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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論濁論] 신자유주의의 운명

[淸論濁論] 신자유주의의 운명


미국 경제가 ‘100년 만의 대위기’에 빠져 큰 충격에 휩싸여 있다. 금번 위기는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철학인 신자유주의를 수정의 길로 접어들게 할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는 일부에서 성급히 제기되는 신자유주의의 몰락이나 자본주의 경제의 파국을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신자유주의가 안고 있던 여러 문제점를 치유할 때가 되어 자본주의가 보다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방도를 찾는 기회가 왔다는 뜻이다.

세계 경제사적으로 보면 이는 결코 이상하거나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기능적으론 시장경제를, 이념적으론 자유주의를 근간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서 시장 기능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자유주의의 성격이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의 정신적 토대인 자유주의는 주어진 경제 여건에 따라 변신을 거듭해 왔다. 1930년대 이전의 고전 자유주의, 30년대 대공황 이후 70년대까지 계속됐던 혁신 자유주의, 그리고 80년대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가 그것이다. 신자유주의란 성립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의 제반 문제점들을 자유 경쟁에 기반을 둔 시장 원리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제 이념을 뜻한다.

이는 개방화, 탈규제화, 민영화, 구조조정 등의 구호로 상징된다. 이 신자유주의는 90년대 말 이후 사회주의의 붕괴 등으로 경제 활동의 세계화가 심화되어 ‘경제 전쟁’ 현상이 가열되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그동안 국가 간 및 국가 내 빈부 격차 심화, 물신주의 팽배, 고용 불안, 사회 갈등 심화, 인간성 상실 같은 다양한 문제점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비난 받아 왔다.

그런데도 신자유주의가 세계적으로 매력 있는 경제 이념으로 각광 받아 온 것은 금융자본의 놀라온 수익 창출력 때문이었다. 현란한 투자기법으로 원금의 몇 배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월가의 투자 매니저들이 돈방석에 앉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젊은이들의 꿈이기도 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나 할까,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고나 할까 지금의 금융 위기는 금융공학자들이 지나치게 재주를 부린 탓이다. 어찌됐든 지금의 금융 위기는 신자유주의 정신을 송두리째 훼손시키고 있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에 빠졌을 때 가혹한 구조조정을 강요했던 것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논거였다.

그러나 지금 신자유주의의 종주국 미국은 금융 위기에 봉착해 자유 경쟁 원리에 의한 가혹한 구조조정보다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을 통한 민간 기업의 회생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자유방임 상태에 있었던 금융 파생상품의 개발과 운영에 정부의 적절한 감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 세계 각국들 역시 미국발 경제 위기를 미연해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동안의 신자유주의적 정책 기조를 변경해야 할 판이다. 신자유주의의 약화된 모습은 앞으로 계층 간 갈등, 인간성 상실 등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려는 이념적 논의로까지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와 시장의 상호 균형과 조화를 위한 정책 대안들이 쏟아져 나오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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