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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매니지먼트·이벤트로 확장

선수매니지먼트·이벤트로 확장

IB스포츠는 지난해 매출에서 중계권 판매 비중이 89%에 이를 정도로 불균형이 심했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부터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선수 매니지먼트 사업과 이들을 활용한 각종 이벤트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1965년 생,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졸업, 92년 KBS 영상사업단 스포츠·영화 판권 수입 업무, 97년 IMG코리아 대표, 2004년~ IB스포츠 대표



#장면1.
10월 13일 경북 경산의 인터불고 경산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2008 가비아·인터불고 마스터즈’ 최종 라운드에서 서희경 선수가 5언더파를 쳐서 전체 11언더파 208타로 김하늘, 최혜용, 김현지 선수를 3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장면2.
5월 17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CC 스위첸 페스타 온 아이스 2008’ 세계 피겨스케이팅 올스타 초청 공연에서 피겨 요정 김연아 선수가 멋진 공연을 펼쳤다. 이 공연에는 남자 싱글 세계 랭킹 1위인 다이스케 다카하시, 2008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인 ‘은반 위의 꽃미남’ 조니 위어 등이 출연했다.

성황리에 끝난 두 행사는 모두 스포츠 판권중계·마케팅 전문업체인 IB스포츠의 작품이다. IB스포츠는 두 행사에서 모두 25억 원의 매출과 5억 원의 이익을 올렸다. 판권 중계 사업에 주력했던 IB스포츠는 지난해부터 ‘중계+선수 매니지먼트+대회 이벤트’의 복합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업 영역 확장과 수익원 다변화란 두 마리 토끼몰이에 나선 것이다.

2004년에 설립된 IB스포츠는 이듬해 1월에 미국 메이저리그야구(MLB) 국내 독점 중계권을 따오면서 KBS, MBC, SBS 등 공중파 3사를 발칵 뒤집어놨다. 신생 업체에 중계권을 뺏긴 공중파 3사는 IB스포츠로부터 중계권을 구입하지 않았다. 방송 3사와 관계가 악화될까 우려한 케이블 방송사도 중계권 구입을 꺼렸다.

당시 유일하게 구매자로 나선 경인방송마저 부도 나자 이희진(43·사진) IB스포츠 대표는 직접 방송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 대표는 썬티브이라는 자회사를 만들고, 이 자회사의 스포츠전문 케이블TV 채널 엑스포츠(Xports)에 MLB 경기 중계권을 팔았다. 이 대표는 “박찬호 선수의 상품성을 믿은 예상이 적중했다”고 듣려줬다.

방송 두 달 만에 1100만이 넘는 가구가 엑스포츠를 시청했다. 그러자 광고가 붙기 시작했다. 공중파 3사의 눈치를 보던 다른 케이블 방송사에서도 MLB 중계권 구입을 타진했다. 이 대표는 2006년 증자하면서 CJ미디어에 70%의 지분을 넘겼다. IB스포츠의 지분은 30%다. 활로가 트이자 이 대표는 아시아축구연맹(AFC)과 협상을 벌여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과 올림픽 예선 중계권까지 따냈다.

공중파 3사가 중계권 가격 협상을 벌일 때마다 같은 가격을 제시하는 바람에 AFC의 불만이 많던 차였다. 따라서 협상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IB스포츠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AFC의 한국팀 경기 중계권을 획득하자 월드컵과 올림픽 등을 앞두고 다급해진 공중파 3사는 결국 IB스포츠에 손을 내밀었다.

확보한 중계권이 늘면서 IB스포츠는 쑥쑥 성장했다. 매출액이 2005년 154억 원에서 지난해 468억 원으로 큰 폭 늘었다. 2005년과 2006년에 연속 적자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36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다만 올 들어서는 경기 부진과 환율 급등으로 인해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1분기에는 2억2100만 원의 이익을 냈지만 2분기에는 외환차손 등으로 4억5600만 원 적자를 봤다. IB스포츠는 대개 3~5년인 판권사업의 중계권을 미국 달러화로 지급한다.




김연아 선수 등 매니지먼트 계약

그러나 IB스포츠의 미래가 어두운 건 아니다. 이미 선수 매니지먼트와 소속 선수를 활용한 대회 개최로 사업구조를 다각화했다. 김연아 선수와는 지난해 5월 계약했다. IB스포츠는 김 선수 외에 올해 US여자오픈골프대회 최연소 우승자인 박인비, 일본 J리그에서 활동하는 축구선수 정대세 등 10여 명에게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마케팅업체인 IMG코리아가 선수 매니지먼트를 먼저 시작했지만 선수 관리가 미흡해 많은 선수가 떠났다”고 말했다. 김연아, 안현수 등이 그랬다. 그는 이어 “선수 매니지먼트 사업이 중계권 못지않게 회사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의 김희성 연구원은 IB스포츠의 선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IB스포츠의 매출에서 중계권 판매 비중은 89%에 이르렀다”며 “선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로 수익원 다변화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스포츠나 영화의 판권 구입·판매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대학 졸업 후 KBS에 입사한 그는 1992년부터 KBS 영상사업단에서 스포츠겳된?판권 수입 업무를 맡았다. 그러다 97년에 IMG의 한국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IMG는 한국에서 해외 스포츠 중계권을 판매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구매와 판매라는 두 가지 일을 모두 경험한 그는 MLB 중계권을 따내면 사업성이 있다고 보고 독립해 IB스포츠를 만들었다.

IB스포츠라는 이름은 초기에 이 대표의 사업계획서를 보고 투자한 인터불고(Inter-Burgo) 그룹의 머리글자를 따 지었다. 인터불고는 스페인어로 ‘작은 마을 사이에서’란 뜻이다. 스페인 교포 권영호 회장이 창업한 인터불고 그룹은 세계 각지에서 호텔·수산·레저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구에 있는 호텔인터불고는 약 18%의 지분을 갖고 있는 IB스포츠의 최대 주주. 이 대표는 약 11%의 지분을 보유한다.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 강남회관 8층에 있는 이 대표의 방은 스포츠용품점을 떠올리게 한다. 여러 스포츠 스타의 기념품과 스포츠용품 등이 가득하다. 김연아 선수를 그린 수채화가 걸려 있는가 하면, 종합 격투기 K1에서 뛰고 있는 험상 궂은 표정의 선수 인형도 장식장에 나란히 놓여 있다. 박찬호 선수가 사인한 야구공과 MLB 사무국에서 보내온 기념품, 그리고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서 활약하는 골퍼들의 사인이 담긴 상패도 방을 장식하고 있다.

모두 이 대표가 협회나 선수 등과 계약을 할 때마다 받거나 모은 것이다. 그는 “사무실에 가득한 기념품을 볼 때마다 마음이 든든하다”면서 “4년 전 회사를 시작할 때는 이렇게 빨리 자리 잡을 줄 몰랐다”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이 대표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나타난 변화에 매우 고무돼 있다. 야구뿐 아니라 역도 같은 비인기 종목에서도 스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IB스포츠가 사업 영역을 넓힐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 소속 선수의 면면이 더욱 다양해질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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