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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손실 없다는 말은 믿지 마라

원금 손실 없다는 말은 믿지 마라


귀찮아서 혹은 판매직원만 믿고 펀드설명서를 챙기지 않으면 투자자로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 ‘주가연계펀드(ELF) 손실금의 50%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린 뒤 집단소송 인터넷 동호회가 여럿 생겼다. 하지만 이런 손실금 일부 배상 결정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미리 조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불완전 판매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기억해야 할 말이 있다. ‘아는 범위 안에서 투자하라’는 것이다. 펀드 지식은 사전에 개인적으로 공부해 아는 것과 은행·증권사 창구직원의 설명을 듣고 알게 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부러 시간을 들인 금융 공부와 경험을 토대로 체득한 지식은 특정 펀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깊이를 심화한다. 따라서 사전에 금융 공부를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ELF처럼 구조가 복잡한 펀드는 기본적인 금융 지식 없이 창구직원 설명만 들어서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펀드가 원금 손실 위험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원금 보존형 ELF도 발행사의 부도 등으로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 금융 공부를 미리 했더라도 해당 펀드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지 않으면 허사다. 주식투자는 매입하기 전에 해당 기업의 특성, 경영 상태, 시장 및 해당 종목의 주가전망 등을 조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이런 수고를 대신해 줘 별도로 특정 기업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펀드는 국내기업 주식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주식, 상품선물, 해외부동산, 외국펀드 등 정보를 얻기 어려운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한다. 멋모르고 투자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보기 쉽다. 따라서 펀드투자는 해당 펀드의 특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체크해야 할 요소를 살펴보자.



운용 외적인 점검 사항


유형별로 확인할 것


□ ELF 투자 시
- 수익구조를 먼저 파악하라
- 원금 보존형과 원금 비보존형을 구분하라
- ‘원금보존’은 ‘원금보존 추구’로 이해하라



□ 해외펀드 투자 시
-벤치마크 하는 주가지수의 10년 동향을 살펴라
-투자하는 국가 경제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라
-환율 전망을 챙겨라



□ 채권펀드 투자 시
-투자한 채권의 신용등급, 종목별 비중, 잔존만기를 검토하라
-해외채권펀드는 환 헤지 전략을 점검하라


◇좋은 판매직원을 만나는 것=펀드투자에 성공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펀드판매 직원이 펀드를 잘 알고 있고 사후 서비스를 잘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직원의 능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관련 자격증 소지 여부로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하다. 가장 기초적인 펀드판매 관련 자격증은 자산운용협회가 부여하는 ‘펀드판매전문인력’ 자격이다.

이 자격을 소지하지 않은 판매사 직원은 펀드를 판매할 수 없다. 추가로 FP (Financial Planer)나 운용전문인력 자격증 등이 있으면 더 믿을 만하다. 펀드가입 후 통장에 판매직원의 이름과 소속을 반드시 써놓자.

◇클래스펀드와 투자기간=요즘 판매되는 펀드들은 대부분 클래스펀드다. 클래스펀드란 운용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투자비용 구조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한 펀드를 가리킨다.

선취 판매 수수료가 있는 A클래스, 후취 판매 수수료가 있는 B클래스, 선·후취 수수료가 없는 C클래스가 바로 그것이다. 투자 기간에 따라 클래스를 선택해야 한다. 만일 1년 이내 단기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C클래스, 1년 이상 투자하겠다면 A클래스가 유리하다. A클래스 펀드의 선취 판매 수수료 및 신탁보수율은 대개 1년 정도 투자하면 C클래스 펀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의 선취 판매 수수료와 1.5%의 신탁보수율을 가진 A클래스의 여러 펀드에 3개월 단위로 교체해 투자했다면 연간 약 5.5%의 수수료를 물게 된다. 그러나 신탁보수율이 2.5%인 복수의 C클래스 펀드를 갈아타면서 1년간 투자한다면 연간 2.5%의 수수료만 물어도 된다.

판매사는 한창 주식시장이 좋을 때는 무조건 A클래스 펀드를 권유한 뒤 일정 수익을 달성하면 투자기간을 불문하고 A클래스의 다른 펀드로 갈아탈 것을 권한다. 판매수수료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금융기관의 상술에 당하지 않기 위해선 투자기간에 따라 투자하는 펀드의 클래스를 달리해야 한다.



◇환매=관련 사항을 반드시 확인하고 이를 통장에 메모해 두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국내주식형 펀드는 환매청구 3~4일(금융기관 영업일 기준) 뒤에 현금을 인출할 수 있지만 해외펀드는 1주일 전후가 일반적이다. 특히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나 외국의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일부 펀드는 1개월에 한 번씩만 환매할 수 있다.

환매 소요일을 메모해 두지 않으면 급히 자금이 필요할 때 낭패를 볼 수 있다. 환매 수수료 없이 환매하려면 가입 후 얼마나 경과해야 하는지도 필수점검 사항이다. 대부분 펀드는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에서는 환매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지만 일부 펀드는 손실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기간 이내 환매하면 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세금=수익금 전체에 대해 세금을 물어야 하는지, 수익금 중 일부만을 대상으로 세금이 부과되는지를 알아둬야 한다.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조치가 200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해외펀드가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 상장된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시세 차익만 해당하므로 실제 과세대상 수익금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체크한다.

해외주식형 펀드 중 상당수가 재간접 펀드(펀드 오브 펀드)고 외국에서 수입돼 판매되는 외국펀드의 수익금은 전액 과세대상이다. 외국펀드나 재간접 펀드에 투자했다가 수익금이 4000만원을 넘으면 본의 아니게 금융종합과세 대상자로 국세청에 통보될 수 있다. 따라서 거액 투자자들은 반드시 펀드의 세금구조를 문의해야 한다.



유형별 점검 사항




◇ELF=원금 보존형인지 원금 비보존형인지를 파악하는 게 필수다. 우선 ELF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대부분 ELF는 국내 혹은 외국 증권사가 발행한 ‘특정조건이 충족되면 일정수익’을 주는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따라서 그 ‘특정조건’과 ‘일정수익’이 나는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수익구조에 따라 원금 보존형과 비보존형으로 구분하는데 원금 보존형 ELF는 목표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한마디로 ELF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원칙과 확률이 만나 탄생한 금융상품이다. 원금 비보존형은 목표수익률이 높지만 상황에 따라 투자원금 전체를 까먹을 수도 있다.

원금 비보존형 ELF를 팔면서 판매사 직원들이 원금손실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라고 말하는 것은 과거 주식시장 패턴을 보건대 그렇다는 말이다. 시장 상황이 최근처럼 사상 유례없는 폭락을 보일 때는 말짱 거짓말이다. 이외에 원금 비보존형 ELF는 기준지수 등락률에 따른 예상 손실률을 살펴본 후 일반펀드처럼 증권시장 전망을 반드시 참고해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

또 원금 보존형은 절대적으로 원금을 보장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리먼브러더스 사례처럼 장외파생상품 발행사가 부도나면 손실을 볼 수도 있고 펀드에 일부 중도환매가 발생하거나 파생상품 외에 펀드가 보유한 채권, 유동성 자산의 가격급락, 부도 등으로 원금을 못 돌려줄 수도 있다.

심지어 어떤 ELF는 파생상품 발행사나 파생상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세금 문제 때문에 원금 일부가 손실이 난 사례도 있다. 따라서 ‘원금보존’이라는 말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으므로 이를 ‘원금보존 추구’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해외주식형펀드=손실위험과 기대수익을 예상하기 힘들다. 투자하는 국가나 지역의 주식시장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외주식시장은 국가별 시장 특성에 따라 투자위험이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주식시장의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연도별 수익률을 보면 최악의 해는 -83%, 최고의 해는 247%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유럽의 오스트리아는 과거 10년 중 최대 손실률이 1998년과 2007년에 기록한 -7%에 불과하다. 이처럼 국가별로 주식시장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해외주식펀드에 투자할 때는 펀드가 벤치마크로 삼는 주가지수의 최소 10년간 연도별 등락률을 살펴보는 게 바람직하다. 또 해외주식펀드가 투자하는 국가나 지역의 경제상황과 경기전망 등에 대한 자료를 판매사에 요구한다.

만일 판매사가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조용히 자리를 뜨는 것이 현명하다. 환 헤지 전략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환 헤지를 전혀 하지 않는 펀드는 해당 통화에 대한 전망 자료를 함께 요구하고, 환 헤지를 하는 펀드는 전략에 따라 환 헤지 비율이 다양하므로 환율 전망을 보고 선택해 투자해야 한다.



◇채권펀드=펀드가 투자한 채권의 최저 또는 평균 신용등급, 종목별 비중, 평균 잔존만기 등을 검토한다. 요즘처럼 자금시장이 경색된 때는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의 기대수익률이 상승하는 반면 부도 위험도 덩달아 높아진다. 그럼에도 회사채 등 신용위험이 존재하는 펀드에 투자하고자 할 때는 해당 운용사의 전체 채권펀드 및 투자할 펀드의 운용규모를 반드시 체크한다.

국공채펀드가 아닌 신용위험이 큰 회사채펀드는 철저하게 분산투자하는 펀드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운용규모가 커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산투자를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 펀드인지를 점검해야 한다. 통상 일반펀드의 최소 분산요건은 기업당 10% 이내지만 신용위험이 큰 회사채펀드에 투자할 때는 5% 이내인 펀드가 좋다.

투자채권의 목표 잔존만기도 중요하다. 펀드가 보유한 채권의 잔존만기는 시중금리 움직임에 대한 펀드수익률 변화폭을 결정한다. 일반 국내 채권펀드의 평균 잔존만기는 2년가량 되지만 펀드에 따라서는 4년 전후인 경우도 있다. 목표 잔존만기가 4년 전후인 펀드의 수익률 변화폭은 주식이 10~20% 편입된 혼합펀드와 유사한 수익률 변동성을 가진다. 안정적이라고 생각해서 투자한 채권펀드가 단기간에 손실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해외채권펀드=환 위험이 존재하므로 투자 채권의 표시통화와 환율전망, 그리고 환 헤지 전략을 점검해야 하는 점이 채권펀드와 다르다. 일반적으로 채권 자체의 가격 변동성보다 환 가치의 변동성이 더 높다. 따라서 환 헤지를 하지 않는 해외채권펀드에 투자했다면 채권펀드가 아니라 환 투자 펀드에 투자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년 2월에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모든 판매사는 변경된 ‘표준 판매 매뉴얼’에 따라 펀드를 판매해야 한다. 판매사 직원은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조사하고 이에 적합한 펀드를 권유한다. 또 펀드의 이름, 종류, 운용개념 및 방법, 투자위험, 환매관련 사항, 투자비용, 세금 등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투자자가 성향조사를 받거나 설명을 듣지 않은 채로 확인란에 서명하고 도장을 찍는다면 투자자 보호조치는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자신에게 부여된 권리를 포기하지 말고 적절히 행사해야 낭패를 면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또 불완전 판매의 피해를 방지하는 근본적인 투자 자세는 손실위험을 망각한 채 허황된 기대수익을 갖지 않는 것이다. 투자 수익이란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펀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할까


Q 올해 초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A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날 획기적인 대안이 없다. 환매하지 말고 둔다.



Q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 펀드를 환매하려니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억울할 것 같다. 펀드는 그대로 두고 대출 받는 게 낫지 않을까?
A 대출 이자보다 나중에 펀드로 얻는 이익이 크더라도 지금 대출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급한 만큼 손해를 보더라도 환매해 쓴다.



Q 딸 결혼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적립식 펀드에 월 150만원씩 넣는데 다 환매해야 할까?
A 딸의 결혼이 우선이다. 일부는 환매해 예·적금으로 돌려 결혼자금을 마련하고 나머지 펀드는 좀 더 두고 본다.



Q 펀드 갈아타기를 하려고 한다. 그나마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상품이 있을까?
A 시장이 워낙 불안정해 어떤 상품이나 마찬가지다. 해외펀드가 투자하는 여러 나라의 경제도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인다. 채권형 펀드도 상황이 좋지 않다. 시스템이 무너진 상황이라 갈아타기나 포트폴리오 구성 의미가 없다. 다만 한 개 펀드에 ‘몰빵’했다면 분산하는 것은 괜찮다.



Q 지금 환매해도 손해지만 그대로 두면 더 손해 볼 것 같아 불안하다.
A 가치가 더 떨어진다면 거의 최악의 상황이다. 그때는 부동산, 현금 자산도 펀드만큼 불확실해진다. 일상생활에 해가 될 정도로 불안하면 환매하되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Q 주변에 적립식 펀드 납입을 중지한 사람이 많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가?
A 펀드는 투자해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원래대로 납입하는 것이 더 낫다. 중지한 사람 대부분 장이 좋아지면 다시 납입하겠다고 생각하지만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900에서 1100까지 올라가면 억울한 마음에 또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결국 막차를 탈 수 있다.

최은경 기자, 도움말·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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