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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던 옛 장세 기억하라!

거꾸로 가던 옛 장세 기억하라!

요즘 증권 전문가나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 비관론이 대세다. 물론 분위기는 어둡다. 앞으로 더 어두워질 우려도 깊다. 하지만 이상한 점 하나. 그들은 정작 이렇게 될 줄 몰랐단 말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더 망가질 거라는 말은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최근 언론에는 ‘금융위기 예견했던 OOO, 2차 쓰나미 경고’라는 식의 이른바 ‘제2 금융위기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예컨대 글로벌 금융위기를 족집게처럼 예언했다는 한 중국인은 당장 4월부터 제2 금융위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4단계로 진행되는데, 그중 상업은행 부실과 미국 달러가치가 폭락하는 3단계가 눈앞에 와 있으며, 내년쯤에는 마지막 4단계가 일어나리라 전망한다.

그러면서 코앞에 닥친 2차 위기는 “첫 번째 위기보다 세 배는 강력한 쓰나미”라며 무시무시한 시나리오를 펼쳐 놓는다. 그는 아마 경제학이나 금융분야 박사학위를 가졌고,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석학임에 틀림없다.

논리싸움을 벌인다면 그와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힐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강력한 흡인력을 지닌 그의 2차 위기론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한결같은 반응을 보인다.

“결국 미국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가 세계 기축통화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얘기잖아?”라는 헛웃음 섞인 자문자답이다. 비관론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어떨 때는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얘기들도 있다.

예컨대 며칠 전 세계적인 증권사 한국지점의 최고위층은 “한국 주식을 살 때는 맞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했다. 코스피 지수 1000선이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술 마시고 운전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던 한 연예인의 말이 연상되는 것은 비단 혼자만일까?



정부와 시장의 경기불황 대처력 주목

물론 논리는 정연하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 추세가 예상보다 빨라 국내총생산(GDP)을 비롯한 거시경제 지표의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직 추가적인 리스크가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아 추가 매수하기에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뭔 일이 생길지 모르는 마당에 웬 주식?’이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은 다시 혼란을 부추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순매수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져서이기도 하지만 환율 급등으로 외국인에게 한국 주식은 더 매력적”이라고 했다. 정리해 본다면 이런 얘기쯤 될 것 같다. “너희는 주식 사지 마. 지뢰 밟는 수가 있어. 근데, 우리는 살 거야. 싸잖아?”

비관론은 대부분 국내 경제상황에 대한 암울한 전망에 근거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GDP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내다봤다. 아시아에서는 물론이고, 세계 주요 20개국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역성장이 예고됐다.
그래도 IMF는 우리와 연이 깊어서인지(?) 그나마 양반이다.

프랑스계 증권사인 CLSA가 한술 더 떠 -7.2%를 전망했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의 -6.9%보다 더한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정도면 전망이라기보다는 악담이나 저주에 가깝다 싶지만, 그들 나름의 논리가 확연하다. CLSA는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한국이 신용위기로 파생된 세계적, 동시다발적 경기하강의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사상 유례없는 참담한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구조적으로 훨씬 강해졌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아진 데다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채가 늘어난 채 세계적인 경기하강의 핵심권으로 들어가고 있으며 대중국 노출도가 크고, 재벌기업들은 하강하는 세계 상품과 기술 사이클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는 게 CLSA의 진단이다.

강렬한 충고를 내놓는 이들이 대부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최고위층 인사들이어서 더욱 신뢰성을 높인다. 하지만 “주식에서 손을 떼라”는 그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고개가 갸웃해지는 대목이 있다. 어떻게든 고객을 부추겨서 주식을 사도록 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잔뜩 겁을 주며 투자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자신들은 여전히 하지 말라던 주식투자를 하고 있으니 황당한 노릇이 아닌가? 혹시 ‘주식투자를 자제하라’는 얘기는 알고 보면 ‘직접투자를 중단하고 자신들에게 돈을 맡기라’는 뜻은 아닐까? 물론 언제나 그렇듯 수수료는 자신들 몫이요, 간접투자나 일임매매로 인해 생긴 손실은 고객의 몫으로 남겠지만 말이다.

미국에는 전미경제조사국, 즉 NBER(Na- 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이라는 곳이 있다. 미국의 경기 사이클을 판단하는 권위 있는 민간 경제기구로, 지난해 말 “미국경제는 2007년 12월부터 침체국면에 빠져 있었다”고 선언해 논란을 낳았다. NBER은 그동안 미국경기의 침체기간에 관해 의미 있는 진단들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르면 1900년 이후 평균 경기침체 기간은 12개월이었고, 대공황을 제외한 1, 2차 오일쇼크 때는 16개월간 경기침체가 계속됐다. 이 기간들과 비교하면 NBER의 경기침체 공식선언 이후 14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경기침체가 끝났거나 끝나가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NBER이 경기침체와 주식시장의 상관관계를 같이 분석했다는 점인데, 약세장은 경기침체 기간 중 5~8개월 동안 바닥을 통과하는 시기가 있었다.

여기에 따르면 현재의 주식시장은 약세장 3개월쯤의 시기에 해당한다. 앞으로 길어야 5개월이면 바닥 다지기가 끝난다는 예측을 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가지 더, NBER에 따르면 미국은 과거 137년 중 30%를 불경기로 보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구간별로 나눠 보면 1871~ 1900년은 48%, 1900~1950년은 37%, 1950~2009년은 13%로 불경기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기불황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대처 능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비관론 시나리오들이 제대로 언급하지 않는 다른 숫자들도 들여다보자. 우선 금리. 리먼브러더스가 침몰하던 당시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금리라 할 수 있는 런던 리보금리는 4%대에 육박했다. 지금은 1%대 초반이다.

2%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제로금리에 접어들었다. 그뿐인가. 배럴당 70달러 선이던 국제유가도 30달러로 내려와 있다. 이미 세계경제가 위기 대응체제로 전환해 있음을 알려주는 수치들이다.



워런 버핏 “요즘 미국 주식을 매입 중”

이쯤에서 지금의 미국을 보자. 새로 출범한 오바마 정부는 경기침체 탈피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비록 구제금융안이나 경기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기도 하고,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부닥치기도 하지만, 결국 경기부양의 효과는 4분기께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이쯤이면 몇 달 뒤에 펼쳐질 상황을 대충 그려볼 수 있다. 1분기, 더 길게 보면 상반기까지는 자주 오기 힘든 매수기회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지난해 10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우리나라 증시는 코스피가 892까지 떨어진 뒤 꾸준히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11월 이후 매달 한 번씩 1200을 돌파했다가 밀리는 흐름을 월례행사처럼 반복해 오고 있다.

이를 놓고 많은 증권 전문가는 1200이 꼭대기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비관적인 전문가들의 예상이 맞다면 코스피 1000이 깨지기를 기다릴 일이다. 봄 정기 바겐세일이라 생각하면 폭락이 괴로울 이유가 없다. 그게 아니라면 “요즘 개인적으로 미국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는 워런 버핏의 말에 귀 기울여 봄직하다.

우리에겐 다소 낯설지만 일본에 ‘주식투자의 신’이라 불리는 고레카와 긴조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주식시세는 결코 인간의 희망대로 움직이지 않고 거꾸로 가는 것이다. ‘사람들의 가는 길 뒤편에 길이 있으니 그곳이 꽃산’이라는 말이 있듯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주식시장에서 정말로 돈 번 사람들은 말이 없다. 그들은 ‘지금 주식 했다간 쪽박 찬다’는 남들을 비웃을 뿐이고, ‘요새 주식 안 하면 왕따’라고 비아냥댈 때 손 털고 나갈 뿐이다.

선물 환차익 노린 다국적 금융기관 ‘흔들기’ 의구심
반복되는 외환위기설 근원지는 어디?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달러 대비 원화 가치 급락과 이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은 국내 경제 각 분야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원화 가치 안정을 위해 통화 스와프 체결 등으로 뒤늦게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정부 출범 전부터 ‘패’가 들통나 있었으니 사후약방문이 통할 리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실기를 이용해 수차례 한국 외환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둔 바 있는 다국적 금융기관들의 ‘흔들기’에 이번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시장에 공포심이 퍼지면 원화 가치는 어김없이 폭락하곤 하는데, 이럴 때면 선물환 투자를 해 둔 다국적 금융회사들은 엄청난 이익을 보게 된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 외환시장이 흘리는 피 맛을 본 이들은 2001년 원화 가치 급락과 2006년 급등 때 또 한 번 큰 이익을 보며 거의 중독 상태가 됐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한국정부는 어리석게도 앞으로 펼칠 환율정책에 관한 컨설팅을 이들에게 의뢰했다고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도 아직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사정이 이러니 소위 ‘외환투기세력’이라 불리는 이들은 10년이 흐른 지금도 국내 외환시장에서 활개를 치는 중이라고 한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해 수출을 촉진할 것이며, 원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을 미리 예상하고 외환선물을 대거 매수해 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화가 폭락할수록 이들이 더욱 큰 차익을 거두게 되는 구조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달러 유동성 위기설’의 뒤편에 혹시 이들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의심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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