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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침체 9·11 때보다 더 오래간다

미국 경기침체 9·11 때보다 더 오래간다

▶유가 상승이 멈춘다 해도 휘발유 값은 앞으로도 더 오를 전망이다. 공화당에는 나쁜 소식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2008년 상반기가 끝나 간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5월 미국에서 일자리 4만9000개가 줄었다고 지난 금요일(6일) 발표했다. 이로써 5개월째 고용이 감소했다. 이는 1월 1일 맨해튼의 타임스 스퀘어에 떨어지는 반짝이는 큰 공이 새해를 알리는 것처럼 확실한 경기침체 신호다. 이 소식이 나온 금요일 다우존스 공업 평균지수는 394포인트 하락했다. 사실 악재는 그 전부터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미국 최대의 소매부문인 자동차 판매가 지난 5월 전년 동기 대비 10.7% 감소했다. 주택시장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케이스-실러 지수에 따르면 미국 전국적으로 1분기 주택가격이 14% 떨어졌다. 그러나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더 좋아질 거란 기대는 어떤 상황에서도 꺾이는 법이 없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설문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경제가 3분기와 4분기 각각 1.7%와 1.8%(연율 기준)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렌스 윤은 “미국 대부분 지역의 주택판매와 가격이 2008년 하반기에 살아날 것”이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윤은 늘 해가 다시 떠오른다고 믿는 전형적인 낙관론자다). 지난 5월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올해가 가기 전에 경제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낙관하는 근거는 미국경제의 구원투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구원투수로 나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교과서적인 피칭을 구사했다. 적극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해 작년 9월 5.25%였던 연방기금 금리를 2%까지 끌어내렸다. 올해 초반엔 의회와 부시 대통령이 보기 드물게 초당적 합의를 이뤄 경기 종합대책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7월 중순까지 1000억 달러 가까운 자금이 미국 소비자들의 수중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번 경기하강은 2001년 8개월간 지속된 경기침체보다 오래갈 것 같다. 미국 금융체제가 주가 거품을 빨리 터뜨려줬지만 과도한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항상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맞바람(주택·신용위기, 에너지·식품 가격 상승)은 최근 몇 달 새 잦아들기는커녕 더 거세졌다. 설상가상으로 경제뉴스면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쌍둥이 위기(신용경색과 글로벌 원자재 수요 급증)가 경기부양책을 무디게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주도 경제가 2001년 9·11 테러 이후의 몇 달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올 하반기 미국 경제가 재기를 모색하려 할 때 2001년에는 눈에 띄지 않던 2개의 큰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첫째는 전적으로 자생적인 것이다. 주택과 금융부문에서의 무차별적인 신용확대와 남발이 남긴 부작용이다. 둘째는 미국인의 행태와 비교적 관련이 적은 세계적인 현상으로 석유·식품·철강 같은 원자재의 급속한 가격상승이다. 이런 추세가 맞물려 경제에 심각한 고통을 주고 소비심리를 약화시켰다. 민간 조사그룹 콘퍼런스 보드가 지난 5월 발표한 소비자 신뢰지수는 16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 경제난의 처방은 2001년 경기둔화 때와 본질적으로 똑같지만(FRB의 공세적인 금리인하와 세금환급) 증상은 사뭇 다르다. 2001년엔 닷컴 붕괴와 사업투자 부진이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2001~2003년 사이 약 3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소비자들은 경기하강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텼다.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모두 큰 폭으로 인하돼 주택경기와 소비경기가 살아났다”고 HSBC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안 모리스가 말했다(자동차 무이자 할부금융을 기억하는가?). 이번에는 그 정반대다. 기업(특히 수출기업)은 버텨주는데 솥뚜껑 보고 놀란 소비자와 암담한 주택시장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수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작년에 시작된 이번 경제난은 주택과 주택 관련 신용에서 비롯됐다. 지난 목요일(5일) 모기지은행가협회(MBA)의 분기 보고서를 보면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한 모기지 차입자 비율(6.35%)이 1979년 MBA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뿐만이 아니다. 2008년 1분기에 개시된 전체 주택 압류의 36%가 캘리포니아의 우량 변동금리 모기지였다. 무디스 산하 이코노미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집값 하락으로 2조5000억 달러의 가계 자산, 다시 말해 주택 소유자 한 명당 약 2만5000달러가 증발했다. 그에 따라 소비 지출을 떠받치던 중요한 돈줄이 끊어졌다. 오르는 집값을 담보로 돈을 빌려 자동차를 사고 휴가여행을 다니는 데 익숙했던 미국인들이 지금은 몸을 사린다. 은행들은 마치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요즘 젊은 남녀처럼 주택담보 신용대출 사업(HELOC, 집을 담보로 한 일종의 마이너스 대출)을 단칼에 자르고 있다. 샌디에이고의 초등학교 교사 주디 프로닝은 지난주 체이스 은행으로부터 아직 사용하지도 않은 HELOC를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5월 31일부로 나한테 제공하는 신용대출을 중단한다는 내용이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주택융자를 남발했던(그리고 그 뒤 모기지 채권을 더 무절제하게 거래했던) 은행들은 피해가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막았다고 거듭 주장하지만 아직도 사태를 수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알고 보니 상업 대출, 그리고 사모투자 회사 대상 융자에서도 은행들이 무분별한 대출을 남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신창이가 된 금융체제가 재무구조의 악화를 막기 위해 부담스러운 조건으로 신규 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 달러를 조달한 탓에 앞으로도 좀 더 신용거품 붕괴의 고통에 시달릴 것이라고 투자은행 라자드의 최고경영자 브루스 웨서스타인이 뉴욕의 한 조찬 모임에서 말했다. “그 피해가 1년은 더 갈 것이다.” 가장 최근의 희생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워초비아 은행에서 잇따라 적자를 낸 뒤 쫓겨난 최고경영자 G 톰슨 케네디다. 그 다음으론 부실 신용카드와 상업용 부동산 채권에 대한 대손상각을 실시하는 금융기관들이 생겨날 것이다. 2004~2007년 사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은행 도산 한 건 없이 평온하게 지나갔지만 올 들어 벌써 4개 은행이 고꾸라졌다. 실라 베어 FDIC 회장은 “최근 들어 어느 때보다 더 큰 규모의 기관들이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럴 경우에 대비해 FDIC는 은퇴한 직원들까지 다시 불러들였다. 금융체제는 더 저렴한 금리를 전달하는 파이프 역할을 해야 한다. 은행들은 FRB로부터 돈을 빌려 일반 이자율보다 낮은 금리로 고객과 시장 전반에 자금을 공급한다. 그러나 요즘엔 은행들이 마른 스펀지처럼 돈을 빨아들이기에 바쁘다. FRB가 공급하는 유동성을 경제 전반에 유통시키는 일은 나중 문제고 스스로 재무구조를 회복하고 적자를 메우는 일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FRB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상업은행의 55%가 상업융자의 대출기준을 강화한다고 밝혔다(1월에는 30%).

▶농산물을 비롯한 식품 값이 오르자 신용으로 식료품을 구입하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무어파크의 부동산 중개인 주디 아이젠브랜드는 요즘엔 상승장에서도 구매자들이 쉽게 융자를 얻지 못한다고 푸념했다. “호황 때보다 기준이 너무 많이 엄격해졌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FRB가 공급하는 혈액이 시장의 혈관 속을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모기지-데이터 회사 HSH에 따르면 30년짜리 우량 모기지(41만7000달러 이하) 금리는 FRB가 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뒤로 작년 9월 21일 6.4%에서 올해 5월 30일 6.17%로 조금 떨어졌을 뿐 대형 융자금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금리인하는 그것이 마지막인지도 모른다. 지난 3일 벤 버냉키 FRB 의장은 향후 금리인하가 없을지 모른다고 시사했다. “인플레가 잡히지 않았다”고 버냉키가 말했다. “이는 대체로 세계시장에서 거래되는 원자재 값의 계속된 급상승 때문이다.” FRB의 금리인하 효과가 시스템 전반에 스며들려면 대체로 9~12개월이 걸린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말한다. 반면 소비자들에게 직접 수표를 보내면 대체로 결과가 더 빨리 나타난다. 몇몇 소매업체는 정부의 세금환급 조치에 힘입어 매출이 크게 뛰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쇼핑 품목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다. 월마트와 코스트코의 5월 매출은 증가했지만 고급백화점 콜스와 노드스트롬의 매출은 감소했다.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식품과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세금환급 효과가 반감된다고 주장했다. 주판알을 튕겨보자. 세금환급액은 모두 1200억 달러 정도다.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환급 총액의 약 40%, 즉 480억 달러 정도를 곧바로 지출하고 나머지는 저축하거나 훗날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젠버그의 추산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 상승(2008년 들어 지금까지 원유가격은 40% 상승했다)으로 가계 현금흐름에서 분기당 약 300억 달러가 새고 연율 9%에 달하는 식품 인플레이션으로 추가로 분기당 200억 달러가 빠져나간다. “따라서 경기부양 자금이 실질 경제활동으로 스며들지 않고 식료품점과 주유소의 금고로 들어간다”고 그는 말했다. 교장 정년퇴임 후 펜실베이니아주 캠프 힐에서 사는 바버라 맥기어리(75)는 작년 11월 도요타 래브 4 SUV를 휘발유가 적게 드는 프리우스로 바꿨다. 그러나 기름값을 절약해 봤자 그만큼 식품값으로 더 나갔다. “식료품점에 가면 구입하는 물건 몇 개는 값이 갑절로 뛰었다”고 그녀가 말했다. 작년엔 20여 개가 든 브라우니빵 한 상자에 3.99달러였지만 지금은 8.49달러로 오른 탓에 귀찮지만 직접 구워 먹는다. 맥기어리 부부는 외식 횟수도 크게 줄였다. “물론 식당의 음식값도 올랐기 때문”이라고 그녀가 말했다. 주택·신용 위기는 미국의 자생적인 문제지만 고급 휘발유와 옥수수 칩 가격의 상승은 사실상 외생적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또는 적어도 제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미국이 재채기하면 전 세계가 감기에 걸렸다. 미국이 휘발유를 많이 쓰면 석유가격이 올랐고 적게 쓰면 떨어졌다. 밥 루츠 GM 부회장의 지적대로 대체로 미국의 심각한 경기둔화에 석유가격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과거엔 미국인들이 소비를 줄일 때 유가가 급등하는 일은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원자재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달러 약세로부터 투기 확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요인이 있다. 그러나 그 뿌리를 살펴보면 휘발유가 갤런당 4달러에 이르고 스테이크가 파운드당 30달러나 하는 것은 대체로 경제 판도의 변화, 그리고 미국의 축소된 위상과 관계가 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주된 화제(구글의 파티 장소를 제외하고)는 ‘탈동조화(decoupling)’ 전망이었다. 미국경제가 주저앉아도 인도와 중국 경제는 놀라운 성장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5개월이 지난 지금 세계경제는 유명 스타들이 이혼하는 속도보다 재빨리 홀로서기를 하는 것 같다. 세계는 미국 없이 성장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미국이 장기간 경제난에 빠져도 중국과 인도 모두 내수 주도의 성장기반을 충분히 갖췄기 때문에 역동적인 성장을 계속할 것 같다”고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은 뉴스위크에 말했다. 원자재 생산국들은 가격상승의 결실을 맛보고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에겐 미안하지만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는 주장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됐다. “오히려 거꾸로 뒤집어졌다”고 채권 뮤추얼펀드 대기업 PIMCO의 공동 최고경영자 모하메드 엘-에리안이 말했다. “신흥시장 경제가 갈수록 탄탄해지면서 미국이 금융시장을 원상복구하기 위해 헐떡일 때 그들은 세계무대에 당당히 발을 내딛게 됐다.” 이 같은 역동적인 글로벌 경제성장(더 좋은 음식을 먹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전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이 식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연율 3%에 불과하다(1979년엔 13%). 그래도 미국 경제체제엔 여전히 큰 충격이다. 해충구제업자로부터 개인 트레이너에 이르기까지 모두 연료비 지출증가를 피해 가지 못한다. 5월 28일 다우 케미컬은 에너지 가격 상승을 충당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20% 올린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더 이상 자국 경제의 운명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인식도 불안감과 위기감 확산을 부채질한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1990년대는 미국·뉴욕 그리고 실리콘 밸리가 주름잡았다. 그러나 2000년대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은 중국·러시아·두바이·뭄바이가 주도하는 것 같다. 마치 미국이 집에서 재방송을 보는 동안 남들은 모두 밖에 나가 파티를 즐기는 형국이다. 게다가 현재의 경제위기에서 가장 득을 보는 사람 중에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처럼 미국에 적대적인 사람들도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파트너인 메리 이건이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71%가 다음 설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세상이 아주 많이 변했기 때문에 미국 경제는 앞으로 또는 최소한 몇 년간은 예전처럼 막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조사는 사람들의 감정을 측정하기 때문에 방귀깨나 뀐다는 애널리스트들은 감정이 항상 시장의 자금 흐름을 나타내지는 않는다고 충고할 것이다. 그러나 감정(그리고 특히 소비심리)이 대단히 중시되는 시장이 한 곳 있다. 바로 정치판이다. 가장 최근에 소비심리가 현재처럼 약화됐던 때는 1992년 10월이었다. 당시의 대통령 조지 H W 부시의 지지율이 현직 대통령 역사상 가장 낮은 37%로 떨어지기 한 달 전이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는 언제나 가장 큰 현안”이라고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톰 만이 말했다. 그것이 현 정부에 대한 국민투표이기 때문이다. CBS 뉴스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경제가 최대의 관심사라고 답한 사람(34%)이 유가(16%)와 이라크(15%)라고 응답한 사람을 합친 수보다 많았다. 예일대 경제학자 레이 페어는 특정 경제요인을 통해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공식을 개발했다. 대략적으로 대통령 재임기간 중 성장과 인플레이션 관련 호재가 많으면 현직자가 유리하다는 내용이다. 지금은 성장이 낮고 인플레가 높으니 공화당 대선 후보 존 매케인은 11월의 선거에서 44%의 지지를 받는다는 결과가 나왔다(하지만 오바마 진영이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 이 공식은 1992년 빗나간 적이 있다). 모든 조건이 동등하다고 할 때 현재의 절름발이 미국 경제는 오바마에게 유리할 것이다. 매케인은 부시 정부와 간격을 유지하려 애를 쓰면서도 부시 경제유산의 핵심요소인 감세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선에서는 모든 조건이 결코 동등하지 않다. 오바마와 매케인이 내건 경제공약은 분야가 다르다. 오바마는 중산층 감세, 환경과 첨단기술 분야의 고용창출을 내세운 반면 매케인은 (부유층의 탈세를 막기 위한) 대체적 최소 과세제도의 폐지, 자유무역 확대(수출이 증가할 때는 호재) 그리고 휘발유 연방세의 3개월 과세 유예를 약속했다. 그러나 경제가 크게 악화되거나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로 치솟고 실업이 더 확산되면 선거운동은 다른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크다. 세금·지출·건강보험·연금 등 전형적인 현안은 더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위기감이 확산되면 두 후보 모두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역할, 미국이 금융시장에서 지도력을 되찾는 방법 같은 더 큰 그림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아직은 어느 누구도 종합적인 그림은 내놓지 않았다. 미국 경제가 그렇게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달러 약세에 편승해 잘나가는 기업도 적지 않다. “오히려 첨단기술, 자본재, 화학과 기타 원자재, 항공기 등 많은 분야가 외국의 고도 성장으로 혜택을 보고 있다”고 글로벌 인사이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나리만 베라베시가 말했다.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에 위치한 내셔널 리퀴데이터스는 압류된 보트와 요트를 경매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밥 토니 사장은 한 달에 120척 안팎의 보트를 수거하기 위해 직원 수를 78명으로 갑절이나 늘렸다. “2년 전엔 재고가 200척이었지만 지금은 610척이나 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경기회복을 알리는 것은 그처럼 경기 사이클을 역행하는 사업들이 아니라 주류 지표들이다. 미국 경제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현 미국 경제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주택산업을 보면 된다. “주택시장이 거품시대로 돌아가야 할 필요는 없다. 집값 하락세가 멈추기만 하면 된다”고 경제사이클조사연구소의 락슈만 아추탄 전무가 말했다. 매물로 나온 주택 재고가 줄어든다면 희망적인 신호다. 실업수당 청구, 소매 체인점포, 모기지 신청동향에 관한 주간 발표도 훌륭한 예고지표다. “이런 것들을 보면 잠재적인 소비추세의 변화를 미리 읽을 수 있다”고 HSBC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언 모리스가 말했다. 석유와 원자재 가격의 급상승으로 소비심리가 냉각됐던 것처럼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 소비심리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간은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지난 금요일 배럴당 석유 가격이 138.54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With CATHARINE SKIPP in Florida, JAMIE RENO in San Diego, KAREN SPRINGEN in Chicago, TEMMA EHRENFELD in New York and DANIEL STONE in Washing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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