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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1조원 이익 내는 ‘기술’

불황에도 1조원 이익 내는 ‘기술’


현대모비스 아산공장에서 작업자가 생산된 운전석 모듈을 최종검사하고 있다,

지난 12월 9일 오전 11시40분 충남 아산시 영인면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아산 모듈공장. 점심시간 직전임에도 공장은 여전히 분주하게 돌아갔다. 공장 안으로 들어선 순간 자동차 불경기는 남의 얘기처럼 보였다. 전장 모듈을 생산하는 라인은 여전히 전국 각지에서 들어온 주문에 맞춰 숨 가쁘게 맞춤형으로 모듈을 만들어 갔다.

여기서 만드는 쏘나타와 그랜저 모듈이 자동차로 24분 거리에 있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 납품돼 조립된다. 이 공장 모듈 생산팀의 유연섭 부장은 “아직까지는 평상시와 같은 수준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자동차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지만 공장 내부는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유 부장은 “불경기가 다가올수록 우리 공장은 더욱 효율적인 생산체제를 갖춰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말은 전투 현장에 있는 지휘관의 각오처럼 들렸다. 현장에 최선을 다하는 이런 기백이 올해 그 어려운 경기에서도 모비스가 사상 최대 매출과 이익을 내는 원동력 중 하나다.

모비스는 자동차 경기가 급속히 나빠진 올 하반기에 매출 9조6000억원, 당기순이익 1조1000억원(하이투자증권 추정)으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해마다 매출이 늘고 순이익이 커지는 것은 자동차 사업에서 모비스가 담당하는 역할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아산공장에서는 운전석과 섀시, FEM(차량 앞부분 모듈)을 생산해 인근 현대차 공장에 보낸다.

현대차 공장에서는 여기에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장착하고, 외관을 덮어 자동차를 만든다. 모비스가 납품하는 부품의 비중이 높아지게 되면 자동차 회사는 종국적으로 마케팅과 설계기술만 보유할 가능성도 있다.



90분 만에 자동차 공장에 부품 공급

아산공장 김광조 차장은 “기능적으로 통합된 부품 덩어리인 모듈화 생산이 이뤄지면서 작업 효율이나 자동차의 신뢰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운전석 모듈을 생산해 납품하면 자동차 공장에서는 단 여섯 번의 볼트 작업을 통해 이를 자동차에 고정시키기만 하면 된다.

이전에는 200번 이상의 작업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시간은 물론 작업의 완성도도 떨어졌다. 모듈화할 경우 생산성이 높아지고, 품질이 좋아지며 주문에 적절하게 대응해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산공장의 운전석 모듈은 공장에서 일방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각지의 자동차 구입자들의 주문에 의해 생산된다.

쏘나타의 경우 운전석 모듈 사양이 1930종에 이르고 그랜저는 3017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유연섭 부장은 “여기서 생산되는 모든 모듈은 많은 종류 중 하나를 고객이 선택해 주문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석 모듈의 경우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도장이 끝난 자동차 외관이 나옴과 동시에 사양에 대한 정보가 아산공장 컴퓨터에 뜬다.

이때부터 모비스 공장에서는 자동차 공장에서 요구하는 사양대로 운전석 모듈을 만들기 시작한다. 조립에 46분 걸리고, 운송에 44분 걸린다. 정보를 받은 지 90분 만에 현대차 공장에 도착하면 운전석 모듈이 장착될 차량이 의장조립 과정을 통해 라인을 타고 나온다. 한마디로 갓 구운 빵처럼 자동차가 나오면 바로 여기에 모듈이 장착돼 차가 완성된다.

김광조 차장은 “만약 제때 모듈을 공급하지 못해 자동차 라인이 멈추게 되면 개별 라인마다 분당 60만원의 벌금을 내는 계약이 돼 있다”고 말했다. 모비스 공장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운영돼야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고, 더 크게는 현대차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시간과 품질, 정확성을 맞추기 위해 아산공장은 다양한 품질보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부품이 결합되는 것을 방지하는 이종방지 시스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하는 기능검사, 부품 간 결합성이 완벽한지 검사하는 체결보증 검사 등 총 300항목이 넘는 검사를 통해 완벽한 품질의 부품을 납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아산공장은 모비스 전 공장(국내 9곳, 해외 9곳) 중 시범 및 모범 공장으로 지정돼 혁신의 발상지 역할도 한다.

이미 라인별 부품 운송에서 트롤리 시스템(천장에 운반 틀을 매달아 작업자에게 부품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나 ECOS(전기장치품질검사시스템), 물류 동선 최소화 등 다양한 혁신을 통해 각각 연간 수억원을 절감했다. 특히 국내 생산공장으로는 드물게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1~4단계까지 인증제를 실시해 작업자의 작업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향상시키며 주기적 전환배치도 가능하게 했다.



연 1000억 넘게 연구개발 투자


주기적 전환배치를 함으로써 특정 작업을 반복한 데 따른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노동강도를 균질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장으로선 특정 작업자의 결원 시에도 대체 인력을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유 부장은 작업자 인증제에 대해 “이미 일본 등 선진국 공장에서는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할 수 있는 작업을 객관적으로 표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숙련도 향상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선진적인 공장 운영 시스템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다양한 혁신활동을 통해 현대모비스 아산공장은 연간 30만 대의 생산능력과 시간당 63대의 높은 생산효율을 달성하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부품 및 모듈 업체인 모비스에 중요한 또 다른 분야는 연구개발이다. 최근 들어 자동차와 관련된 신기술 개발의 상당 부분이 부품업체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동차산업이 점점 모듈화로 바뀌면서 기술개발이 부품업체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모비스도 이런 추세에 맞춰 최근 몇 년간 기술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부품업체로서 기술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00년 부품회사로 변신 후, 이 분야 첨단 기술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 부문에서 ‘빅 푸시(Big Push)’ 전략을 추진했다.

과감하게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하고, 특히 첨단기술 경쟁으로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고 리스크가 큰 자동차 전자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국내 부품업체로는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인력과 체제를 구축하면서 부품업체 연구소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해 나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모듈제품을 전문적으로 연구개발하는 모듈부품 전문 연구소인 ‘기술연구소’를 구축하고 있으며, 국내 부품업체로는 유일하게 연간 1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용인 마북에 위치한 모비스 기술연구소 4개 동 9950㎡(약 3010평)에서는 아직 선보이지 않은 차세대 기술이 20여 종 이상 연구되고 있다.

이 중 ABS처럼 원래 보쉬사의 기술제휴로 생산하던 제품을 완전 국산화한 것도 있지만 세계 최초로 상용화 연구를 하고 있는 LED 헤드램프 기술연구도 들어 있다. 현재 총 800여 명의 연구원을 두고 있는 모비스의 연구개발 인력은 조만간 1000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세계 18위인 부품업계 순위를 2010년엔 10위 안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대모비스 측은 “2003년 이후 꾸준히 추진해 온 글로벌 경영과 첨단기술 조기 확보 노력으로 현대차가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도약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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