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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만 조준 공격 정상조직 피해 최소화

암세포만 조준 공격 정상조직 피해 최소화

암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필요한 3대 ‘무기’가 있다. 암 조직을 잘라내는 외과적 절제술, 항암제를 사용하는 화학요법 그리고 방사선요법이다.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에 설치된 수술용 로봇 ‘다빈치’.

2007년 초 식욕 부진과 체중 감소로 설마 하며 병원을 방문했던 김(57) 씨.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이미 간암이 주변 림프절로 번져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는 판정을 받았다. 눈앞이 캄캄한 상황에서 의사는 마지막 수단으로 사이버나이프를 권했다. 실낱 같은 희망이었지만 결과는 훌륭했다.

단 한번의 치료로 암 덩어리가 사라졌고, 현재 6개월마다 검사를 받고 있지만 지금까지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암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필요한 3대 ‘무기’가 있다. 암 조직을 잘라내는 외과적 절제술, 항암제를 사용하는 화학요법 그리고 방사선요법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발전하면서 암 치료 성적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

이 중 눈여겨봐야 할 분야가 방사선요법과 외과 분야의 로봇 수술이다. 방사선요법은 강한 에너지의 방사선이 조직을 괴사시킨다는 원리를 이용했다. 문제는 피부암을 제외하곤 모든 암이 정상조직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방사선이 암 조직까지 도달하려면 정상조직을 손상시킬 수밖에 없다.

1970년대 국내에 소개된 선형가속기(Linac)가 그것이다. 그 뒤 방사선 암 치료기는 10년 단위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다. 80년대 등장한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 치료기’는 컴퓨터 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 영상장치(MRI) 등 진단영상 장비와 결합하며 한 단계 도약했다. 암 조직과 정상 장기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해 종양 부위에만 방사선이 조사되도록 설계할 수 있었다.

90년대 초 치료방사선과 의사들에게 흥분을 안겨줬던 장비는 ‘세기조절 방사선치료기(IMRT)’다. 암은 불규칙하게 생긴 데다 정상조직과 붙어있어 3차원 입체 조형 치료로도 정상조직을 건드리지 않고 충분한 방사선량을 조사하기 어렵다. IMRT는 정상조직엔 약한 방사선을, 암 조직엔 강한 방사선을 내도록 치료 방향에 따라 세기를 자동 조절한다.

종양의 모양에 따라 맞춤방사선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연세암센터 방사선종양학과 금기창 교수는 “기존엔 2~4개 방향에서 같은 강도의 방사선을 조사해 정상조직의 피해가 심했다. 하지만 이 장비는 80~150개로 방사선을 쪼개 여러 방향에서 조사함으로써 암 주변 조직을 최대한 보호한다”고 말했다.

침샘을 건드리지 않고 두경부암을 치료하고, 직장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전립선암을 치료한다. 2000년대 들어 방사선 치료기는 다시 진화했다. 앞서 설명한 두 가지 장점을 결합하고, 여기에 영상유도 장치를 추가해 신개념 방사선 치료기가 탄생한 것이다. 영상유도 장치란 환자의 호흡과 심장 박동에 따른 움직임을 추적하며 방사선을 쪼이는 위치추적 시스템을 말한다.

이를 장착할 경우 최대 오차 0.6mm 이내에서 방사선을 쪼여 암을 칼로 오려내듯 정확하게 치료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대형 병원들이 앞다퉈 도입하는 사이버나이프와 토모테라프가 그것이다. 치료 성적은 매우 우수하다. 2007년 3월 위치추적 시스템을 장착한 사이버나이프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건양대병원이 2월 말까지 치료한 환자는 모두 710명. 뇌종양, 뇌전이암, 두경부암, 폐암, 척추전이암, 간담도, 췌장암, 전립선암 등 다양한 암 공략에 성공했다.

간세포암은 치료를 받은 환자 중 3개월 이상 추적관찰을 했던 23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3명을 제외한 모든 환자에서 치료 반응이 보였고, 이 중 3명은 암 조직이 소실됐다. 척추전이암이나 전립선암 등의 치료 성적도 비슷했다. 건양대병원 암센터 정원규 교수는 “방사선은 칼을 쓰지 않아서 피를 흘리거나 수술 후유증이 없다”며 “정교한 시술로 수술과 같은 효과를 얻기 때문에 주도적인 암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모테라피도 원리는 같다. 사이버나이프의 로봇 팔 대신 방사선 조사 장치가 360도 돌며 방사선을 때린다. 암의 모양과 위치를 감지해 조사 장치에 있는 5만 개의 구멍이 열리거나 닫히면서 암세포를 전방위로 공격한다. 토모테라피는 암 조직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도 동시에 치료하는 이점이 있다.


2000년대가 토모테라피와 사이버나이프의 시대라면 2010년대의 방사선 치료는 어떻게 발전할까. 지금까지 방사선 치료가 ‘정교한 시술’로 정의된다면 앞으로는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편리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아주대병원이 도입한 래피드아크는 토모테라피보다

방사선 노출량이 수십 분의 1밖에 안 된다. 또 치료 기간도 2분 정도로 매우 짧다. 토모테라피가 종양을 여러 개의 단층으로 나눠 치료하는 데 반해 래피드아크는 종양을 3차원 계산법으로 한번에 치료한다. 따라서 방사선 피해 우려가 있는 부위 또는 치료받은 부위에 종양이 재발한 사람에게 유리하다. 비용은 기존 세기조절방사선치료 수가를 적용해 토모테라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국립암센터에서 가동하고 있는 양성자 치료기 역시 방사선 조사량이 최소란 점을 자랑한다. 빛의 60% 수준으로 가속시켜 만들어진 양성자 입자를 암 덩어리에 통과시키면 암세포가 이온화하면서 괴사한다. 최근 국립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경우 주변 폐에 노출된 방사선량이 양성자 치료는 0.4%로 토모테라피나 세기조절방사선 치료 등 다른 치료법(평균 2.3~14.2%)에 비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 신경환 박사는 “양성자 치료가 폐, 심장 등 정상조직을 손상시키지 않아 방사선에 의한 합병증이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을 외과에서 처음 사용한 것은 92년의 일이다. 미국에서 개발한 로보닥이라는 기구를 인공 고관절 수술에 이용했다. 하지만 명실상부한 로봇 수술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일부 과정만 로봇이 수행하고, 주요 시술은 의사가 직접 집도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로봇 수술은 다빈치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수술을 하는 로봇 팔과 원격조종하는 콘솔, 복강경 카메라를 조정하는 팔로 구성된다. 의사는 콘솔에서 3차원 입체 영상을 보며 스틱으로 로봇 팔을 원격조정한다. 로봇은 손 떨림이 없고, 작은 절개도 정교한 수술을 한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다빈치를 도입한 지 3년 반 만에 총 수술 건수 2000회를 달성했다. 이 중 90% 이상이 암 환자다. 암 종류도 다양하다. 다빈치를 이용해 비뇨기과 분야에선 전립선암·신장암·방광암, 외과에선 위암·감상선암·대장암, 이 밖에 부인암·식도암·후두암 수술을 했다.

가장 큰 이점은 빠른 회복과 짧은 입원 기간, 그리고 흉터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조기 전립선암의 경우 완치율은 96%, 1년 이내에 85%에서 배뇨 기능이 회복됐다. 갑상선 암은 환자의 겨드랑이를 통해 목 부위의 갑상선 종양을 제거한다. 신촌세브란스 외과 정웅윤 교수는 “흉터가 없을 뿐 아니라 정교한 암 절제로 성대 신경, 부갑상선, 혈관 손상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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