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Global Investor] 지금은 ‘순환적 강세장’이다

[Global Investor] 지금은 ‘순환적 강세장’이다

세계 경제는 지난 50년래 가장 심한 홍역을 앓고 있다. 금융 시스템은 재무구조가 악화돼 수십억 달러의 자본을 조달해야 하며, 신종 플루가 세계로 확산되고, 집값은 아직도 바닥 모르고 추락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 세계의 주가는 급등세를 이어간다.

지난 4월 30일 뉴욕타임스는 ‘1950년대 후반 이후 가장 가파른 경기하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올렸다. 같은 날,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며 다른 유럽 국가들도 곤경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와 같은 하락세는 일본·한국·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국가들에서 더 심했으며 대다수 전문가는 중국이 발표하는 양호한 통계도 반신반의한다.

투자가 세계의 ‘고수’들과 권위를 인정받는 경제전문가들은 한 세대 동안 모은 금융자산이 증발할 것이라며 비관론을 설파한다. 문제는 수많은 경제 통계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왜 주가만 오르느냐는 것이다. 첫째,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통계는 이미 지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지난 4월 29일 미국 정부 발표를 보면 실질 GDP가 2008년 4분기 6.3% 하락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1% 감소했다. 이 6개월만 놓고 보면 지난 50년래 가장 급격한 하락이다. 하지만 같은 날 미국 주가는 급반등했다. 어찌된 일일까? 3월 중순부터 실물경제에 벤 버냉키 FRB 의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푸른 새싹’이 돋아나는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하락률, 이른바 이차도함수가 둔화되고 있었다. 일부 투자자는 세계 경제가 바닥을 치고 돌아서고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이제 그 푸른 새싹들이 잎을 하나 둘 펼치고 있다. 지난 2주 새 미국·독일·아시아 경제가 바닥을 치고 나아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징후를 보였다.

실질 GDP 성장률이 올 후반기 어쩌면 더 빨리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마저 보이기 시작했다. 신규 주문과 구매관리자지수 같은 주요 지표들도 오름세다. 기존 주택 가격을 가장 잘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신규 주택판매는 안정을 찾은 듯하다. 경험적으로 보면 GDP 감소가 급격할수록 회복세도 강했다.

월스트리트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이코노미스트 에드 하이먼은 3분기 실질 성장률을 4% 정도로 점친다. 주가가 오르는 둘째 이유는 TV와 신문 1면에 오르는 암울한 뉴스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점이다. 증시는 앞을 내다보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세계 경제가 호황을 구가하는 듯했던 2007년 여름에 이 끔찍한 하락장세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고수’들의 경우 일단 유명인사가 된 뒤엔 자신의 이론에 빠져든다. 이 새로운 스타들은 잇따라 책을 펴내고 거액의 강연료를 받으며 자신의 예측에 매달린다. 이는 약세장뿐 아니라 강세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컨대 지금은 비관론자들이 입장을 번복하기가 아주 어렵다는 점이다. 정말로 뛰어난 고수라면 모를까.

주가가 오르는 셋째 이유는 어마어마한 대기자금이 시장을 떠돌며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점이다.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은 미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무려 40%에 이른다. 우리가 체계적으로 동태를 파악하는 전문 투자가들의 심리는 최근 몇 주 새 약간 회복됐지만 여전히 극도로 비관적이다.

수십 년 전부터 미리 정해 놓은 포트폴리오 상한을 넘으면 자동으로 주식을 팔고 하한선 아래로 떨어지면 되사는 방식을 취했던 대형 연기금은 불안을 견디지 못해 자동거래를 중단했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벌써 25%나 오르자 적어도 과거의 최저 수준에서는 매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이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상승장을 놓치는 아쉬움은 상당히 크다. 추측하건대 그들이 곧 주식 매수에 나설 듯하다. 그 규모는 아마 수십억 달러에 달할 듯하다. 주가상승의 넷째 이유는 신용과 자금시장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등급이 높은 회사채부터 리스크가 큰 정크본드 등 모든 채권의 금리차가 좁혀졌다.

다른 금리의 기준이 되는 3개월짜리 은행 간 대출금리는 최근의 고점인 4.82%(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에서 1.02%까지 하락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사실은 높은 등급이나 낮은 등급 모두 채권발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단순한 약세장 랠리라고 평하며 이제 힘이 떨어져 하락하는 일만 남았다고 보는 애널리스트가 많다.

나는 오히려 넓은 가격대 안에서의 순환적 강세장이라고 본다. 가격이 10~20%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매도시기를 알려주는 한 가지 신호는 경제전문채널 CNBC나 주변 사람들이 경제가 훨씬 좋아졌다고 떠들어댈 때다. 호재에도 주가가 오르지 않을 때도 매도를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아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대적인 통화와 재정 부양책으로 시스템을 구제한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무리를 하면 언젠가 그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를 기준으로 할 때 앞으로 2~3년간은 지난 3월의 저점인 700, 그리고 2000년과 2007년의 고점대(1450~1500) 범위 안에서 폭넓게 오르내릴 듯하다. 결국 이 가격대 안에서 주기적으로 약세장과 강세장을 반복하며 투자자에게 기쁨과 고통을 줄 것이다.

[필자는 뉴욕에 있는 트랙시스 파트너스 헤지펀드의 전무 파트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47회 로또 1등 ‘7, 11, 24, 26, 27, 37’…보너스 ‘32’

2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3“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4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5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6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7“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8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9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

실시간 뉴스

11147회 로또 1등 ‘7, 11, 24, 26, 27, 37’…보너스 ‘32’

2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3“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4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5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