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애호가들의 마지막 애장품”
“시계 애호가들의 마지막 애장품”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는 요즘 고가의 명품 브랜드는 어떤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할까? 스위스 시계 회사 위블로(프랑스어로 배의 ‘현창’이라는 의미)는 예상 판매량의 60%만을 생산하는 ‘한정판매’ 그리고 고무와 골드를 결합한 ‘퓨전’ 기계식 시계를 개발해 내놓았다.
30여 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시계 매니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위블로는 그동안 다양한 트렌드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 가지 라인의 시계만을 고집해왔다. 패션 복합 기업 LVMH그룹에 인수합병되고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위블로의 장 클로드 비버 최고경영자를 뉴스위크 한국판 서정현 기자가 만났다. 그는 지난 10월 국내 론칭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위블로는 한국에서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인데 어떤 시계인가?
1980년 카를로 크로코가 탄생시킨 기계식 시계다. 시계 제조 역사상 처음으로 고무 소재의 시계줄과 골드 소재의 베젤을 결합한 ‘퓨전’ 컨셉트의 시계다. 절대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 같은 소재로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했다. 옐로와 화이트 두 가지 색뿐이었던 골드를 블루, 그린 등 다양한 색상으로 확대했다.
스포츠행사와 연관된 한정판 시계를 많이 제작한다고 들었다.
최근에는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클럽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500개 한정 ‘레드 데블링’을 출시했다. 베젤은 검은색 세라믹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로고 ‘레드 데블’ 을 새겨 넣었다. 일반 시계와 달리 45분의 크로노그래프는 축구 경기의 45분을 감안해 전·후반 시간을 잴 수 있다. 맨유에서 뛰는 박지성 선수의 손목에서도 ‘레드 데블링’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모나코 왕자 알버트 2세가 이끄는 모나코 요트 클럽과 스페인 유명 요트 경기의 공식 타임키퍼이며 폴로, 축구 경기 등을 공식 후원한다.
스포츠시계라는 이미지 때문에 대중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물론 요트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폴로, 골프, 자동차 등 일상생활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 시계다.
한국에 진출하면서 세운 특별한 판매전략이라도 있나?
우리 시계가 팔리고 있는 나라의 판매전략은 모두 같다. 예상판매량의 60%만 생산하며 40%의 여운으로 소비자들이 다음 제품을 고대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즉 희소성과 한정판 생산으로 액세서리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소장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려 한다. 2006년에는 인터넷 웹사이트에 ‘위블로 TV’라는 독자적인 채널을 럭셔리 브랜드로서는 처음으로 만들었다. 위블로의 상징적인 소재인 고무 채취 과정부터 제작공정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위블로를 구입한 유명인사들의 인터뷰 등 뉴스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한국의 명품 소비자들은 신제품에 열광한다. 앞 다투어 신제품 라인을 출시하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단일 라인 ‘빅뱅’을 고집한 이유는?
다른 라인을 출시하게 되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없어진다. 배에서 현창이 없어지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기본 모델을 축으로 새로운 소재와 사이즈 개발 그리고 자체 무브먼트 생산 등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상황이 좋지 않다. 아무리 명품이라지만 영향을 받지 않을까?
경기가 더 좋아진 후에 론칭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두렵지 않다. 불황일수록 명품의 진품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판매량도 꾸준하며 브랜드 명성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위블로는 소비자가 처음 구입하는 명품 기계식 시계가 아니다. 소비자들도 처음에는 이름이 잘 알려진 전형적이면서 무난한 기계식 시계를 구입한다. 하지만 시계의 가치와 기능 등을 알게 된 후 마지막에 선택하는 시계는 위블로다. 소비자들은 첫 시계를 구입할 때 너무 독특한 디자인에 모험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선사업을 많이 한다고 알려졌는데.
전 세계 빈곤층 어린이를 위한 MDM 재단을 운영 중이다. 인도, 중동, 소말리아, 브라질 등에 지속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올 4월 바젤월드(매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시계박람회) 직후 LVMH그룹이 위블로를 인수했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나?
사실상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소유주만 바뀌었을 뿐이다. 시계와 관련된 패션 회사들이 같이 있기 때문에 윈-윈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여성들이 기계식 시계를 선호하는데.
우리도 여성용을 출시하는데 판매량이 계속 늘고 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쿼츠 시계를 여성들이 선호했지만 지금은 반반이다. 배터리가 있는 시계는 영혼이 없다. 기계식 시계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무브먼트가 움직일 때의 그 박진감을 이제 여성들도 즐기는 것 같다.
특별히 개발한 쇼케이스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제네바대학과 손잡고 3년 동안 연구개발한 ‘랩터’이다. 보통 시계는 유리 안에 진열되어 있는데 이 쇼케이스는 시계를 외부에 노출시켜 소비자들이 시계를 자세하게 살필 수 있다. 내부에 첨단 기능의 센서가 있어서 손이 시계에 닿기 전에 쇼케이스가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소비자는 제품을 장애물 없이 직접 볼 수 있고 직원은 보안을 철저히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이번 한국 론칭을 위해 이 쇼케이스를 가져왔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한마디 덧붙인다면.
위블로 시계를 살 때는 조심해야 한다. 중독되면 헤어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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