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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공장장’김인식 리더십에 열광하다

‘재활 공장장’김인식 리더십에 열광하다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제2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준우승이란 쾌거를 안겨준 한국 야구대표팀에 국내외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김인식(62) 감독에 대한 칭송이 두드러진 가운데 그의 리더십까지 큰 화제다. 믿음과 득심(得心)의 리더십, 도전과 신명의 리더십-. 그 실체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 처해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 와중에 최근 제2회 WBC에서 우리 국민은 경기가 열렸던 20일간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다. 행복을 배달해준 한국 야구대표팀의 수장은 김인식 감독. 그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리더십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와 경영계에선 김 감독의 용병술을 성공 경영학의 산 교재로 삼으려 한다. 국민과 함께 ‘위대한 도전’에 나섰던 김 감독의 리더십은 기업 CEO의 것과 어떻게 다른가? 또 4강 진입도 어렵다던 팀을 세계 최정상 문턱까지 끌어올린 그의 리더십 진면목은 무엇인가?



1. 믿음의 리더십
“사람이 던지는 것 왜 못 치겠어? 한번 잘해 봐”


한번 보낸 신뢰는 웬만해선 버리지 않는 ‘믿음의 리더십’이 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다. 이번 대회에서 부진했던 추신수 선수를 통해 그의 믿음의 리더십은 잘 드러났다. 추 선수에게 꾸준하게 믿음과 신뢰를 보낸 결과는 준결승과 결승, 두 경기 연속 홈런으로 꽃을 피웠다. 소속팀(한화)에서도 그의 믿음 덕분에 부상에서 회복된 선수가 많아 ‘재활 공장장’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김 감독은 또 음지까지 배려하는 선수 경영학으로도 유명하다. 부진한 선수에게 결코 화를 내지 않는다. “결국 사람이 던지는 건데 왜 못 치겠어? 한번 잘해 봐”라는 식으로 격려한다. 이번 대회 직후인 지난 26일 박찬호 선수가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도 김 감독의 그런 면모가 잘 나타났다.

박 선수는 ‘야구가 나라를 지킨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나는 1회 WBC 대회에 출전했을 때 부상과 슬럼프에서 확실하게 빠져 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 나를 당연한 것처럼 뽑아주고 믿음을 주셨다”며 김 감독에게 재삼 감사의 뜻을 표했다.



2. 득심(得心)의 리더십
스킨십과 소통의 중요성 잊지 않는다


지용희 서강대 명예교수(경영학)는 자신의 저서 『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에서 “명량대첩에서 단 13척의 배로 일본 대군을 물리친 이순신 파워의 가장 큰 원천은 병사와 백성들의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뜨거운 존경과 열정을 이끌어낸 ‘득심(得心)의 리더십이었다’”고 썼다.

지 교수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인식 파워’의 가장 큰 원천 또한 득심의 리더십이었다고 본다. 컨설팅업체인 올리버와이먼 정호석 서울지사장은 “김 감독은 조용히 순리에 따르고 자신을 철저히 비우는 리더십을 통해 동료(선수)와 고객(팬)의 마음을 감쪽같이 훔쳐내는 최고의 득심 경영자”라고 평했다.

팀 선발 과정에서도 그는 자신을 비웠다. 그가 맡고 있는 팀(한화) 소속인 이범호·김태균 선수의 선발에 오히려 더 신중했다. 그 결과 “역시 김인식은 사리사욕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평을 얻었고, 이는 득심 리더십의 기반이 됐다. 원래 이청득심(以聽得心)이란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라는 뜻이다.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일본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성공 요인도 득심의 철학이었다. 김 감독은 “야구도 사람이 하는 거다. 사람에게 맞는 전략을 짜야 이긴다”고 말해 왔다. 그는 코치 7명과 선수 28명을 결코 자신의 야구 도구로 삼지 않았다. 항상 그들의 마음부터 움직였다.

그래서 선수들은 절뚝이는 감독을 충심으로 따랐고 그라운드에서 몸을 던졌다. 그러기 위해 김 감독은 스킨십과 소통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뇌경색 후유증으로 표정이 다소 어색하고 걷기도 불편하다. 하지만 성치 않은 몸으로도 코치나 선수들과 어울리는 대화에는 결코 빠지지 않는 열성을 보인다. 중앙대 이광훈 교수(경제학)는 “김 감독은 스킨십과 비공식적 소통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체득한 뛰어난 커뮤니케이터”라고 평가했다.




3. 도전의 리더십
실패의 경험 딛고 실패 모르는 지도자 등극


“결승전 10회 연장 때 투수(임창용)와 포수(강민호)의 사인이 맞지 않아 이치로를 거르지 못한 게 못내 아쉽습니다. 분해서 그날 밤 한숨도 못 잤어요.” 귀국 회견장에서도 김 감독은 결승전 결과를 무척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밝은 메시지를 남겼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한국은 4년 후에 더 발전해서 이 대회에 나갈 것이다. 메이저리그 등에서 우리 선수들을 많이 찾을 것이다.”

준결승을 앞두고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고 했던 그의 인터뷰 내용도 큰 화제가 됐다. ‘위대한 도전’이란 메시지 자체가 선수단과 국민의 마음을 우승을 향해 결집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6일 대표팀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그의 ‘도전 리더십’에 경의를 표했다.

뇌경색을 앓으면서도 국가대표팀을 맡아 “국가가 있고 야구가 있다”며 애국심과 도전 의지로 최고의 결과를 낳은 데 대해 치하했다. 또 이 대통령은 “우리 선수단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해법을 보여줬다. 국가브랜드를 크게 높였으며 우승보다 더 값진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사실 뇌경색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김 감독으로서는 이번에 감독을 맡는 일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었다. 작년 11월 그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젊은 감독들이 너나없이 고사했던 WBC 대표팀 감독 자리를 KBO가 그에게 떠맡기려 했던 시점이었다. 40년 지기인 김찬익 전 KBO 심판위원장 등이 건강을 들어 그를 말렸다.

그러나 그는 짧게 대답했다. “야 인마,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아냐. 감독을 맡는다고 내가 어떻게 되냐.” 그 이후 고난은 계속됐다. 대표팀 코치로 생각했던 김재박(LG)·조범현(KIA)·김시진(히어로즈) 감독이 소속 팀 전념을 이유로 합류하지 않았다. 에이스 박찬호(필라델피아)와 중심 타자 이승엽(요미우리)·김동주(두산), 수비의 핵 박진만(삼성) 등도 빠졌다.

하지만 김 감독의 도전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했다. 마침내 ‘국민 감독’ ‘실패를 모르는 지도자’란 이름표를 달았다. 그동안 그의 야구 인생은 수많은 고갯길을 넘어야 하는 험로였다. 1965년 고교 졸업과 동시에 한일은행에 입단했다. 신인왕에 오르며 투수로 촉망 받았다. 그러나 중·고 시절 혹사한 오른쪽 어깨 때문에 한창 때인 25세에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1973년 모교 배문고 감독을 맡았지만 성적 부진으로 4년 만에 해고됐다. 동갑내기 단짝인 코미디언 배일집씨는 “내가 출연했던 야간업소에서 윤항기의 ‘나는 어떡하라고’를 들으며 둘이 울었다”고 회상했다. 1990년 프로야구 쌍방울 초대감독을 맡았지만 곧 물러났다. 인생 최대의 시련은 2004년 찾아왔다.

한화 감독으로 복귀했던 그는 그해 12월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무서운 의지로 재활에 도전했고, 마침내 감독으로 복귀했다. 부진한 선수를 믿고 기다려주면서도 기회 앞에선 냉혹한 승부사로 변하는 김인식 리더십은 그런 아픔 속에서 담금질된 것이다.



4. 실용과 신명의 리더십
포기에 능하고 이길 경기에 에너지 집중


김 감독은 이번에 퓨전식 한국 야구의 강점을 최대한 구사했다. 그에게는 미국식이든 일본식이든 좋으면 받아들이는 개방적 야구관이 깔려 있다. 휴일엔 체력 비축을 위해 아예 쉬었다. 이길 경기와 질 경기를 확실하게 나눠 운용했다. 그는 동기부여만 확실하게 해주면 잠재력을 극대화할 줄 아는 한민족의 ‘신명’을 활용했다.

WBC의 기형적 대진 일정과 긴장감 높은 한·일전을 오히려 호재로 전환시켰다. 역발상이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김인식 야구는 실용주의에 기반을 둔다. 북귀한 어느 해외파 선수가 한국 마운드가 메이저리그에 비해 좋지 않다고 하자 “그럼 거기 가서 야구해”라며 버럭 역정을 낸 일화는 유명하다.

따라서 김 감독은 포기에 능숙하다. 1라운드 첫 한·일전 14대 2 콜드게임 패배가 그 좋은 예다. 대신 이길 경기에 에너지를 집중해 준우승이라는 대어를 낚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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