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불황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 사기”

“불황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 사기”


"어떻게 불황에 강한 CEO 1위에 뽑혔는지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이상하네….”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의 소감이다. 이상하지 않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그는 ‘불황에도 강한 CEO’다.

1963년 설립된 에이스침대는 ‘침대를 과학’으로 승격시킨 주인공이다. 안 대표는 2002년 부친이자 창업주인 안유수 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카드사태발 소비침체가 시작되던 때다.

그때 안 대표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다. 무차입 경영이다. “외환위기 겪으면서 남의 돈 무서운 것을 확실히 알았죠. 1997년 말 기준으로 회사 부채비율이 200% 정도였어요. 다른 회사에 비하면 건실한 편이었죠. 그래도 부담이 되더라고요. 금리도 그렇고, 설비나 리스가 외환과 관련이 있으니까 바로 영향을 받게 됐죠. 그래서 남은 부채 다 갚고 이후 무차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차입 경영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성장 위주’냐 ‘안정 경영’이냐로 따지면 무차입 경영은 확실히 후자다. 장단점은 있다. 안 대표도 이를 잘 안다. 그는 “교과서적으로 보면 100% 좋은 것은 아니죠. 요즘이야 불황이니까 좋게 보이지만,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이스침대는 요즘 빚 없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에 지상 14층, 지하 3층 규모의 최고급 명품가구 갤러리인 ‘에이스 애비뉴’(ACE AVENUE)를 개장했다. “5년 전부터 준비한 것”이라지만 때가 때인 만큼 시기가 부담이 되지는 않았을까? 안 대표는 “무차입하는 것이 이럴 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이라는 게 몇 년 앞을 내다보고 하는 것인데, 지금 같은 상황을 100% 맞힐 수는 없다”며 “시장이 안 좋을 때 열었지만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 대표가 부사장 시절이던 외환위기 때도 에이스침대는 오히려 마케팅 비용을 30%나 늘려 관련 업계를 경악하게 한 적이 있었다. 안 대표의 설명은 이랬다.

“마케팅이나 광고를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봤던 겁니다. 남들이 다 안 할 때 하면 같은 비용을 써도 효과가 배가되니까요. 사실 마케팅 비용을 늘렸던 것은 아니에요. 매출이 좀 줄어 마케팅 비용 비율이 늘어난 것처럼 보인 거죠.”불황에 강한 요인은 또 있다. 이 회사의 제품 포지션이다.

국내 침대시장 1위인 에이스침대는 ‘고급 브랜드’를 지향해 왔다. 안성호 대표는 “침대나 가구 같은 내구소비재는 일찍 불황이 시작돼 늦게 풀리는 대표적인 업종인데, 외환위기나 카드사태 때를 보면 중간 브랜드 제품이 가장 어려워지더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제품은 상위 브랜드라 영향을 덜 받는다”고 강조했다.

일찍부터 유럽, 중국 등 해외시장에 판로를 열어놓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도 가시적인 성과로 돌아오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이탈리아 전 지역의 26개 에이전트와 계약을 체결해 약 30개의 대리점을 확보했다. 안 대표는 “지난 연말 연초 외국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더라”고 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갖고 해외 쪽과 연결될 것 같다”며 “라이선스 제휴를 위해 중동 몇 군데와 동남아, 남미 쪽 회사들과 협의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올해로 8년차 CEO다. 올 매출과 관련, 그는 “작년 정도 유지만 하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올 1분기는 잘 넘어간 것 같다”고 했다.

대부분 기업이 최악의 실적을 걱정하는 1분기인데 말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1427억원이었다. “우리 회사도 IMF 때 구조조정을 했었는데, 생각해보면 불황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사기 같아요. 무엇보다 직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기업도 사람이 하는 것인데요.”

“어떻게 불황에 강한 CEO에 뽑혔는지 모르겠다”던 안 대표는 겸손하게 ‘왜 불황에 강한지’를 얘기하고 있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국토위, 14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안질의

2‘역대급’ 독감…4주 만에 환자 수 14배 폭증

3'코코아' 가격 치솟는데, 농민들은 농사 포기

4펄펄 내린 ‘대설’에 항공기 136편·여객선 77척 결항

5BYD, 일본서 도요타 제쳤다...다음주 한국 진출 앞둬

6‘고강도 쇄신’ 주문한 신동빈...“지금이 마지막 기회”

7과기부 “올해 1분기 내 양자전략위 출범”…양자사업에 1980억원 투입

8입법조사처 “MBK, ‘외국인 투자’ 해당하는지 사실관계 확인 필요”

9아모레퍼시픽 뉴커머스 에딧샵, 론칭 1주년 앞두고 성장 가속

실시간 뉴스

1국토위, 14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안질의

2‘역대급’ 독감…4주 만에 환자 수 14배 폭증

3'코코아' 가격 치솟는데, 농민들은 농사 포기

4펄펄 내린 ‘대설’에 항공기 136편·여객선 77척 결항

5BYD, 일본서 도요타 제쳤다...다음주 한국 진출 앞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