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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브랜드의 미다스 손

외식 브랜드의 미다스 손

마르쉐, 오므토 토마토 등 새로운 개념의 레스토랑을 선보여 히트시킨 신희호(50) 아모제 대표. 이제 그는 레스토랑 운영 경험을 살려 공항, 리조트 등 시설의 구내식당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강남구 역삼동에 문을 연 스칼렛 레스토랑 앞에 선 신희호 대표

서울 역삼동 테헤란로 하이닉스 빌딩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넓은 홀이 나온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이다. 천장은 옅은 와인 색 조명으로 물들어 있다.

나무로 된 식탁마다 놓인 은은한 등이 차분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벽 한쪽엔 기다란 와인 바가 있다. 가장 환한 곳은 주방. 홀 쪽으로 트인 주방에서 하얀 조리 모자를 쓴 요리사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만든다.

실내 벽에는 뉴욕 등 미국의 거리 풍경이 담긴 그림과 사진이 걸려 있다. 지난 9월 중순에 문을 연 이 레스토랑 스칼렛이 주목받는 건 외식 브랜드를 잇달아 성공시킨 신희호 아모제 대표의 야심작이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일 년 이상 준비 기간을 거쳐 선보인 만큼 스칼렛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스칼렛의 모든 요리는 맛은 물론 시각적으로도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스를 예로 들면 빨강·노랑·녹색 피망과 후추, 비트 등 천연 식재료로 만들어 맛과 향, 색을 모두 담았습니다. 또 다채로운 천연 소스로 채색한 접시에 음식을 맛깔스럽게 올려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내놓습니다.”

스칼렛은 스테이크, 파스타, 필라프, 초밥, 버거 등 다양한 메뉴를 갖췄다. 새우를 주 재료로 한 25가지 요리가 가장 특징적이다. 얼마전 이곳을 찾은 정미영(36·경기도 용인) 씨는 “마르쉐, 오므토 토마토 등을 낸 외식전문기업 아모제가 새로 레스토랑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갔다”고 말했다.

정 씨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물론 먹기 아까울 만큼 예쁘게 담긴 음식의 맛도 좋아 만족했다고 들려줬다. 아모제는 현재 전국에서 음식점 85곳을 직접 운영한다. 15곳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운영된다. 신 대표는 요즘 이 가운데 이곳 스칼렛에 가장 자주 들른다. 10월 초 스칼렛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개점한 뒤 1~2개월은 고객의 평가를 받아 레스토랑 운영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외식업체 아모제는 1995년에 덕우산업이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사명이 아모제로 변경된 것은 2001년. 아모는 ‘아무’의 옛말이고, 제는 ‘때’를 뜻하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언제나 고객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다. 계열사로는 식자재 유통 및 부동산 임대업체인 아모제산업이 있다.

스칼렛은 아모제가 일곱째로 선보인 레스토랑 브랜드다. 기존 6개 브랜드는 패밀리레스토랑 마르쉐, 마르쉐 음식을 포장해 제공하는 카페 아모제, 동남아 요리 포장판매점인 오리엔탈, 오므라이스 전문점 오므토 토마토, 중저가 와인 레스토랑 파파게노, 푸드코트인 푸드 캐피탈 등이다.

아모제는 여기에 연말까지 ‘엘레나가든’과 ‘첫번째 미우’를 추가할 계획이다. 첫번째 미우는 한식과 서양 요리 포장판매점으로 롯데백화점 스타시티점과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 들어선다. 갖가지 허브를 식재료로 활용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엘레나가든은 11월 중순 홈플러스 의정부점을 시작으로 12월엔 홈플러스 천호점에 낼 예정이다.


엘레나가든과 첫번째 미우가 더해지면 아모제는 9개 브랜드를 보유하게 된다. 브랜드 수에서 국내 외식업체 가운데 CJ푸드빌드에 이어 2위에 오르게 된다. CJ푸드빌은 빕스, 뚜레쥬르, 씨푸드오션, 투썸플레이스, 더플레이스 등 10개 브랜드에 걸쳐 외식업을 운영한다. “저희 기업의 모토가 ‘The First&Best’예요. 새로우면서도 최고인 외식 브랜드를 만들어 고객이 행복한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겁니다.”

아모제의 브랜드 전략과 성공 요인에 대한 신 대표의 자체 평가다. 신 대표가 처음 선보인 브랜드는 패밀리레스토랑 마르쉐. 96년 당시 국내 외식업체들은 앞다퉈 TGIF, 베니건스, 토니로마스 등 해외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을 들여오고 있었다. 스위스 브랜드 마르쉐는 그 가운데 운영 방식이 가장 독특하다.

고객이 테이블에 앉아서 음식을 시키는 대신 직접 다양한 음식 코너를 돌아다니며 주문하도록 했다. 마르쉐는 프랑스어로 ‘시장’이란 뜻이다. 신 대표는 “먹는 재미에 볼거리를 더했다”고 말했다. “음식 코너별로 스위스, 이탈리아, 동남아시아 등 각 나라의 특징을 살려 꾸몄어요. 마치 세계 각국의 식당가를 구경하는 느낌이 들도록 한 겁니다.”

마르쉐는 개업하자마자 손님들로 북적였다. 창업 4년째인 99년에 매출 100억 원을 넘었다. 역삼점과 분당점 단 두 곳에서 올린 매출이다. 마르쉐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A백화점의 회장이 직접 신 대표를 찾아와 자신의 건물에 마르쉐를 내 달라고 부탁한 일도 있었다. 신 대표는 마르쉐 브랜드가 성공하자 2000년에 마르쉐 음식을 포장판매하는 카페 아모제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선보였다.

국내 최초의 포장판매 음식점이었다. 두 브랜드 모두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마르쉐는 수도권을 벗어나 대전, 울산, 부산 등으로 뻗어나갔다. 카페 아모제는 롯데백화점에도 입점했다. 그러나 매출이 500억 원을 돌파한 2002년이 정점이었다. 2003년부터 매출이 뚝 떨어졌다. 그 해 약 69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2002년에 서울 청담동에 낸 퓨전 중식당 엉클웡스가 기대와 달리 손실만 키웠다. 엉클윙스는 일 년 만에 문을 닫았다. 신 대표는 위기를 돌파할 방안을 찾기에 앞서 매출이 준 원인부터 따져봤다. 패밀리레스토랑이 늘어나면서 고객의 관심이 시들해진 것이었다. “고객의 욕구가 다양해지는 데 발맞춰 메뉴와 분위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때부터 새로운 브랜드 구상에 들어갔어요.”

우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중형 레스토랑을 열었다. 고객의 입맛을 파악하기 위한 ‘안테나 숍’이었다. 고객이 즐겨 찾는 메뉴를 꼽아보니 1순위가 오므라이스였다. 신 대표는 안테나 숍을 오므라이스 전문점으로 바꾸기로 했다. 메뉴 개발자와 함께 기존 오므라이스와 다른 맛을 찾기 위해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여러 차례 다녀오면서 40가지의 퓨전 오므라이스를 개발했다.

오므토 토마토란 브랜드는 오므라이스와 토마토라는 뜻이다. 오므토 토마토는 젊은 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4년 첫 해 20억 원 안팎이던 매출은 다음해 57억 원으로 늘었고, 2006년엔 100억 원을 돌파했다. 매장 수도 빠르게 늘어나 현재 34곳이 영업 중이다. 이 가운데 14곳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

오므토 토마토로 활로를 뚫은 신 대표는 본격적으로 브랜드 다각화 전략을 폈다. 우선 회사 조직을 개편했다. 음식 단가와 외식사업 운영 방식에 따라 영업조직을 3개로 나눴다. 제1영업부는 음식 단가가 1만5000~2만 원대인 고급 레스토랑을 관리하도록 했다. 마르쉐와 스칼렛이 여기에 포함된다. 제2영업부는 음식 가격이 7000원 수준의 카페 아모제 관리팀. 마지막으로 제3영업부는 1만 원대인 오므토 토마토 등 중저가 레스토랑을 전담하도록 했다.

제1영업부의 김영배 본부장은 “여러 브랜드를 관리하다 사업부 독립 체제로 바뀌면서 브랜드 관리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일 처리가 빨라졌어요. 또 브랜드 간 경쟁이 생기면서 더욱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다각화로 매출 키워


부서 개편에 이어 브랜드 운영 시스템을 정비했다. 우선 아모제는 지난해 7월 여러 브랜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시스템팀을 만들었다. 시스템팀은 메뉴 관리, 인사 업무, 교육 등을 맡는다.

현재 시스템팀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음식의 맛이다. 아모제의 김영일 시스템팀장은 “좋은 메뉴를 개발해서 조리 교육을 하는 동시에 식자재, 위생 및 메뉴 관리 등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항목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인재 관리 역시 시스템팀의 중요한 역할이다. 국내 외식 업계는 대개 새로운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뽑는다. 하지만 사람을 채용했다고 해서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는 없다. 채용과 배치에 공백이 생기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모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공채를 통해 상시적으로 우수한 인력을 미리 확보하고 있다. 채용한 인력은 인사, 마케팅, 메뉴 개발, 구매 업무 등 외식 전문가 육성 교육을 거쳐 매장에 배치한다.

아모제는 지난 7월부터 일본 최대 외식 컨설팅업체인 OGM컨설팅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다. 이 컨설팅에 따라 아모제는 앞으로 모든 매장에 ‘외식 매장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프로그램은 매장별로 매일 방문 고객 수를 예측한다.

예상 방문 고객 수에 따라 매장에 몇 명의 인력을 투입할지, 음식 재료는 얼마나 필요한지를 따져서 인건비와 재료비를 조절할 수 있다. 지난해 신 대표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로 공항, 철도, 리조트 등 시설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컨세션 사업’이다. 그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식당을 운영하면 수익모델 다각화는 물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침 지난해 7월 인천국제공항의 식음료 사업자 입찰이 있었다. 풀무원과 컨소시엄을 이뤄 응찰한 아모제는 국내외 10여 개 업체와 경합했다. CJ푸드시스템, 두산 계열의 SRS코리아, 식품전문기업 SPC그룹을 비롯해 세계 최대 영국계컨세션 기업인 SSP 등 하나같이 쟁쟁한 상대들이었다. 신 대표는 입찰 준비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3개월 동안 직원들과 사업 제안서를 준비했다. 사업 제안서 발표도 직접 할 정도로 운영권 획득에 매달렸다.

결국 아모제 컨소시엄은 SRS코리아, SPC그룹과 함께 운영권을 따는 데 성공했다. 아모제는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 7개 푸드 캐피탈을 운영한다. 인천국제공항 구내식당 사업에 진출한 이후 다른 업체에서도 제안이 잇따라 들어왔다. 지난 6월엔 대명 비발디파크에서 오션월드 내 일부 식음시설 운영권을 획득했다.

이곳에 모두 21개의 매장이 들어가 있다. 아모제가 사업을 맡은 3개월간 대명 비발디파크 식음료 사업부 수익은 50% 늘었다. 연말까지 푸드 캐피탈은 롯데백화점 스타시티점과 잠실점에 추가로 입점한다.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선보일 때마다 신 대표가 가장 세심하게 신경 쓰는 부분이 신선한 음식 재료다. 그는 “음식 맛은 좋은 재료를 사용할수록 좋아진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카페 아모제에 사용하는 야채는 산지에서 직접 공수해 옵니다. 특히 여주 호박고구마, 제주도 감귤 등 제철에 가장 좋은 곳에서 수확한 야채나 과일을 사용하고, 치즈는 임실치즈농협에서 생산되는 100% 천연치즈만 사용합니다.”

신 대표는 올 초 계열사 아모제산업에 식자재 유통사업부를 신설했다. 국내 외식유통 전문가로 CJ푸드빌 사장으로 일한 이명우 씨를 아모제산업 사장으로 영입했다. 현재 충북 음성에 짓고 있는 식자재물류센터가 완공되면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희대 외식산업학과의 고재윤 교수는 “경기가 어려운 요즘에도 아모제가 수익이 좋은 데는 사업 다각화가 한몫했다”며 “앞으로도 외식 업계 트렌드는 단일 브랜드에서 다 브랜드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모제는 브랜드 전략을 세운 2004년 이후 매출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521억 원으로 2004년 371억 원보다 40% 증가했다. 신 대표는 “2012년까지 1000억 원대 매출을 목표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 다양한 브랜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 삼형제 호텔, 레스토랑, 스포츠 센터 CEO

어머니의 생신날 한자리에 모인 삼형제. 왼쪽부터 신장호 회장, 신희호 대표, 어머니, 신철호 회장
신희호 대표는 서울 강남에서 부동산 임대사업을 해 온 일진실업 집안의 3남5녀 중 막내다. 형제도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업가다. 맏형은 역삼동 스포월드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는 신장호(60) 대표, 둘째 형은 논현동의 특1급 호텔 임피리얼 팰리스(옛 아미가 호텔)의 신철호(58) 회장이다.

최근 신철호 회장의 딸 신혜성 씨가 축구선수 차두리와 결혼을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맏형 신장호 대표가 1998년에 설립한 스포월드는 회원제 피트니스 클럽. 이곳은 강남 쪽에 회사가 있는 CEO나 부자 고객이 많이 찾고 있어 상류사회의 사교 장소로 유명하다.

삼형제가 자주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삼형제는 스포월드에서 운동하면서 형제애를 돈독하게 할 뿐 아니라 사업 이야기도 나눈다. 둘째 형 신철호 회장이 운영하는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은 89년 1급 호텔로 호텔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엔 ‘언덕 위의 아름다운 집’이란 뜻의 아미가 호텔로 불렸다.

99년에 특1급 호텔로 성장했고, 2005년엔 무려 800억 원을 투자해 대규모 호텔 리노베이션을 거치면서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로 이름을 바꿨다. 최근엔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2006년 필리핀 세부 막탄에 처음으로 체인점 계약을 따냈고, 지난해엔 일본 후쿠오카의 다이이치 호텔을 인수했다. 국내 토종 호텔의 해외 진출은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이 처음이다.

신희호 대표는 89년부터 9년 동안 둘째 형 밑에서 운용총괄 상무와 부사장으로 일하며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이때 호텔 외식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직접 외식기업을 창업하게 됐다.



삼형제의 기업 현황

1962년 부동산 임대회사로 설립된 일진실업은 99년에 일진실업(스포월드 운영), 태승이십일(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운영), 아모제산업(부동산임대업) 등 세 개로 분할됐다. 신희호 사장은 아모제산업을 바탕으로 외식기업 아모제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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