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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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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경제위기의 주범?


스토리가 경제위기를 가져온 주범이다?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가 되는 ‘스토리’가 어떻게 ‘경제위기’와 연결된다는 말인가?

하지만 누가 하느냐에 따라 말의 무게가 달리 느껴지는 법이다. 이 말.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 애커로프와 『비이성적 과잉』으로 불황을 예측해 유명세를 탄 로버트 쉴러의 얘기다. 그래서 뭔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생각해 보면 말이 된다. 정부가 이런저런 사업을 육성하겠다며 미래 비전을 얘기한다. 그건 ‘스토리’다. 이 비전은 투자자의 뇌리에 남고, 미래에 대한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녹생성장-자전거-자전거 기업의 연결고리를 보면 될 것 같다. 근데 이게 맞는 논리인가? 정말 녹색성장은 자전거산업을 일으키고, 그래서 자전거 회사는 잘될 것인가? 그래서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걸까? “그렇다”고 생각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스토리’와 ‘실제 상황’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전거 기업의 주가는 왜 오르는 걸까? 여기서 바로 ‘야성적 충동’ 이론이 등장하는 것이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고, 따라서 경제변동에는 야성적 충동이 개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토리는 야성적 충동을 자극하는 한 요소가 된다. ‘스토리’와 ‘경제변동’과의 관계는 이렇게 연결된다.

『야성적 충동』은 그동안 경제와 심리를 연결시키려는 ‘행동경제학’의 관점에 따라 경제를 설명한다. 그렇다고 이 ‘접근’이 꼭 심리학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미 경제학자 케인스가 이 개념을 고안해 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경제학의 주변부에 있던 ‘심리’ 변수를 핵심으로 이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저자는 무엇보다 이 ‘야성적 충동’을 자극하는 ‘경제적 요소’를 정리하고 있다. ‘스토리’ 외에 자신감, 공정성, 부패와 악의, 화폐 착각 등 네 가지를 꼽는다. 그리고 이 요소를 활용해 정통경제학에서 설명해 내지 못한 다양한 경제현상을 설명하려 시도한다.
이 같은 설명을 바탕으로 이 책은 두 가지 결론을 내놓는다.

첫째, “금융시장의 달걀은 깨졌다”는 것이다. 낡은 금융시스템이 붕괴됐다는 것이다. 둘째, 따라서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때는 인간의 ‘합리성’이 아닌 ‘비합리성’ 즉, ‘야성적 충동’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야성적 충동을 중시한 경제시스템’이 무엇인지 답이 없다는 것이다.

이재광 경제전문기자·지역연구센터소장·imi@joongang.co.kr



‘만들어진’ 동아시아 근대사


'뭉쳐야 산다.” 동아시아 연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갈등은 끊이지 않고 그 중심에는 ‘역사’가 있다. 특히 근대사 쓰기가 문제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중국의 동북공정을 둘러싼 논쟁이 핵심이다.

이 책은 그 이유를, 근대의 역사 쓰기가 국민국가의 설립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찾는다. 20세기는 근대 역사학을 적극 창출하고 서술해 온 시기로 ‘역사학의 세기’라 칭할 만하다.

동아시아 역사를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출범한 한·일 역사학자들의 모임인 ‘비판과 연대를 위한 동아시아 역사포럼’도 바로 이 부분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2004~2005년에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워크숍에서 발표된 논문을 모은 것이 바로 『역사학의 세기』다.

이 책은 ‘국사-동양사-서양사’로 짜인 세 개의 역사학 분과 체제 역시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는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한국이 일본의 역사관에 저항하면서도 이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역사학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역사학의 세기』는 한국역사학의 향방을 제시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천정원 지역연구센터 연구원·indigo0811@naver.com
자원봉사에 노동의 미래 달렸다
이 책을 말한다 - 미 사회학자 제러미 리프킨

하투(夏鬪)의 계절. 해묵은 청년실업 문제에, 화물연대 파업에, 7월 ‘대란설’이 나도는 기간제 비정규직 문제가 얹혀진다. 다시 ‘노동’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해결방법은?

미국의 사회학자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이,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이 질문에 답을 준다. 왜? 리프킨은 “기술의 발전 때문”이란다. 기술의 지나친 발전이 생산 작업실은 물론 사무실에서조차 인간의 노동력을 필요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실업이 늘고 실질임금도 준다. 기술의 진보를 따라잡지 못하고 일찍 퇴출당하는 노동자는 그래서 힘을 잃는다. 노조 가입자도 줄고 교섭력이 약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프킨은 비단 ‘노동’에 대해 얘기하는 것만은 아니다. 사회 전반에 대한 아주 ‘슬픈’ 평가를 내놓는다.

“현대인은 생물학적으로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수명을 누리지만 사회적으로는 가장 수명이 짧은 비극적 삶을 산다”는 것이다. 자칫 50세에 은퇴해 30~40년 동안 간신히 목숨만 부지해야 하는 삶을 살지도 모르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리프킨은 사회와 국가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한다.

“제3섹터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과 민간의 합치점인 제3섹터를 키워 일자리를 늘리자는 얘기다. 자원봉사나 사회사업, NGO활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리프킨은, 정부는 적은 돈을 들여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노동자는 사회에 봉사함으로써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자원봉사나 NGO활동이 느는 것을 보면 이미 우리는 그 길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재광 경제전문기자·지역연구센터 소장·imi@joongang.co.kr



머니해킹 돈 버는 방법이라는 것은 없다

최근 모 경제신문이 기획 연재한 ‘슈퍼 개미’ 시리즈에 네티즌은 열광했다. 폭발적인 클릭이 이어졌다.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사실 돈 버는 비결을 만인에게 알린다는 자체가 모순이다. ‘얼마로 얼마 버는 법’류의 책을 쓰는 이들의 주 수입이 인세라는 농담이 농담만은 아니다. 더욱이 돈 버는 방법이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 그 방법은 무용지물이 된다. 모든 이가 다 돈을 벌 수는 없다.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 김현 지음
■ 새빛 02-3442-4393 / 1만3000원



착한 택시 이야기 MK택시와 유봉식주의

택시 10대로 시작해 1800대가 넘는 대형 택시회사로 변신한 일본 MK사. 독특한 경영방식으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유봉식 회장의 독특한 경영 이야기가 출간됐다. ‘MK 정신’ 또는 ‘유봉식주의’라는 그의 경영 신화는 ‘손님에게 인사하라’는 기본에서 출발했다. 10년간 이어진 일본 장기불황에도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 5000명이 찾는다는 이 착한 택시회사 이야기는 듣고 또 들어도 들을 것이 많다.

■ 최계환 외 지음
■ 야누스 02-885-9938 / 1만2000원



경영자의 역할 70년 전 경영 고전이 알려주는 진리

이 책은 1968년에 ‘발간 30주년 개정판’이 나온 경영학 분야 대표적 명저다. 산업이 바뀌었고, 경영 패러다임이 변했는데 70년 전 발간된 경영이론이 통할까? 일부는 그렇고 일부는 아니다. 그럼에도 ‘조직을 협력 시스템으로 규정하고 경영자는 권한 행사를 통해 조직 구성원의 상호 협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사람’이라는 저자의 규정과 정의는 변하지 않는다. 때론 고전이 현재의 답을 알려준다.

■ 체스터 바너드 지음, 이정혜 옮김
■ 21세기북스 031-955-2401 / 1만8000원



1013통의 편지 재테크에 미쳤던 20대를 위한 애프터서비스

2007년 한 해에만 60만 부가 팔린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를 쓴 정철진씨의 후속작이다. 뇌쇄적으로 20대를 자극했던 전작과 맥락은 같다. ‘원칙적인 재테크가 결국에는 승리한다’는 것이다. 전작 『대한민국 20대~』를 따라 재테크에 미쳐봤더니 결국 남은 게 없다고 토로하는 독자들에게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라고 말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게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란다. 일종의 애프터서비스.

■ 정철진 지음
■ 한스미디어 02-7070-337 / 1만2000원



리스크 테이커 돈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소설이자 경제 교양서다. 이 책의 주인공은 탁월한 게임 감각으로 10억 달러가 넘는 돈을 번다. 그는 이 돈으로 무엇을 했을까? 그는 뉴욕연방준비은행 앞 빌딩을 사들여 부수고 그 자리에 헤지펀드 스승인 루이스를 기념하는 조각상을 세운다. 날개가 달러화로 된 나비 조각상이다. 장자의 ‘호접몽’이라도 말하려는 것일까? 이 책은 ‘돈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주제는 묵직하고 디테일은 압도적이다.

■ 가와바타 히로토 지음, 황영식 옮김
■ 미래인 02-562-1800 /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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