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스레 움직이는 핏빛
![]() 캔버스에 아크릴릭, 1980년, 305X584㎝, 개인 소장. |
폭력이 가진 상업적 가치는 무궁하다. 인류의 역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폭력의 상업주의로는 로마 시대 검투사를 들 수 있다. 인간의 폭력성을 목숨 걸고 실천한 검투사에게 당시 로마인은 열광한 것이다. 지금 검투사를 대신하는 이들은 격투기 스포츠맨이다.
격투기장에서 태어난 스타 역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폭력을 주제로 삼은 사업은 언제나 부를 부른다. 그래서 폭력은 인류 역사에서 건장한 몸체를 자랑하며 튼실하게 자라왔다. 폭력의 생리와 가장 많이 닮아 있는 것이 ‘정치’다. 목적을 이루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예술에서도 폭력은 인기 테마 중 하나다. 예술은 주로 폭력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미국의 비판적 사실주의를 대변하는 레온 골럽(1922~2004)은 폭력이 가진 더럽고 끔찍한 얼굴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으로 유명한 작가다. 특히 정치와 결탁한 폭력을 직설적으로 그려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정치적인 사건이 종종 등장한다. 골럽은 폭력이 자라나는 데 유리한 제3 세계권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 속에서 고통 받는 선량한 사람의 현실을 고발하는 데 화업(畵業)의 전부를 바쳤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폭력을 직업으로 삼는 집단 중에서 부정한 정치 권력으로부터 합법적 활동을 보장받는 이들이 용병이다. 골럽은 용병의 활약상을 추적해 그들의 잔인한 모습을 담았다. 1980년대 초에 제작한 ‘용병 시리즈’는 그의 정치적 견해와 비판 의식을 잘 담아냈다.
용병 시리즈의 네 번째인 이 작품은 아프리카에서의 백인 용병 활동을 담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그린 것이다.
미국 국방부의 기밀 문서에 속하는 보고서를 골럽이 어떻게 봤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용병의 잔인하고 가혹한 진압 활동이 소상히 기록돼 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골럽이 제작한 이 시리즈에는 백인 용병의 잔악한 행위로 드러난 폭력의 참모습이 유감없이 나타나 있다.
이 그림에서는 용병들이 저지른 구체적인 사건을 볼 수 없다. 이들이 투입된 국가나 진압한 사건도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럼에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강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핏빛처럼 보이는 붉은 배경과 짙은 갈색 톤으로 그린 인물 때문이다. 그들의 강인한 표정과 거친 몸짓이 붉은 배경 속에서 공포를 주는 것이다.
백인 용병을 그렸다고 하지만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흑인처럼 보인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백인의 인상이다. 오랫동안 용병으로 활약해 구릿빛으로 그을린 탓이리라. 여기에 폭력의 강인함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다. 이들의 복장은 각양각색이고 무기 또한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보이는 무기는 미국산 M-16과 구 소련제 AK 소총이다. 돈을 위해 목숨을 파는 그들에게 이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오직 고용한 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폭력만 존재할 뿐이다. 그것이 폭력의 진정한 얼굴이다. 골럽이 ‘용병 시리즈’로 통렬하게 고발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폭력의 민얼굴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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