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자원·대기 오염에 속수무책
관료주의의 폐해를 알고 싶거든 인도인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델리의 야무나강 정화 운동을 들여다보라. 야무나강은 시꺼먼 진창의 오염된 물줄기처럼 도시를 느릿느릿 통과한다. 유입된 배설물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농도는 목욕에 적합한 수치를 1만 배나 초과한다. 하수처리 시설 17곳을 짓는 데 15년간 5억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걸러지지 않은 하수가 매일 36억ℓ씩 강으로 유입된다. 하수설비 미비는 인도에 산적한 환경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EPI에 따르면 인도는 하수 설비에서 21점으로 남아시아의 평균 67점, 해당 소득그룹 평균 48점에 턱없이 모자란다. 이 때문에 인도의 전체 순위는 120위로 처졌다. 해당 소득그룹 국가 중 앙골라와 캄보디아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았다. 중국이 그랬듯이 인도 역시 과잉 개발과 저개발의 틈바구니에 시달리고 있다. 인도 경제가 에너지 과소비형 산업인 까닭에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물종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일도 점점 힘에 부친다. 인도는 이들 두 분야 EPI 평가에서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반면 지독한 가난 때문에 인구 대부분이 식수 오염과 대기 오염이 유발하는 환경 관련 질병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다. 인도 전체 질병의 약 20%가 식수 오염과 대기 오염에서 온다. 기후 과학자들과 노벨상 수상자 R K 파차우리가 이끄는 델리 소재 에너지자원연구소(TERI)에 따르면 인도는 대기 오염과 관련한 질병 하나에만 연 200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인도의 혼란스러운 민주주의는 특히 고속 성장과 빈곤에서 오는 알력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다. 인도는 2002년 지자체의 참여를 권장하고, 수자원 관리권을 지방에 분산하는 쪽으로 수자원 정책을 수정했다. 하지만 TERI에 따르면 복잡하게 뒤엉킨 인도의 관료주의 때문에 이는 “말의 성찬”에 불과했다. 각기 다른 10여 개 부서에 분산해 놓은 국가 수자원 관리권을 조율하는 기능조차 없다. “관련 부처들이 서로 협조하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시너지 효과도 못 낸다”고 뉴델리 NGO단체인 과학환경센터(CSE) 찬드라 뷰산 부소장이 말했다. 따라서 라자스탄, 카르나타카 같은 주에서는 중앙정부 내 지방개발부에서 추진한 수자원 계획이 에너지부의 지방 전력생산 계획과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이런 문제점은 야무나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주정부가 관할하는 수자원 위원회가 새로운 오수처리 시설을 세웠지만 시 정부는 각종 찌꺼기와 쓰레기로 범벅이 된 하수도를 청소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오수가 신규 처리시설에 거의 유입되지 않아 처리시설 용량의 대략 30%만 가동됐다. 지난 5월 콜레라가 창궐한 뒤 주 정부와 시 정부는 책임소재를 다퉜다. 주 당국이 관리하는 하수관의 누수 때문인지, 아니면 시 당국의 꽉 막힌 하수도 때문인지 따졌다. “중앙정부가 민주주의를 받들어도 지방에까지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구현할 기구와 구조를 갖추지 못한 게 근본적인 한계”라고 뷰산은 지적했다. 중국의 전체주의 정부가 규제 조치를 쉽게 시행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인도는 부패와 책임감 부재 때문에 규제를 시행하거나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서 발목이 잡힌다. 지하수가 위험할 정도로 빨리 줄어드는 펀자브주 등 농업지대의 주들은 여전히 농업용수를 퍼 올리는 전기를 무상으로 공급하거나 혹은 보조금을 지급한다. 쌀 같은 용수집약적인 곡물의 재배와 비효율적인 관개 기술을 오히려 장려하는 셈이다. 낡은 설비로 일하는 영세공장 또한 새 기술에 투자할 돈이 없어 오염원을 처리할 엄두를 못 낼뿐더러 그 수가 너무 많아 중앙정부와 주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 “인도의 오염규제위원회는 인력이 변변찮을 뿐만 아니라 기술 역량도 떨어진다. 여기에 박봉에다 부패로 얼룩지면 문제는 진짜 커진다”고 TERI의 리나 스리바스타나 상무 이사가 우려했다. 이런 근본적인 취약점을 감안하면 탄소 배출 문제에 집착하는 서방국들에 인도인들이 짜증을 내는 이유를 알게 된다. EPI조차 인도가 발전 과정에서 지나친 탄소를 내뿜는다고 형편없는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가정에서 가축 배설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5억 명 안팎의 인도인들에게 이런 말은 쇠귀에 경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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