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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확보 계획 실천이 열쇠

유동성 확보 계획 실천이 열쇠

유동성 위기설이 확산되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7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상반기 실적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오남수 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이 그룹 현황을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이례적인 기업설명회까지 열며 유동성 위기설 진화에 나섰다. 시장 반응은 유보적이다.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자산 매각 계획을 하나하나 실행해 위기설이 낭설이란 걸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올해 늦봄 이후부터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7월 31일 전격적으로 기업설명회를 열고 위기설 진화에 나섰다. 기업설명회에는 대개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가 참석하지만 이날은 기자 수가 훨씬 많았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례적인 기업설명회”라고 표현했다. 김대중겞鍮デ?정부를 거치며 재계 7위권으로 급성장한 금호아시아나는 이명박 정부 들어 온갖 설에 휩싸였다. 세무 조사설, 검찰 조사설 등이 계속 나돌았다.

이런 설이 국내외 경기 침체와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등의 악재와 맞물리며 위기설이 증폭됐다. 그러면서 대우건설 재매각설은 물론 금호타이어 매각과 아시아나항공 국유화설까지 돌기도 했다.



위기설의 본질은 대우건설 풋백 옵션 = 오남수 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은 설명회에서 “세간에 떠도는 설은 모두 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재계 관계자도 “경기 침체 등으로 금호아시아나가 다소 고전했지만 억측이 나돌면서 일이 더욱 꼬였다”고 전했다. 중겴掠袖?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단기 유동성 위기로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금호아시아나 내부에선 오히려 ‘정말 어려운가 보다’란 오해를 살 수 있어 설명회 개최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그러나 위기설이 퍼질 대로 퍼진 상태에서 가만히 있으면 사태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도 있어 정면 돌파를 택했다는 후문이다. 온갖 설이 무성했지만 금호아시아나를 괴롭힌 위기설의 본질은 대우건설의 풋백 옵션(매도 선택권)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모 그룹의 정보업무 담당자는 “금호아시아나가 당장 돈이 없는 게 아니라 풋백 옵션이 행사됐을 때 감당할 수 있겠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풋백 옵션의 내용은 간단하다.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에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2009년 12월 대우건설 주가가 3만4000원을 밑돌 경우 풋백 옵션을 전제로 자금을 댄 투자자의 보유 주식을 모두 되사준다’는 단서를 달았다.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1만3000원 안팎이다. 내년 12월 만기 때까지 주가가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투자자가 모두 풋백 옵션을 행사한다면 금호아시아나는 4조원가량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설명회에서 2분기 경영 현황과 더불어 자산 매각 등으로 4조574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이 2조124억원, 금호산업이 1조1505억원, 아시아나항공이 1조4111억원 등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최악의 경우에도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2분기 실적도 괜찮은 편이다. 그룹 전체 매출액 6조38억원, 영업이익 38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조금씩 늘었다.

건설과 항공산업이 주축인 금호아시아나가 고유가와 부동산 침체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선방한 셈이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8월 1일 사내 경영특강에서 “올해 그룹 순이익이 1조원대를 넘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장 반응 유보적인데 국내외 증시 침체 겹쳐 = 금호아시아나의 발표에 시장 반응은 유보적이다.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특히 기업 동향에 민감한 증시에서 금호아시아나 계열사의 주가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다만 대우건설처럼 풋백 옵션 문제로 골치를 앓던 금호타이어는 다른 투자자를 찾았다는 소식에, 대우건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발표 기대감에 주가가 반짝 상승세를 보였을 뿐이다. 그나마도 국내외 증시가 맥을 못 추면서 두 회사의 주가는 이내 하락세를 보였다.

호재에도 시장 반응이 덤덤한 건 세상에 계획대로 되는 게 얼마나 있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호아시아나가 장부가보다 싸게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나섰지만 사줄 만한 여력이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매각 계획 자체의 현실성을 떠나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에서는 아직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 담당자는 “당장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증시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섣불리 움직이면 긁어 부스럼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 금호아시아나 계열사의 주가는 여전히 약세지만 위기설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모습이다. 그러나 위기 가능성까지 모두 사라진 건 아니기 때문에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관건은 역시 말이 아닌 행동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위기설이 잠잠해졌다고 방심하지 말고 자산 매각 계획을 꾸준히 실천하면서 회사 실적도 끌어올려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 측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결국 자산 매각 계획을 하나하나 실행해 문제가 없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호산업은 한국복합물류 지분을 1211억원에 대한통운으로 넘겼다.

한쪽 주머니에서 다른 쪽 주머니로 옮긴 셈이다. 하지만 금호산업의 자산을 매각하면서 그룹의 물류 창구를 대한통운으로 일원화한다는 점을 노린 조치이기도 했다.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이 가지고 있는 일산대교 지분도 올해 안에 판다.

두 회사의 지분 가치는 5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매각 주간사로 신성회계법인을 선정했다. 아시아항공은 9월에 2000억원 규모의 엔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할 계획이다. 항공권의 미래 매출 현금흐름을 담보로 잡힌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특히 대우건설 풋백 옵션 만기 연장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재무적 투자자와 잇따라 접촉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허문욱 애널리스트는 “투자자의 절반 정도는 대우건설 풋백 옵션 만기를 연장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2조원가량의 부담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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