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영원한 고전 <삼국지> 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를 논하기 위해 중국 고전에 대한 과감한 해석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중톈(易中天·61) 샤먼(廈門)대 교수와 한국에서 1700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삼국지> 의 작가 이문열(60) 씨가 자리를 함께 했다. 5월 15일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 <삼국지> 를 다시 말한다’ 포럼에서다. 한·중 삼국지 명인들의 독특한 해석은 사회를 맡은 최우석(68)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의 깊이 있고 부드러운 설명을 통해 더욱 가깝게 다가왔다. 삼국지> 삼국지> 삼국지>
“싸우지 않는 삼국지가 필요하다”  | ▶
이중톈 교수는 1947년 후난(湖南)성 창사(長沙) 생, 81년 우한(武漢)대 문학석사, 현 샤먼대 인문대학원 교수
주요 작품 <미학사상논고> , <예술인류학> <삼국지강의1, 2> , <초한지 강의> , <제국의 슬픔> 제국의> 초한지> 삼국지강의1,> 예술인류학> 미학사상논고> | |
“‘돌을 던지고 옥을 얻는다’는 중국의 고사를 마음에 두고 이곳에 왔습니다. 여러 모로 부족한 제 생각을 함께 나누는 이유는 여러분의 주옥 같은 생각을 듣고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중국에서 600만 부가 판매된 <삼국지강의> (원제 품삼국(品三國))의 작가 이중톈 교수는 겸손하게 말을 이어나가면서도 시종일관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이 교수는 2005년 중국중앙방송(CCTV)의 인문학 강좌인 ‘백가강단(百家講壇)’에 출연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삼국지> 의 주요 인물을 치밀하게 연구한 다음 내놓은 그의 탄탄한 논리가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날 이 교수는 45분간의 발표를 통해 “삼국시대 벌어졌던 격렬한 경쟁을 들여다 보면 지금 우리가 어떤 방식을 선택하며 생존하고 발전해 나가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한국에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계실 겁니다. 삼국시대도 전쟁의 시대, 모든 국민이 목숨을 잃어간 고난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조조의 시를 인용해서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조조는 ‘백골이 길에 널려 있고 천리 안에 닭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비참한 상황을 묘사했습니다. 누군가 세상을 수습해야 했지요.” 이 교수는 안정을 위해서 전쟁이란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삼국시대를 주름잡은 영웅과 호걸의 모습을 보며 낭만보다는 전쟁의 참화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삼국지> 는 결국 전쟁 이야기입니다. 상대방을 제압하고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집니다. 그럼 지금 우리는 <삼국지> 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까요? 저는 ‘어떻게 전쟁을 피할 것인가’와 ‘어떻게 경쟁 국면에서 생존하고 발전할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위(魏)·촉(蜀)·오(吳) 삼국의 경쟁에서 ‘상대방을 어떻게 먹어 치우느냐’는 생각보단 ‘상대방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란 교훈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우석 부회장은 “이 교수는 <삼국지> 를 소설로 보지 않고 역사, 민족, 인류학적 관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며 “이 교수의 설명처럼 <삼국지> 를 영웅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이야기가 아니라 평화롭게 공존하며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지혜의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삼국지는 끝없는 상상력의 원천  | ▶
소설가 이문열은 1948년 경북 영양 생, 서울대 사범대 수학
주요 작품 <젊은 날의 초상> , <시인> , <사람의 아들>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변경> , <삼국지> , <수호지> 수호지> 삼국지> 변경> 우리들의> 사람의> 시인> 젊은> | |
“저는 소설가다 보니 다른 주제를 가지고 삼국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삼국지연의> 란 문학 작품이 가진 ‘상상력의 원천’입니다.” 이문열은 34세, 한창 잘나가고 있을 때에 <삼국지> 를 쓰기 시작했다. 작품 연구를 위해 진수가 정리한 <정사 삼국지> 를 봤을 땐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단순한 기록으로부터 어떻게 <삼국지연의> 같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는지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 휘황찬란한 적벽대전이 원본에서는 반 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이었을 정도였으니까요.” 5년간 다양한 중국 고전을 공부해 가며 <삼국지> 를 마무리 지은 이문열은 2000년대 초반 ‘시대와의 불화’를 겪으며 다시 중국 고전을 손에 잡게 됐다. 이문열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논쟁을 벌여오던 젊은이들이 자신의 눈 앞에서 저작들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너무나 감정이 북받쳐 올라 작품 활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제가 찾은 휴식처가 바로 중국 고전이었습니다. <사기> , <삼국지> 를 다시 읽으며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고 고전의 힘에 이끌려 <초한지> 도 집필하게 됐습니다.” 이문열은 <사기> 를 여러 차례 읽으며 역사적 사실을 살찌우는 상상력과 시대정신의 힘을 알게 됐다. “이전에 배송지의 주석을 읽으며 들었던 느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중국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진수의 <정사 삼국지> 나 배송지의 주석이 나타납니다. 그들을 넘어서 계속 올라가다 보니 기원전 100년경에 쓰여졌던 <사기> 가 있던 것이지요.” 이문열은 <사기> 가 사마천 혼자만의 기록이 아니라고 말했다. “사기는 한 시대가 남긴 정신적 유산의 기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삼국지도 어느 한 시대에 고정된 작품이 아니라 오랜 세월 가운데 중국 백성의 민담과 설화가 켜켜이 쌓이며 만들어진 것이지요. 역사가 벌어진 시기로부터 1000년이나 지난 다음에 소설로 등장한 나관중의 <삼국지> 가 모든 세대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이문열은 다양한 시각으로 나오고 있는 소설 <삼국지> 에는 일정한 수명이 있다고 한다. 30년 정도가 지나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면 표현 양식, 언어 등이 바뀌기 때문이다. “제 작품의 수명은 20년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삼국지를 집필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작업은 새로운 세대와 언어와 생각이 비슷한 젊은 작가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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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문열과 이중톈 교수, 최우석 전 부회장이 포럼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한국의 삼국지 해석 나보다 깊다” 이중톈 교수와 소설가 이문열 씨가 발표를 마치자 포럼 참석자들의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사회를 맡은 최우석 전 부회장은 질문을 모아 간결하게 정리한 다음 발표자들의 답변을 이끌어 냈다.
최우석 전 부회장 : <삼국지> 에 나오는 다양한 리더들을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까.
이중톈 교수 : <삼국지> 에서는 조조를 좋은 리더로 꼽을 수 있습니다. 조조는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자기에게 돌리곤 했습니다. 탁월한 공을 세웠을 때는 평생 잊지 못할 만큼 후하게 포상했지요. 여기에 조조는 재능 있는 사람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리더입니다. 여러 모로 배울 점이 많은 인물이었지요.
이문열 씨 : <삼국지> 나 <초한지> 에는 전형적인 리더들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는 후세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유형의 리더를 소설 속에 반영하며 나타난 현상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의 특성을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깎아서 특정한 유형을 만들어 놓고 이를 리더십이라고 하기 때문에 조금 주의해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교수 : 이문열 선생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만 보충하고자 합니다. 바로 리더의 판단력 부분입니다. 리더의 특성은 과장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판단력은 다릅니다. 고전의 주인공들이 급박한 순간에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모습만큼은 보고 배울 점이 있다고 봅니다.
최 전 부회장 : 제가 <삼국지> 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부분은 제갈량이 조직의 2인자로 자리 잡은 부분입니다. 유비는 협객 출신이고, 제갈량은 학자 출신입니다. 더구나 유비 주변에는 수십 년간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가신(家臣) 그룹이 있었습니다. 출신도 다르고, 지역 연고도 없는 새로운 조직에 갑자기 영입된 제갈량이 어떻게 마지막 순간까지 2인자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까요.
이 교수 : 제갈량은 알려진 것과 달리 처음에는 실질적인 직무를 얻지 못했습니다. 유비는 그를 가까운 친구처럼 대했고 실제 일등 책사는 방통이었습니다. 정사에서 제갈량은 직책이 없는 유비의 개인적인 친구라고 기록돼 있었고, 영입된 지 수년이 지난 다음에야 군사중랑장에 임명되는데 이도 낮은 직급이었습니다. 여러 과정을 거쳐서 직위가 올랐고 유비가 죽기 얼마 전에서야 2인자로 올라섭니다. 제갈량의 신화도 많은 부분이 상상력에서 재창조된 것이지요.
최우석 전 부회장 : 제갈량은 출사표를 올리고 북벌을 추진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각국을 비교해 보면 촉의 국력으로는 도저히 위를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왜 제갈량은 질 수밖에 없는 전쟁을 계속한 것일까요.
이 교수 : 최 전 부회장님의 <삼국지> 이해가 저보다 더 깊은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촉은 약소국이었습니다. 저는 여러 이유 가운데 촉의 불안한 권력 구조에서 해답을 찾고 싶습니다. 당시 촉은 3가지 정치적 세력에 의해 통치되고 있었습니다. 촉 권력 구조의 하층은 익주의 토착세력, 중간층은 유장이 익주에 왔을 때 데려온 관료들, 지도층은 유비의 사람들입니다. 제일 나중에 온 유비 측근들이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불안한 구조였습니다. 제갈량은 대외적인 전쟁을 통해 대내적인 관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최 전 부회장 : 유비가 죽으면서 아들을 부탁하는 자리에 제갈량과 이엄이란 익주 출신 관료가 있었습니다. 토착 세력과 유비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최우석 著 <삼국지 경영학>삼국지> |
삼국지엔 리더십이 있다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은 본지에 2004년 3월호부터 2007년 2월호까지 3년 동안 삼국지를 바탕으로 한 경영론을 연재했다. 포브스코리아의 성가를 높인 연재 글들은 지난해 여름, <삼국지 경영학> (을유문화사)으로 묶여 나왔다. 삼국지가 저자의 통찰력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예리하고도 부드러운 필치를 통해 ‘현장과 사례 중심의 경영학’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삼국지 경영학> 은 조조와 유비, 손권의 리더십을 경영에 투영했다. 창업주인 조조와 유비가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면서 천하의 주인 자리를 노린 반면 손권은 수성에 더 주력했다. 세월을 뛰어넘은 저자의 통찰력은 요즘에도, 경영 이외의 분야에서도 시사점을 준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다. “만기총람형이 좋은지 위임형이 좋은지에 대해 정답은 없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만기총람형이 되려면 명석하고 정력적이어야 한다. 평가 시스템이 정확하고 냉철해야 한다. 위임형은 사람을 잘 보고 관대해야 한다. 그 대신 부하들이 최선을 다하게끔 하는 인품과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리더십의 요체는 훌륭한 인재를 영입해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다. 저자는 “기업은 결국 사람인데, 정말 반해서 미치도록 따르는 사람 없이는 위대한 일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많은 인재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지, 저자는 <삼국지 경영학> 에서 다양한 사례와 풍부한 해설을 펼쳐 보인다. - 백우진 기자 삼국지> 삼국지> 삼국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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