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주름’ 금융까지 번지나
‘건설 주름’ 금융까지 번지나
부동산 호황→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증가→미분양 급증→금융권 대출 기피→자금난 심화→건설업체 부도→금융시장 혼란. 부동산시장에 떠도는 우울한 시나리오다. 이에 다급해진 정부는 미분양 해소 등을 포함한 ‘8·21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약발이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요즘 금융권에 진 빚 때문에 고민하는 건설업체가 많다. 일부 업체에는 이 빚이 시한폭탄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면서 돈줄은 말라가는데 금융권의 대출 상환 압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건설 업계에서는 9월 위기설 또는 연말 위기설 등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건설업체 옥죄는 PF 대출 =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건설업의 사업구조가 많이 바뀌었다. 건설사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자기 돈으로 사업하는 대신 시행사라는 부동산 개발회사를 앞세워 금융권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사업 자금을 빌리는 게 일반화됐다.
2002년 이후 주택 시장 호황 바람을 타고 주택전문 건설업체가 급성장한 것은 PF 대출 덕분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 PF 대출이 건설 업계 위기의 뇌관이 됐다. 미분양 등으로 시행사가 금융권에 돈을 못 갚으면 지급보증을 선 건설사가 빚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06년 말 50조3000억원에서 지난 3월 말에 73조원으로 불어났다. 은행이 43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저축은행 12조4000억원, 보험사 5조원 등이다. 이 중 저축은행이 빌려준 PF 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11.6%에서 올 6월 말 14.3%로 높아졌다.
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44%에서 올 3월 말 0.82%로 상승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신용상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PF 대출 부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PF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권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6월 결산법인인 저축은행의 2007사업연도(2007년 7월~2008년 6월)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F 대출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은 탓이다.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이 적자를 냈고, 서울저축은행도 적자 전환했다. 이 때문에 요즘 금융권은 PF 대출 만기 연장 등에 깐깐해졌다.
일부 건설업체가 회사채 발행 등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유가증권 시장에 등록된 건설업체가 올 7월까지 발행한 무보증 회사채 규모는 모두 2조768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1160억원)과 비교해 무려 1조5524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 중 대부분은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 업계에 9월 위기설 등이 떠도는 건 건설회사가 발행했던 회사채 중 올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게 많기 때문이다.
건설업체, 특히 주택사업 비중이 큰 회사의 재무구조는 이미 꽤 악화된 상태다.
한국은행이 최근 76개 건설업체(상장법인 등 분기 재무제표 작성 기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경영 성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이들 업체의 평균 부채비율은 168.1%였다. 지난해 4분기 156.4%보다 11.7%포인트가 늘어난 수치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지난해 4분기 22.9%에서 27.6%로 늘었다. 10개 중견 주택전문 건설업체의 평균 차입금은 2006년 2091억원에서 지난해 2935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나마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회사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회사는 돈이 될 만한 자산을 매각하느라 분주하다.
A사는 50%가량 공사가 진행된 충청권의 골프장을 팔았고, B사는 강원도 리조트 사업 부지를 매각할 계획이다. C사는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 중동의 한 개발사업 시행권까지 팔았다. 이런 자구 노력에도 전체 시장 상황은 오리무중이다.
‘미분양 증가→유동성 악화→금융권 대출 기피→자금난 심화→부도’란 최악의 시나리오가 하나 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국내 215개 건설업체가 부도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5%(141개사)나 증가한 것이다. 건설 업계 종사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최악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이 7월 건설업체 경기 실사지수(CBSI)를 조사한 결과 52.5에 머물렀다. 이 수치가 100을 넘으면 이 달의 경기가 지난달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는 건설업체가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부동산발 금융위기 오나 = 건설업체 부도는 PF 대출 부실로 직결된다. 그럴 경우 금융 시장 혼란도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요즘 PF 대출 부실뿐 아니라 대출금리 상승, 주택 가격 약세,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증가 등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정금리가 연 9%를 넘어서고 변동금리도 연 8%대에 진입하면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 주택담보대출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5월 말 현재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228조1548억원에 달한다.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던 2000년 말 54조원의 네 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우리나라의 금융 환경이나 주택금융시장을 들여다 볼 때 저금리에 따른 차입수요 확대와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수요 확대 등은 미국 모기지 시장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강종만 연구위원은 최근 ‘주택 가격 변동과 주택담보대출’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국내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점과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크게 는 것을 감안할 때 주택경기가 둔화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주택담보대출금의 연체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하려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해 국내 금융회사가 건전성을 유지하고자 설정해 놓은 가이드라인이 깨져야 하는데, 그렇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은행을 비롯한 제1금융권은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40% 이하로 유지하고 있고, 제2금융권까지 포함해도 미국(70~80%)보다는 낮다는 것이다.
또 저축은행도 총 대출에서 PF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속 낮추고 있어 실제 위험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6월 말 29%에 달했던 저축은행의 PF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25.6%로 떨어졌고, 올 3월 말에는 24%대로 축소됐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8월 PF 대출 비중을 30% 이내로 제한하고, 30%를 초과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이를 해소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축은행의 손실흡수 능력도 나아졌다. 2005년 말 56.6%에 불과했던 흡수 능력은 2006년 말 89.5%로 높아진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106.8%까지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PF 대출금이 일시에 부실화되더라도 이미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으로 상계처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국내 PF 대출의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저축은행의 PF 대출은 토지매입 자금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건설업체가 부도나더라도 저축은행은 토지를 담보로 잡고 있어 통상 대출 금액의 70%까지는 경매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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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 옥죄는 PF 대출 =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건설업의 사업구조가 많이 바뀌었다. 건설사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자기 돈으로 사업하는 대신 시행사라는 부동산 개발회사를 앞세워 금융권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사업 자금을 빌리는 게 일반화됐다.
2002년 이후 주택 시장 호황 바람을 타고 주택전문 건설업체가 급성장한 것은 PF 대출 덕분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 PF 대출이 건설 업계 위기의 뇌관이 됐다. 미분양 등으로 시행사가 금융권에 돈을 못 갚으면 지급보증을 선 건설사가 빚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06년 말 50조3000억원에서 지난 3월 말에 73조원으로 불어났다. 은행이 43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저축은행 12조4000억원, 보험사 5조원 등이다. 이 중 저축은행이 빌려준 PF 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11.6%에서 올 6월 말 14.3%로 높아졌다.
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44%에서 올 3월 말 0.82%로 상승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신용상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PF 대출 부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PF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권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6월 결산법인인 저축은행의 2007사업연도(2007년 7월~2008년 6월)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F 대출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은 탓이다.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이 적자를 냈고, 서울저축은행도 적자 전환했다. 이 때문에 요즘 금융권은 PF 대출 만기 연장 등에 깐깐해졌다.
일부 건설업체가 회사채 발행 등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유가증권 시장에 등록된 건설업체가 올 7월까지 발행한 무보증 회사채 규모는 모두 2조768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1160억원)과 비교해 무려 1조5524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 중 대부분은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 업계에 9월 위기설 등이 떠도는 건 건설회사가 발행했던 회사채 중 올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게 많기 때문이다.
건설업체, 특히 주택사업 비중이 큰 회사의 재무구조는 이미 꽤 악화된 상태다.
한국은행이 최근 76개 건설업체(상장법인 등 분기 재무제표 작성 기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경영 성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이들 업체의 평균 부채비율은 168.1%였다. 지난해 4분기 156.4%보다 11.7%포인트가 늘어난 수치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지난해 4분기 22.9%에서 27.6%로 늘었다. 10개 중견 주택전문 건설업체의 평균 차입금은 2006년 2091억원에서 지난해 2935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나마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회사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회사는 돈이 될 만한 자산을 매각하느라 분주하다.
A사는 50%가량 공사가 진행된 충청권의 골프장을 팔았고, B사는 강원도 리조트 사업 부지를 매각할 계획이다. C사는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 중동의 한 개발사업 시행권까지 팔았다. 이런 자구 노력에도 전체 시장 상황은 오리무중이다.
‘미분양 증가→유동성 악화→금융권 대출 기피→자금난 심화→부도’란 최악의 시나리오가 하나 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국내 215개 건설업체가 부도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5%(141개사)나 증가한 것이다. 건설 업계 종사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최악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이 7월 건설업체 경기 실사지수(CBSI)를 조사한 결과 52.5에 머물렀다. 이 수치가 100을 넘으면 이 달의 경기가 지난달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는 건설업체가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중부 지방의 한 미분양 아파트 건설 현장. |
부동산발 금융위기 오나 = 건설업체 부도는 PF 대출 부실로 직결된다. 그럴 경우 금융 시장 혼란도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요즘 PF 대출 부실뿐 아니라 대출금리 상승, 주택 가격 약세,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증가 등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정금리가 연 9%를 넘어서고 변동금리도 연 8%대에 진입하면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 주택담보대출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5월 말 현재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228조1548억원에 달한다.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던 2000년 말 54조원의 네 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우리나라의 금융 환경이나 주택금융시장을 들여다 볼 때 저금리에 따른 차입수요 확대와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수요 확대 등은 미국 모기지 시장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강종만 연구위원은 최근 ‘주택 가격 변동과 주택담보대출’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국내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점과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크게 는 것을 감안할 때 주택경기가 둔화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주택담보대출금의 연체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하려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해 국내 금융회사가 건전성을 유지하고자 설정해 놓은 가이드라인이 깨져야 하는데, 그렇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은행을 비롯한 제1금융권은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40% 이하로 유지하고 있고, 제2금융권까지 포함해도 미국(70~80%)보다는 낮다는 것이다.
또 저축은행도 총 대출에서 PF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속 낮추고 있어 실제 위험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6월 말 29%에 달했던 저축은행의 PF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25.6%로 떨어졌고, 올 3월 말에는 24%대로 축소됐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8월 PF 대출 비중을 30% 이내로 제한하고, 30%를 초과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이를 해소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축은행의 손실흡수 능력도 나아졌다. 2005년 말 56.6%에 불과했던 흡수 능력은 2006년 말 89.5%로 높아진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106.8%까지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PF 대출금이 일시에 부실화되더라도 이미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으로 상계처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국내 PF 대출의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저축은행의 PF 대출은 토지매입 자금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건설업체가 부도나더라도 저축은행은 토지를 담보로 잡고 있어 통상 대출 금액의 70%까지는 경매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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