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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위기 바로 읽기 11~20

세계 경제위기 바로 읽기 11~20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


11. 자본투입과 부실자산 매입

첫째, 부실자산을 인수한다.
둘째, 자본을 투입한다.

경영위기에 빠진 은행을 구하는 ‘두 가지 조건’이다. 현재 미국에 필요한 대책이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은행은 체력(자기자본)이 떨어져 기업 대출이라는 본연의 업무가 어려워졌다. 체력이 약화된 이유는 부실자산(회수 불능이 된 대출 등의 부실채권과 매수자가 없는 증권화 상품)이라는 암세포 때문에 출혈(적자)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후의 수단으로 그 암을 도려내는 수단이 곧 부실자산 인수다. 하지만 제거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돼도 체력은 이미 약해졌기 때문에 자기자본도 키울 필요가 있다. 두 대책 모두 민간에 맡기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 2008년 10월 부시 정권은 새로운 법률을 제정했다.

그 주된 목적은 당초 부실자산의 인수였지만 “역시 체력 증강이 선결과제”라고 생각을 바꿔 순식간에 자본투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법률에 기초한 계획의 명칭은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이었는데 부실자산은 나 몰라라 한 채 세금을 은행에 퍼부었다. 그래도 신용경색은 풀리지 않았다.

부실자산 처리가 진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를 이어 정권을 잡은 오바마 진영은 부실자산의 인수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간다. 단순 명쾌해 보이는 두 가지 조건이지만 과제는 많다. 정부가 부실자산을 인수할 경우 은행의 실패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되기 쉽다. 자본을 충분히 투입하기에는 공적자금의 예산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있다. 2개 조항 중 하나를 충실히 실현하기도 힘든 일이다


12. 도요타 쇼크 일본 제조업 ‘휘청’


도요타의 부진은 일본 제조업 전체의 부진을 시사한다.
2008년 11월 6일, 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자동차는 2009년 3월까지 1년간의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1조 엔이나 감소할지 모른다고 발표했다. 세계 시장은 도요타마저 흔들린다는 소식에 충격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었다. 고비용 구조에 팔리는 차도 없는 미국 빅3의 경영위기에 익숙해 있던 투자가도 경영효율이 뛰어나고 전 세계에서 인기차종을 판매하는 도요타의 급격한 업적악화는 예상 밖이었다.

구미의 신문은 그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11월 7일 도쿄증시에서 도요타 주가가 급락하면서 닛케이 평균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초우량 기업도 피해 가지 못하는 세계경기의 한파에 맞닥뜨려 시장에는 아연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2008년 초 도요타는 세계 자동차 사상 최초로 연간 1000만 대 판매를 향해 전진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표면화한 2008년 후반부터 판매가 급감하면서 실적이 897만 대에 그치고 말았다. 최대 시장인 미국의 부진이 특히 심해 2009년 2월의 판매대수는 업계 전체적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4%, 도요타도 39.8% 감소했다. 2월의 일본 국내 생산실적은 재고감소를 목표로 한 조업단축 때문에 전년 동월 대비 64%나 줄었다.

11월의 도요타 쇼크 이후에도 환경은 더욱 악화돼 두 차례나 더 실적을 하향 수정해야 했다. 2009년 3월까지 1년간은 영업적자가 4500억 엔에 달할 전망이어서 1년 전의 2조2703억 엔 흑자에서 무려 2조7203억 엔이나 감소하는 셈이다. 영업적자는 71년 만에 처음이다. 2008년 8월부터 5개월 동안 달러 대비 한때 20엔이나 상승했던 엔고도 실적에 여파를 미쳤다.

도요타의 경우 달러 대비 1엔 오르면 연간 400억 엔의 손해를 본다고 한다. 도요타의 부진은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제조업 전체의 부진을 시사한다. 일본 재무성이 3월 5일 발표한 통계를 보면 예상대로 2008년 10~12월의 제조업 경상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4.3%나 줄어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 관련 업종과 IT 관련 업종의 수출이 급감해 2004년 2분기 이래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도요타가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한 사실은 특히 암울한 소식이다. 2008년 3월에 9000명에 가까웠던 임시직 종업원을 2009년 3월 말에는 3분의 1로 축소했다. 자동차 관련 산업은 철강 등 연관산업을 포함하면 일본 국내에서 501만 명, 전체 취업자 수의 7.9%를 고용하는 일본 경제의 큰 기둥이다.

서브프라임 위기는 미국의 주택거품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13. 모든 거품은 다단계 판매다

세계적인 불황을 초래한 서브프라임 위기는 미국의 주택 거품이 터지면서 발생했다. 그 주택 거품은 일종의 다단계 판매였다. 다단계 판매란 회원을 피라미드 구조로 늘려가며 나중에 들어오는 회원이 내는 돈으로 선배 회원이 소득을 올리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회원의 계속적인 증가를 전제로 하는 방식이지만 인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반드시 벽에 부닥치게 된다.

미국의 집값은 90년대 후반부터 계속 올라 2006년에 절정에 달했다. 특히 마지막 몇 년간은 가격이 너무 올라 거품만 키웠다. 이 무렵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받아 집을 사는 사람이 급증했다. 이 주택대출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금리가 높지만 자격심사가 까다롭지 않고 최초 금리가 낮게 설정된다.

2~3년 뒤에 상환액이 급증하지만 집값이 상승하는 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자택을 담보로 하면 손쉽게 대출을 받기 때문이다.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한 먼저 산 사람은 집값 상승의 혜택을 본다. 이런 이점이 존재하는 한 사겠다는 사람은 계속 늘었다. 모두 주택가격이 계속 오른다고 믿었다. 마치 다단계 판매처럼 거품이 계속됐다.

주택거품뿐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품이라고 일컬어지는 경제현상은 모두 다단계 판매와 유사하다. 튤립 뿌리가 투기의 대상이 됐던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거품’도, 1980년대 후반 일본의 주식·토지 거품도 기본적으로 마찬가지다. 상승 분위기에 들뜬 사람들이 잇따라 사겠다고 나섰다. 다단계 판매와 마찬가지로 거품은 언젠가 붕괴한다. 그리고 어떤 시대에나 거품은 일어난다. 다음에는 어디에 거품이 생길까


14. 그린 뉴딜에 지나친 기대는 금물


환경·에너지 산업의 진흥은 경기를 살리려는 포석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야심 차게 제창한 ‘그린 뉴딜’ 정책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오바마가 내세운 이 환경·에너지 대책은 2019년까지 10년간 1500억 달러를 친환경 재생가능 에너지, 태양전지, 풍력발전, 바이오연료, 수소 에너지, 고연비 자동차 등에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그에 따라 50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린 뉴딜’이라는 명칭은 미국에서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 대책으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실시한 경제사회정책 ‘뉴딜 정책’에서 연유한다. 후버 댐이나 테네시 계곡 개발공사 등 대규모 공공사업으로 수요와 고용을 창출했다.그린 뉴딜 정책은 다시 말해 루스벨트가 실시한 대규모 수요진작·고용창출 정책을 환경·에너지 관련 산업의 진흥으로 실현해 보자는 취지다.

재정지출로 경기회복을 촉진하면서 신산업 육성으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환경대책도 마련하는 일석삼조의 대책이다. 예컨대 기업회생에 박차를 가하는 빅3가 필요로 하는 강력한 연료전지 개발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게다가 중동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에너지 조달방식에서 탈피하는 길도 된다.

원유가격은 2008년 여름 사상 최고인 배럴당 150달러 가까이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배럴당 50달러 정도로 떨어졌다. 하지만 신흥국 경제가 예전의 성장세를 회복하면 석유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앞으로 다시 오른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한편 그린 뉴딜에도 의외의 부작용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에탄올 등의 바이오 연료를 장려하려고 보조금을 지급하자 식용작물을 버리고 바이오 연료용 작물로 전환하는 농가가 늘어 결국 식료품 가격의 급등을 초래하는 식이다. 그린 뉴딜의 경기부양 기능도 의문시된다. 7870억 달러의 경기부양법에 포함된 것은 자동차용 배터리 개발 등 신에너지 기술 지원비 약 300억 달러로 전체의 4% 미만에 불과하다. 경기대책의 80% 가까이는 감세와 의료·학교 등의 지원이다. 각각 3000억 달러나 배정돼 있다


15. 케인스가 꼭 옳지는 않다

콧수염이 잘 어울리는 영국인 경제학자 케인스가 요즘 전 세계에서 주가를 올린다. 제2차 세계대전 전에 활약했던 케인스가 지금까지 활동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세계 각국이 그의 이론에 기초한 경기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해 2월, 8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결정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4조 위안의 대책을 발표했다.

일본과 유럽 각국도 잇따라 경기대책을 내놓았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케인스형의 정책으로 불린다. 쉽게 말해 케인스 정책이란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끌어올린다는 말이다. 불경기에 도로와 다리를 건설하는 공공사업이 전형적인 사례다. 민간수요가 침체됐을 때는 정부가 수요를 창출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사고가 바탕을 이룬다.

얼핏 쉽게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말은 아니다. 원래 케인스 정책은 일종의 진통제이며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다. 병자(경제)가 진통제를 맞아서 일단 기운을 되찾아도 병(경제 전체의 약점)을 치료하지 않으면 다시 쓰러지고 만다. 게다가 돈의 사용방법에 따라서는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다.

가망 없는 기업의 수명을 연장시켜 경제 전체의 효율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 정부의 부채가 증가해 훗날 증세로 연결되기도 한다. 케인스 정책은 근년 들어 미국 등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비상사태다. 격통을 멈추지 않으면 병자가 견디지 못한다. 환경·에너지 등 장래성 있는 분야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 죽은 케인스가 지구를 구할지도 모른다


16. 보호주의는 당신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


세계무역기구 본부 앞에서 공정무역을 촉구하는 풍자극을 벌이는 옥스팜 회원들.
미국인은 미국 제품을 사라-. 글로벌 경제 시대에 무슨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냐 할지 모른다. 하지만 올해 2월 확정된 경기대책에는 실제로 그런 규정이 포함돼 있다. 바로 ‘바이 아메리칸 조항’이다. 이 조항에 따라 공공사업에서는 미국 제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의무화됐다. 철강과 공업제품이 대상이다.

미국인의 고용을 지키려면 바이 아메리칸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그럴듯하다. 분명 국민의 세금은 국민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실로 무서운 보호주의의 덫이 숨겨져 있다. 보호주의란 자국의 산업을 외국과의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말이다. 경기가 나쁠수록 정부는 보호주의로 기울기 쉽다.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이 전형적이지만 바이 아메리칸처럼 외국제품을 차별하거나 자국 기업만 공적자금으로 구제할 때도 넓은 의미의 보호주의다. 보호주의는 왜 나쁠까? 우선, 외국기업과의 경쟁을 막기 때문에 보호받는 업계를 제외한 다수의 국민이 손해를 본다. 보호주의가 없으면 싸고 질 좋은 외국제품을 마음대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보호주의는 보복을 부를 우려가 있다. 상대는 “네가 하면 나도” 하는 식으로 반응하기 쉽다. 그러면 이번에는 자국의 수출이 어려워져 국민이 또 손해를 입게 된다. 이렇게 세계의 무역이 위축되면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진다. 과거 50년 이상, 세계경제는 무역자유화의 혜택을 입었다.

선진국이 번영하고 개도국의 빈곤이 감소한 연유도 무역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현재 보호주의적인 움직임이 세계로 확산된다. 러시아가 자동차 관세를 인상하자 일본의 중고차 수출업자가 큰 타격을 입었다. 인도는 중국제 완구의 수입을 금지하고 그때까지 면세였던 수입철강에 관세를 부과했다.

프랑스는 자국의 자동차 제조사 지원을 결정하면서 자동차 생산을 국내 공장으로 한정한다는 등의 조건을 붙여 프랑스 자동차의 해외 공장이 있는 체코 등지가 거세게 반발했다. 이런 움직임을 보며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 미국에서 성립된 스무트 홀리 관세법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다.

연방의회의 리드 스무트 상원의원과 윌리스 C 홀리 하원의원이 공동 제안한 법률로 수입품의 관세율이 평균 약 60%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인상됐다. 그것을 기화로 세계 각국이 앞다퉈 관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세계의 무역액은 4년 새 3분의 1로 줄었다. 세계공황이 장기화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각국 지도자들은 물론 그런 역사를 잘 안다. 회의에서 얼굴을 마주 대할 때마다 보호주의는 중단하자고 서로 다짐한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정치가는 항상 유권자의 눈치를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스무트 홀리 관세법도 국내 경제학자들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입법화됐다.

국내 산업의 보호가 반드시 좋지는 않다. 보호주의는 개인 소비자를 보호해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생활까지도 위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7. 일·중은 미 국채를 계속 매입할까

미 국채란 미국 정부의 빚 증서를 말한다. 그 빚이 경기부양책과 금융안정화 대책 때문에 2008년 4450억 달러에서 2009년은 1조7500억 달러로 확대됐다. 미 국채의 절반가량을 보유하는 외국 정부 등 외국인 투자가가 불안을 느껴 빠져나가면 미국은 재정파탄에 빠질지도 모른다. 미 국채는 여태껏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 대상이었다.

미국은 경제·군사대국일 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도 통용되는 달러를 발행하는 기축 통화국으로서 원금과 이자를 떼일 위험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1년 예산에 가까운 총 3조 달러의 채권을 외국 정부에 매각해 재정적자를 메우는 힘도 그 때문에 생긴다.

2008년 시점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약 2조 달러의 외환을 보유한 중국은 미 국채 보유액에서도 7396억 달러로 세계 1위다(일본은 6348억 달러로 2위). 중국은 그동안 꾸준히 채권 매입 규모를 늘려가는 듯했지만 금융위기 후 그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일본의 보유액도 증가세를 멈췄다.

양국의 채권매입이 정체되기 시작한 이유는 재정적자 확대와 FRB의 달러 대량공급에 따른 인플레 우려 등으로 달러 하락의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이나 일본이 보유한 미 국채의 가치도 하락한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3월 13일 미 국채에 관해 “자산의 안전성이 다소 걱정된다”고 말했다.

힐러리 미 국무장관은 2월 중국 방문 때 중국 정부에 국채 매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 경제는 아직 수출 의존형으로 이들의 최대 수출국은 공히 미국이다. 미 국채를 모조리 팔아 치워 관계가 악화되면 수출이 타격을 받고, 매입하지 않으면 가격폭락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울며 겨자 먹기인 셈이다.


18. 소비세를 내렸더니 소비가 준 이유는?


감세도 얼어붙은 영국의 소비 심리를 살리지 못했다.
경기대책으로 소비세를 내렸더니 소비가 늘기는커녕 거꾸로 줄었다. 그런 희한한 일이 영국에서 일어났다. 영국은 유럽에서도 특히 불황이 심하다. 브라운 총리는 지난해 11월 경기대책의 일환으로 그해 12월부터 1년간 부가가치세 세율을 17.5%에서 15%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감세규모는 총 125억 파운드(24조5000억원).

하지만 감세가 시작된 12월의 소매매출은 전년과 비교 가능한 기존 점포 기준으로 3.3%나 줄었다. 자료가 집계된 지난 14년 이래 최악의 수치였다고 한다. 불과 2.5%포인트 폭의 세금 감소로는 얼어붙은 소비자의 구매의욕에 불을 댕기기에 부족했다고 보인다.

2009년 1월의 소매매출은 1.1% 증가했지만 2월에는 다시 마이너스 1.8%로 떨어졌다. 어느 조사에서는 중소기업의 97%가 “감세 효과 없다”고 대답했다. 이웃나라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조차 “영국의 감세는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혹평할 정도였다. 분명한 사실은 재정적자가 불어난다는 현상뿐일지 모른다.


19. 파산법 11조는 파산이 아니다

이른바 Chapter 11은 파산한 미 대형 증권사 리먼 브러더스에도 적용됐다. 최근 심심찮게 들리는 법 조항이며 일반적으로 ‘연방파산법 11조’로 불린다. 하지만 ‘파산법’이라는 번역은 오해를 부르기 쉽다. 파산이란 경영파탄에 이르러 빚을 갚지 못하게 된 기업을 해체해 그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분배할 때를 가리킨다.

회생을 전제로 한 Chapter 11의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다. 파산법 11조가 얼마나 회생 지향적인지를 나타내는 좋은 예가 11조의 ‘단골손님’들인 미국 대형 항공사다. 운임인하 경쟁과 유가급등 영향으로 지난 10년간 유나이티드 항공이나 델타 항공 등 4개 대형 항공사가 적용을 받았지만 그 뒤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세계의 하늘을 계속 누비며 지금은 모두 경영이 정상화됐다.

이 법률의 적용을 받을 때 영어에서는 ‘보호 아래 들어간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채권의 회수가 금지된다는 의미다. 파산 기업의 처리에서는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 물러나게 하는 일이 많은 반면 11조에서는 그대로 남아 자금 문제에 신경 쓰지 않고 재건계획 수립에 전념하게 한다


20. 죽국의 성장률이 8% 밑돌면 위험?

중국에서는 지금 경제성장률 ‘8% 유지’를 의미하는 ‘바오바(保八)’라는 용어가 널리 회자한다. 중국과 세계경제의 미래를 점치는 키워드다. 선진국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원자바오 총리는 3월의 전인대에서 2009년 성장률 8% ‘사수’를 선언해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중국경제는 경제개방을 시작한 1978년 이래 2007년까지 평균 9.9%라는 고성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중국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전망이 어두워진 탓에 ‘생명선’이라는 8% 유지가 어려울 듯하다. 그렇지만 흔히 말하듯 “8%를 밑돌면 중국사회가 불안정해진다”는 사고는 너무 단편적이다.

중국에서 고용을 확대하고 국민의 소득을 늘리는 데 필요한 최저한의 성장률이 8%라지만 시티그룹 애널리스트 출신인 황이핑에 따르면 그 근거의 하나는 중국에서 매년 순증하는 노동력이 800만 명에 달한다는 과거 통계에 있다. 매년 8%씩 성장하지 않으면 이 노동력을 모두 흡수하지 못해 실업자가 늘고 소비가 줄어 사회불안이 증폭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황에 따르면 매년 800만 명씩 새로 노동력이 증가한 경우는 90년대의 이야기다. 인구 고령화와 한 자녀 정책에 따라 2001년 이후의 10년간은 연 평균 500만 명 전후로 줄었다. 그렇다면 성장률은 5~6%면 충분하다. “8% 유지는 일종의 미신”이라고 황은 중국 경제지 차이징(財經) 인터넷판에서 주장했다.

“이론적 근거가 없으며 실증되지도 않았다. 8%를 밑돈다 해도 하늘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중국은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후에도 8% 붕괴를 경험했지만(98년 7.8%, 99년 7.6%) 그 2년간 농민과 도시 주민 소득의 평균 증가율은 4%와 7.5%였다. 외환위기 전후에 커다란 변화는 없었다. 도시 주민의 실업률도 97년부터 2000년까지 3.1%로 변화가 없었다(농촌은 데이터 없음).

소비지출은 농촌이 연 평균 1.5% 줄었지만 도시는 5.5% 늘어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이 시작된 시기를 커다란 사회불안 없이 뛰어넘었다. “GDP 성장률과 서민 생활이 반드시 어떤 상관관계가 있지는 않다”고 경제 전문가 중다쥔(仲大軍)이 말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8%’라는 숫자는 실은 환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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