔 미국 고객 한 쌍이 르 생크의 지배인 에릭 보마르와 함께 자신들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생테밀리옹까지 가서 샤토 마고와 샤토 슈발 블랑 등 고급 와인을 시음했다. “보마르와 동행한 건 예외적인 경우였다”고 메네트리에는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고객들에게 훌륭한 포도주 업체를 소개해 주는 일을 언제나 기쁘게 생각한다.” 고객의 취향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포시즌스의 높은 기준을 바싹 뒤쫓고 있는 업체가 영국의 호화 호텔그룹 로코 포트 컬렉션이다. 런던의 브라운스 호텔, 에든버러의 밸모럴 호텔 등 유럽 11개 도시에 고급 호텔을 소유한 이 그룹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호화 서비스를 신물 나게 받아본 고객들까지 만족시킬 만하다. 스위트룸 투숙객은 누구나 자동적으로 추가 요금 없이 특별 서비스를 받는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담당 직원이 짐을 풀어주고 옷을 다림질해 주며 떠날 때가 되면 휴대용 휴지까지 세심하게 챙겨서 다시 짐을 싸준다. “예전에 품위 있는 영국 귀족 집안에서 하던 방식과 똑같다”고 이 그룹의 사장 리처드 파워는 말했다. “이 정도 수준의 고객들은 사소한 일로 승강이하길 싫어한다. 하룻밤에 5000달러를 내고 스위트룸에 묵고 난 뒤 인터넷을 사용했는지, 홈바의 초콜릿 바를 먹었는지 시시콜콜 따지는 것은 호화로운 경험을 망치는 일이다.” 쇼핑에서 호화로운 경험은 맞춤형 서비스를 의미한다. 일례로 명품 보석 업체 해리 윈스턴은 고객이 있는 곳으로 가게를 옮겨가기까지 한다. “집 안에 앉아 물건을 사 버릇하던 사람들은 가게에 가길 싫어한다”고 해리 윈스턴의 낸시 머리는 말했다. “우리는 소비자 피라미드의 최상층을 상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구미에 맞는 서비스에 익숙한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는 일은 기본이다.” 해리 윈스턴의 18개 매장 직원들은 상품의 성능시험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보석을 가져간다. “이런 서비스는 1캐럿의 보석이든 100캐럿의 보석이든 똑같이 제공된다”고 머리는 말했다. “어떤 고객들은 햇빛에 비췄을 때 보석의 색깔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려고 하룻동안 보석을 착용해 보고 싶어 한다. 우리는 그런 요구도 들어준다.” 윈스턴의 상품 가격은 2만 달러부터 1000만 달러 이상까지 다양하다. 아이시올로지의 브라운은 지금도 소비자 요구가 매우 까다롭지만 앞으로는 업체들이 더 애를 먹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막대한 부(富)를 지닌 사람이 많지만 업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불안하다. 소비자들에게 딱 맞는 브랜드의 제품들을 구비하고, 과도한 수준의 서비스와 사치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Y세대(1970년대 후반 이후에 태어난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보다 욕구를 즉각적으로 충족시키기를 더 원하며 더 요구사항이 많다고 말한다. 그들에게는 자주 묵는 호텔 스위트룸의 장식을 선택하는 일 정도는 자신이 기대하는 호화 서비스의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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