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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취향 따라 옷 갈아 입어라

젊은 취향 따라 옷 갈아 입어라

▶대학이 밀집한 신촌 일대는 유동 인구가 어느 곳보다 많다.

상권은 크게 도심권, 역세권, 대학가, 아파트단지, 주택지의 5개 영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대학가 상권은 대학교를 중심으로 대학생을 비롯한 청소년층이 주 고객인 지역을 말한다. 대학가 상권이 매력적인 이유는 엄청난 유동인구는 물론이고 주 고객인 학생들의 소비 성향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수요층이 겹친다고 대학가 상권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잘되는 업종이 달라지기도 한다. 각 상권의 특성에 따른 업종 공략 방법과 대학가 부동산 투자 전략을 살펴봤다.
대학가 상권은 젊은 층을 상대로 하는 사업 위주로 형성돼 있다. 학생들이 많이 찾는 분식점, 패스트푸드점, 팬시점, 옷가게, 액세서리 가게, PC방, 고시원, 미용실, 주점 등이 대학가 상권에서 전통적으로 호황을 누리는 업종이다. 물론 이 같은 업종이 모든 대학가 상권에서 성업 중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지역이나 소비자 특성에 따라 잘되는 업종이 다르다. 대학가 상권에서 업종, 나아가 상권 자체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것은 다름 아닌 주된 소비층이 누구냐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많은 상권이 장사가 잘된다는 게 창업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여학생이 많은 대표적인 상권으로는 이화여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동덕여대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남학생이 많은 곳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이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선호하는 업종은 분명 다르다. 따라서 대학가 상권이라 할지라도 주 수요층과 잘 맞아떨어지는 업종과 가격, 인테리어 등을 선택해야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각각의 수요층에 적합한 아이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남학생 많은 상권= 우선 남학생이 많은 상권을 살펴보도록 하자. 대표적인 상권은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앞 상권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개운사 거리를 둘러보면 한눈에 싸고 양 많은 먹거리 아이템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1인분에 2500~3000원 하는 고깃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2000년 고려대 후문 근처에 등장한 ‘영철 스트리트버거’도 대표적인 저가 메뉴다. 소시지에 각종 야채를 넣은 한국식 햄버거를 1000원에 판매하면서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서비스로 음료수를 마음껏 마실 수 있게 한 전략도 주효했다. 값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 고려대의 명물로 자리 잡으면서 이영철 사장은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장했다. 성북구 혜화동 성균관대 앞 상권도 남학생들로 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지역 상권의 명소로 자리 잡은 ‘캠브리지 호프’는 성대 앞 상권의 특성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거나’라는 메뉴는 1만2000원만 내면 감자튀김을 비롯한 다양한 모둠 안주를 접시 가득히 쌓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다른 대학 상권으로 유행처럼 퍼져나가기도 했다.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앞 골목 역시 1인분에 2500~3000원인 고깃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분주한 종업원들과 점포 안을 가득 메운 남학생들의 모습은 이런 상권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은 “남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은 질적 경쟁력보다 가격 경쟁력이 우선”이라며 “이는 사무실 밀집 지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자의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사무실 밀집 지역의 경우 너무 값싼 곳은 오히려 품질을 의심받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가 상권에서는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자취 생활, 기숙사 생활로 주머니가 가벼운 남학생 상권에서는 무엇보다 값싸고 푸짐한 음식과 상품이 환영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학가에서 창업할 때는 비수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



◇여학생이 몰리는 상권= 여학생 상권은 이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여대 상권으로 대표되는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앞 골목은 그동안 패션 관련 아이템이 주를 이뤘다. 이는 성북구 동선동 성신여대 상권도 마찬가지다. 옷을 사려는 다른 지역 소비자까지 몰려들어 학교 주변 골목은 여학생, 젊은 여성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패션산업의 메카로 떠올랐던 이화여대 앞 상권은 동대문이라는 패션 특구가 생겨나고 온라인 의류 쇼핑몰이 급성장하면서 현재는 위축된 상황이다. 최근 들어서는 커피, 샌드위치, 초콜릿카페 등 새로운 아이템을 시도해보는 장소로 변화하고 있다. 성신여대 앞 상권의 경우 다른 여대 앞 상권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유동인구가 많긴 하지만 대부분 머물기보다는 흘러가는 인구가 많아 구매력이 높지 않다. 초보창업자의 경우 유동인구 조사만 가지고 덤벼들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더욱 철저하게 시장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여대생보다 구매력이 낮은 여고생 수가 많다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신촌 등 복합 상권= 남학생 또는 여학생 등 특정 소비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가 상권이 있는 반면 역세권 못지않게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드는 대학가 상권도 있다. 신촌, 홍대, 건국대, 대학로 등이 대표적인 상권이다. 전문가들은 대학가 상권이라 하더라도 대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 수요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곳이라면 역세권 부럽지 않은 최적의 상권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대학가 상권은 방학이면 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최대의 비수기를 맞게 된다. 이는 대부분 대학가 상권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특히 수도권 인근 대학에 집중된다. 수원에 있는 성균관대 캠퍼스나 아주대의 경우 서울에서 통학하거나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이 많은데 이들이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가면 학교가 텅 비게 되는 것이다. 학교 앞 점포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앞서 언급한 신촌, 홍대, 건국대, 대학로 같은 상권은 이런 상황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성수기와 비수기 구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직장인과 지역주민 등 다양한 수요층이 배후에 존재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학생과 달리 구매력이 높아 매출에 효자 노릇을 하게 마련이다. 같은 대학가 상권이지만 이들 상권이 특히 창업자들에게 각광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성수기 비수기 할 것 없이 꾸준한 매출을 원한다면 배후에 직장인 수요가 얼마나 뒷받침되는지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주택가 상권을 배후에 둔 대학가 상권도 창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광운대가 있는 1호선 성북역 상권은 인근 주택가에 사는 주민들이 학생들의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 이곳에서 메밀 초밥전문점을 운영하는 정귀영(58)씨는 “여름방학 기간에는 고객의 40% 정도가 학생, 60% 정도는 주민”이라며 “학생 방문이 줄어드는 방학 기간에 지역주민들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07년 9월 경기도 용인시 죽전지구로 캠퍼스를 이전한 단국대 상권도 마찬가지다. 인근 지역주민이 가족단위 또는 각종 모임을 위한 장소로 대학가 상권을 찾으면서 외형적으로 탄탄한 수요층을 확보하게 됐다. 근처 부동산업체에 따르면 상권이 활발해지면서 점포 시세가 꾸준히 상승해 1층 66㎡를 기준으로 보증금이 1억원, 월세는 300만~400만원 선을 호가하고 있다고 한다. 원룸, 오피스텔 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상품도 호황을 누리는 상황이다. 지방의 대학가 상권도 성수기 비수기를 가리지 않는 곳 중 하나다. 전북대, 전남대, 부산대와 같은 상권은 방학 때라 할지라도 대학생을 비롯한 지역주민, 중·고등학생까지 몰려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모습이다. 여러 개의 학교가 모여 있는 상권도 주변의 소비층을 한 곳으로 흡수할 수 있어 창업자들이 많이 모여든다. 대표적인 상권이 바로 신촌이다. 상권 반경 내에 연세대를 비롯해 8개의 대학이 밀집해 있어 대학가 상권 중 가장 많은 유동인구를 확보하고 있다. 외대 학생이 유입되는 경희대 상권, 부경대가 가까운 경성대 상권 등도 시너지효과를 얻는 지역이다. 상가뉴스레이다에 따르면 다양한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는 대학가 상권은 대형 음식점들과 패스트푸드, 커피숍 등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매장 규모가 작은 점포에는 액세서리, 속옷, 화장품, 이동통신 등의 업종이 많다. 역세권 못지않은 대학가 상권에는 다른 점포와 차별화된 업종이나 독특한 영업 전략과 인테리어를 갖춘 곳이 성업 중이다. 일반적인 대학가 상권처럼 단순한 박리다매형 업종을 시도했다간 비싼 점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가격으로 경쟁하기보다 제대로 된 상품을 구비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가격을 책정, 고품격 서비스를 펼치는 전략이 수익성을 높여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트렌드 변화 잘 읽어야= 소비층에 상관없이 대학가 상권은 트렌드가 급속도로 변화하는 곳이다. 젊은이들의 취향과 기호는 늘 변한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는 내·외부 시설뿐 아니라 업종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학가 상권은 한 가지 아이템으로 묵묵히 장사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 장소일 수도 있다. 상상을 넘어서는 점포 비용도 쉽지 않은 문제다. 상가뉴스레이다에 따르면 홍대 상권의 경우 1층 132㎡(40평) 매장을 기준으로 권리금이 2억~5억원, 보증금이 1억~3억원, 임대료는 월 300만~8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물론 입지가 좋은 경우 이를 웃돌기도 한다. 33㎡(10평)대 매장의 권리금이 2억~2억5000만원을 호가하는 곳도 있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대학가 상권이라고 결코 만만히 볼 상황이 아닌 것이다. 결국 좋은 자리는 막대한 자본력을 투입하는 중대형 업체들이 차지할 수밖에 없다. 소자본 창업자의 경우 힘 한번 제대로 못 써보고 뒷전으로 밀려나고 결국에는 문을 닫아버리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창업자들이 대학가 상권에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뭘까. 젊음을 느끼고 젊은이들과 함께 부대끼고, 빠른 변화 속에서 성공을 맛보려는 사람들이 바로 대학가 상권을 찾고 있다. 김영철 영철 스트리트버거 사장도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면서 위안을 얻을 수 있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경험담을 밝힌 바 있다. 학생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성공 비결 중 하나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학가 상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트렌드를 정확하게, 빨리 읽고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쉽게 말해 경쟁 상황에 돌입하지 않은,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템을 재빨리 선택해 사업을 시작하고, 공급시장이 비대해지면 곧바로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유연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템이라고 모두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므로 아이템 선별에 유의해야 한다. 대중성을 빨리 확보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2005년 대학가를 중심으로 등장한 테이크아웃 두부전문점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유기농 콩으로 만든 두부 위에 갖가지 토핑을 얹어 먹을 수 있도록 한 두부전문점은 웰빙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학생들 공략에 나섰지만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결국 창업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최근 대학가 주변에 대형 패션몰과 쇼핑몰이 대거 입성하면서 상권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으나 주 소비층인 대학생이 경제활동인구가 아니어서 매장별 단가는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행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업종을 선택하고, 방학이나 시험기간과 같은 비수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윤여현 ‘토스피아’ 신구대점장


“형, 누나처럼 친근해야 단골 늘어”
윤여현(29)씨는 땀 흘려 노력하는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2006년 12월, 경기도 성남시 신구대학 앞에 프레스 샌드위치 전문점을 열었다. 학교 앞을 선택한 것은 젊은 사람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싶어서였다. 학교 앞 상권의 특성상 매출은 방학 때보다 학기 중이 더 나은 편이라고 한다. 학기 중에는 하루 160~200여 개, 방학 때는 100여 개의 샌드위치를 판매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다. 여름에는 과일주스, 아이스커피 등 음료 판매가 늘기 때문이다. 음료는 원가가 낮기 때문에 매출이 증가할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 효자 상품이다. 샌드위치와 음료 판매로 윤씨가 기록하는 하루 평균 매출은 30만~40만원. 23㎡(7평) 점포에서 월 평균 900만~1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순수익은 200만~300만원 정도다. 인근에 산업단지가 있어 단체주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는 본사에서 받는 재료 외에 야채와 과일 등은 직접 시장에 나가 구입한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근처에 비슷하거나 값이 더 싼 샌드위치 가게와 토스트 전문점이 있지만 그의 가게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저녁에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야 할 정도다. 윤씨는 “학교 앞에서 살아남으려면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게임을 같이 하거나 형, 오빠처럼 고민을 상담해주는 등 가족처럼 친근하게 대하면 단골이 늘어나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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