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워야 ‘법’도 통한다
로펌(법무법인)의 통합 바람이 뜨겁다. 법률시장이 개방되고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변호사들의 ‘삶의 현장’인 법률시장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펌 업계 관계자는 “법률시장 개방, 로스쿨 도입 등을 앞두고 새로운 생존·발전 전략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로펌이 늘고 있다”며 “대부분의 로펌이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말했다. 7월 7일 오전 11시, 서울 신문로1가 S타워 지하1층 리셉션 홀. 법무법인 대륙(대표변호사 정진규·여상조)과 법무법인 아주(대표변호사 김진한) 소속 변호사들이 모여들었다. 이어 두 법무법인의 합병 조인식 행사가 열리고 두 로펌 대표들은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탄생을 알렸다. 통합 로펌의 명칭은 ‘대륙·아주’로 바뀌게 되고 새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낸 정진규 변호사가 맡기로 했다. 이날 합병에 따라 ‘대륙·아주’는 변호사 수 105명(한국 변호사 80명, 외국 변호사 25명)으로 규모 면에서 국내 로펌 10위권 안에 진입하게 됐다. 통합 로펌에는 황선당 변호사(전 대법관), 감사원장과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역임한 이시윤 변호사, 현재 언론중재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성 변호사(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법조계 원로들과 민·형사 소송에 정통한 여상조 변호사(전 수원지법 여주지원장), 의료 분야 전문가로 활약 중인 김선중 변호사(전 서울중앙지법 부장), 대우건설 매각 등 대형 M&A와 해외 에너지 개발에 경험이 많은 김대희 변호사, 파산 등 도산법 분야 전문가인 김진한 변호사, 금융관련 전문가인 이종훈 변호사, 공정거래 전문가인 김성묵 변호사 등 각 분야를 망라한 전문 율사들이 포진하게 됐다. 합병에 따라 전문성이 훨씬 강화됐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법무법인 대륙은 1992년 설립된 ‘함&김 법률사무소’를 모태로 1996년 4월 출범한 중견 로펌이다. 법무법인 아주는 김진한 변호사가 1993년 설립한 아주종합법률사무소를 모태로 1994년 11월 출범했다. 이날 조인식에서 법무법인 아주의 김선종 고문변호사는 “대외적으로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세계적인 로펌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등 법률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합병을 통해 법률시장의 화두인 대형화, 전문화, 세계화를 통해 뛰어난 인재들을 영입하고 대형 사건을 유치해 금융자본의 해외 진출을 활발히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로펌 간 합병은 하나의 트렌드다. 지난 6월에는 법무법인 렉스가 하우림을 합병해 렉스(변호사 수 31명)로 바뀌었다. 기업송무 분야가 주력인 렉스는 기업 형사 사건에 전문성을 발휘해온 하우림과 합병해 ‘송무전문로펌’으로 위상을 굳힌다는 전략이다. 지난 5월에는 법무법인 지평과 지성이 ‘법무법인 지평지성’으로 합병했다. 두 법인의 합병은 로펌계에 큰 뉴스가 되었다. 과거 대형 로펌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졌던 것이 이 합병을 계기로 중형 로펌 간의 통합 바람을 불러오게 했다. ‘지평지성’의 경우 중형 로펌 간 합병을 통해 대형 로펌으로 발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실제 두 법무법인은 합병 후 변호사 수 125명으로 국내 7위에 올라섰다. 현재 로펌 업계에서는 대륙과 아주의 합병에 이어 김장리와 평산이 합병(변호사 수 40명)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김장리는 당초 7월 10일 평산과 합병 조인식을 하기로 했다가 연기했다. 평산 관계자는 “서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어 합병 조인식을 보류하기로 했으나 합병 방침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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