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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현금이야

바보야, 문제는 현금이야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자산을 불렸던 대체투자상품이 지금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대학의 골칫거리가 됐다. 몇 년 동안 투자자들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대학의 기금을 부러워했다. 사모펀드, 부동산, 원자재 같은 해외의 새로운 자산에 주로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얻어서다. 이 대학들은 미국 주식이나 채권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데이비드 스웬슨이 24년 동안 기금 운영을 총괄한 예일 대학은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 그래서 이 같은 자산배분 방법을 ‘예일대 투자법’이라 부른다. 많은 투자자가 모방한 예일대 투자법은 그러나 지난 12개월 동안의 약세 장에서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는 지난 회계연도 투자손실이 30%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예일대는 같은 기간 투자 손실이 25%라고 예상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미국의 한 명문대학 캠퍼스
거대한 아이비리그 기금의 앞날이 밝지는 않다. 현금으로 바꾸기 어려운 사모펀드, 부동산 펀드, 원자재 관련 자산에 주로 투자해서다. 일례로 최근 급격하게 떨어진 주가를 추정 가치가 반영하지 않는 목재 생산지가 있다.

예일대와 프린스턴대는 기금의 절반가량을 사모펀드, 부동산, 원자재에 투자했다. 투자금의 35~65%를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와는 크게 다르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목재 생산지에 투자한 자산의 가치까지 계산했다면, 지난 회계연도의 투자손실이 35%에 달할 것이다. 지난해 사모펀드, 부동산, 원자재 투자손실은 약 50%에 달한다.

석유, 천연가스 주식과 같은 주요 상품 지수는 50% 떨어졌다. 23개 선진국 증시를 포괄하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월드 지수의 부동산 투자신탁 지수는 45% 떨어졌고, 사모펀드 투자상품은 1달러가 50센트 이하에 거래된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27% 떨어졌다.

스탠퍼드, 미시간, 버지니아 같은 다른 주요 대학에서도 대체투자상품에 기금의 상당 부분을 투자했다. 스탠퍼드는 다른 큰 아이비리그 대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체투자상품에 적게 투자했다. 올해 스탠퍼드대는 손실이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0년에는 아이비리그 기금이 주식시장에 투자될 가능성이 있다.

현금으로 바꾸기 어려운 자산에 투자했다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이 거대한 아이비리그 기금의 투자처를 현금으로 바꾸기 어려운 자산에서 주식과 채권으로 바꿀 시기였다. 시장의 기회를 이용하고 재정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기금이 현금으로 바꾸기 어려운 자산에 더 몰릴 것으로 보인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예산을 늘리고 시장 상황이 좋았을 때 사모펀드, 부동산 투자를 관리했던 이들에게 새로운 투자를 맡겨서다. 보통은 사모펀드나 부동산에 투자했던 기금을 새로 다른 곳에 투자한다. 하지만 최근의 약세 장에서 기금의 크기가 크게 줄었다. 기관투자가가 사모펀드를 운영하다 그 일을 그만두려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보유한 기금을 모두 잃을 가능성도 있다.



손실 파장… 캠퍼스 곳곳 주름

유동성 문제는 2008년 회계연도에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인 369억 달러의 기금을 보유한 하버드대에 영향을 줬다. 하버드대는 최근 내부 채권관리자 두 명을 잃었다. 이들은 위험도가 높은 채권 매입을 말리며 기금을 더 보수적으로 운용하려는 대학에 불만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하버드대가 이렇게 조심하는 게 당연하다. 지난가을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져 하버드대는 사모펀드를 싼값에 팔기 직전까지 갔다. 지난해에 투자손실을 입었지만, 주요 대학 기금은 여전히 장기 기록을 갖고 있다. 2008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지난 10년 동안 예일대 기금은 매년 16.3%의 수익을 얻었다.

하버드대는 매년 13.8%, 프린스턴대는 매년 14.9% 늘었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의 연평균 수익은 2.9%였다. 거대한 아이비리그 대학 기금의 수익률이 떨어졌지만 기금운용 책임자는 지난 성과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만하다. 스웬슨은 매년 200만 달러를 받았다. 프린스턴대의 기금 관리자인 앤디 골든은 2007년에 150만 달러를 받았다.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예일, 프린스턴대 기금의 약 75%가 헤지펀드, 사모펀드, 부동산, 원자재에 투자돼 있었다. 하버드대 기금은 여기에 약 55%가 투자됐다. 일반적인 비영리 기금이 선호하는 곳에 투자한 비율은 35%였다. 예일대와 프린스턴대 기금은 95% 이상이 펀드나 펀드와 유사한 곳에 투자됐다.

이렇게 과도하게 한 곳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바이런 위엔 푸조캐피털매니지먼트 투자전략가는 “‘분산 투자’ 개념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고 했다.

“역사를 보고 모든 자산의 수익률과 변화 양상을 예측할 수 있다고 여겼던 적이 있었죠. 하지만 이제 역사는 전처럼 유용하지 않습니다. 예일대는 자산의 절반을 사모펀드와 원자재에 투자했습니다. 그 덕에 큰 수익을 얻었죠.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투자방법을 사용한 예일대가 앞으로 큰 수익을 얻기는 어려울 겁니다.”

최근 미국 공영방송인 PBS와의 인터뷰에서 스웬슨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분산투자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특히 예일대가 사용한 것과 같은 기관에서의 분산투자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현재 투자 손실이 25~30%에 달하자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스탠퍼드 대학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당장 각 학교 기금 관리자들은 사모펀드와 부동산 투자펀드의 책임을 지기 위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기금 감소와 졸업생들의 참여도 감소에 따라 미국 전역의 전문대, 4년제 대학들이 예산을 줄이고 있다. 아이비리그 학교들은 임금을 동결하고, 행정관이나 사무보조원을 해고하고 있다.

교수직 공석에도 새로운 교수를 채용하지 않는 실정이다. 하버드대의 몇몇 식당에서는 아침식사 제공도 사라지는 등 크고 작은 변화가 캠퍼스 곳곳에서 일고 있다. 프린스턴대는 2년 안에 13억 달러의 경영 예산에서 1억7000만 달러를 감축할 예정이다. 신규 건축공사나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도 정지시킨 상태다.

현 회계연도에 프린스턴대 기금은 이 대학 예산에 6억 달러 이상을 보탰다. 이는 학생들로부터 학비와 다른 비용으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하버드대는 케임브리지 메인 캠퍼스의 강 건너 위치한 매사추세츠주 올스톤의 신규 캠퍼스 공사를 늦추고 나아가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올스톤 주민들은 연장된 공사 때문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학교 기금은 1년 전에 비해 이익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곧 투자 손실을 회복하리라는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아이비리그 투자법을 주도했던 대학교 경영자들이나 비영리 단체들은 이제 증권이나 채권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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