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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식·국내·주식형 펀드가 유망

적립식·국내·주식형 펀드가 유망

하반기 경기 전망에 여전히 안개가 껴 있다. 주가 상승과 조정이라는 갈림길에서 증권사들은 저마다 다른 펀드 투자법을 내놨다. 혼란스러운 투자자들을 위해 중앙일보가 실시한 상반기 펀드 결산(7월 6일자 경제면)에서 금·은·동메달을 차지한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나섰다. 황성택(트러스톤·일반 주식형 수익률 39.17%), 정한기(유진·39.15%), 이원일(알리안츠·35.27%) 대표가 하반기 펀드 시장을 전망하고 고수익을 거둔 비법을 공개한다.



“최악은 지났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한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라 국내 주식형펀드 유망”
황성택(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정한기(유진자산운용 대표), 이원일(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대표) 등 세 전문가는 이 점에 대해 이견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 회복이 얼마나 빠르게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지에 대해선 약간의 의견 차이를 보였다. 결국 하반기 경기 상황에 따라 펀드 투자전략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이들이 본 우리나라 하반기 경제는 그리 나쁘지 않다. 그래서인지 세 대표 모두 해외보다 국내펀드가 더 유망하다고 답했다. 정한기 대표는 “한국 시장은 글로벌 경기에 선행한다”며 “경기 회복기에 가장 빨리 실적이 개선되는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것과 무관하지 않은 의견이다. 정 대표는 “실적 개선의 폭이 클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2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원일 대표 역시 “몰라보게 달라진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투자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어느 쪽에 돈이 몰릴까? 각각 대형주와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 중에서 황성택·이원일 대표는 대형주를, 정한기 대표는 중형주의 손을 들어 줬다. 황 대표는 “2008년 시장이 급락할 때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의 하락폭이 컸고 올해 초 시장이 반등했을 때 중소형주가 더 선전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오른 만큼 앞으로 상승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하면 실적장세에 들어서 업종 대표주인 대형주가 더 유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유망 지역은 입 모아 ‘중국’


정한기 유진자산운용 대표
“인플레이션 올 가능성 커 원자재펀드 눈여겨볼 것”
반면 정 대표는 “한국은 경기 저점을 지났다는 견해가 강하지만 선진국은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을 보여 하반기 지수 흐름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보다 등락을 보일 것이다. 대형주의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예외가 있다. 이미 실적 개선을 보인 정보통신(IT)주나 자동차 관련 주는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경기 회복 기대감이 있는 중형주일 것이라고 했다.

상반기에 해외주식형펀드 수익률(31%)이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26%)보다 높게 나타났다. 하반기 해외에 투자한다면 어느 지역이 좋을까? 신흥국과 선진국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이 대표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유로, 황 대표는 위험자산으로 투자가 재개된 분위기를 근거로 선진국보다 신흥국 투자가 더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정한기 대표는 “경기 회복기에 들어서면 불황의 진원지였던 미국의 기업 실적이 신흥국보다 더 빠르게 좋아질 것”이라며 선진국을 선택했다.

그는 선진국에 높은 점수를 줬지만 한국과 중국은 예외라며 중국을 하반기에 가장 유망한 지역으로 꼽았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강하게 작용하고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인플레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이 대표 역시 중국을 유망 지역으로 추천했다. 세 대표는 경기가 회복되는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수익을 노리기보다 중장기적으로 접근하고 거치식보다 적립식으로 투자할 것을 권했다.

또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태도는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정 대표는 “경기의 방향성과 회복 속도가 뚜렷하지 않아 수익률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고, 황 대표는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심하고 2010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경기가 상승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어 황 대표는 “시장에 기대와 의심이 공존하는 시기로 서서히 오르는 장이 될 것”이라며 “거치식보다 적립식이 수익성 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해외보다 국내로 쏠린 것은 올해 말 해외펀드 비과세 제도가 폐지된다는 불안감이 한 원인일 것이다.

2007년에 원화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으려고 정부가 한시적으로 도입한 비과세 제도가 폐지되면 연말까지 얻은 수익은 비과세가 인정되고 내년부터 나는 수익에 세금이 부과된다. 현재 금융당국이 기획재정부에 기간 연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많은 투자자가 하반기에 환매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 대표는 들썩이는 분위기를 경계하며 “해외투자는 위험 분산 차원에서 하는 것으로 세금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면 오히려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가 말하는 함정이란 절세를 목적으로 국내펀드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위험이 집중돼 더 큰 손실을 보는 것을 뜻한다.

황 대표 역시 “세금의 유무보다 투자지역의 상황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는 당장 환매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투자처가 중복된 펀드는 이번 기회에 정리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녹색펀드, 성장성 있지만 ‘올인’ 안 돼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두는 단연 녹색성장이다. 자산의 60% 이상을 녹색 테마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녹색성장펀드라고 하는데 지난 4월 첫 출시된 이후 현재 29개로 늘었다. 녹색성장펀드는 녹색테마주의 급등에 힘입어 주목 받았지만 설정액 규모가 크지 않고 수익률이 불안정해 투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녹색성장펀드의 장기적인 수익 달성에 대해서는 세 대표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표는 “정부가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16조원을 녹색성장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각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아니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생존의 문제기 때문에 녹색성장산업 발달은 필수”라고 말했다.

석유 수입 세계 4위, 1인당 석유 소비 5위, 석유 총 소비량 6위, 탄소배출량 10위 등 한국이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량이 높은 제조업 중심 국가인 것이 이 대표의 의견을 뒷받침한다. 정 대표 역시 “아직 기업, 개인의 소비 여력이 부족해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이 집중될 녹색성장산업은 발전이 예상된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당장 투자하기에 불확실한 요소가 있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게다가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사업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일시적인 성장을 보고 투자할 것이 아니라 건실한 재무구조를 가진 관련 기업과 꾸준히 성장할 사업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

황 대표는 “일부 녹색 관련 주는 과도한 기대감으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위험도 함께 커졌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녹색 관련 주에 올인(All-in)하는 펀드보다 기업의 가치에 따라 녹색성장산업, 비 녹색성장산업의 비중을 조절해 투자하는 펀드를 선택할 것을 권했다. 결과적으로 주목할 만한 상품이긴 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하라는 얘기다.

이들 세 대표의 회사는 펀드를 2∼3개 운용하는 소형 운용사다. 특히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은 펀드 순자산이 각각 545억원, 334억원으로 1000억원에 못 미친다. 세 대표에게 고수익을 낸 비법을 물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을 실현했다. 대표펀드인 칭기스칸펀드에 운용 역량을 집중해 높은 수익률을 냈다.


고수익엔 ‘현장탐방’만 한 게 없어


이원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대표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녹색성장펀드 주목할 만”
황 대표는 “상반기뿐 아니라 1년 수익률 역시 높다”며 “팀어프로치 방식(각 팀의 협조)의 운용이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는 회사 전체 운용 인력의 투자 의견이 펀드를 운용하는 데 반영된다.

이렇게 하면 몇몇 펀드매니저에게 의존하지 않아 잘못된 판단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황 대표의 설명이다. 또 황 대표는 현장을 중시하는 리서치 활동을 강조했다. 1년에 2000회 이상 기업을 탐방한 결과 고수익이라는 열매를 맺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유진자산운용의 고수익 비법에 대해 “운용에 비법은 없다”고 답했다. 바꿔 말하면 기본 원칙을 지켰다는 얘기다. 정 대표는 “계속해 기업을 방문하고 각종 세미나와 스터디 모임에 참여해 종목 발굴과 시장분석에 힘썼다”며 “3월에 장이 반등한 이후 저평가 종목과 경기가 회복될 때 상대적으로 실적 개선 기대감이 큰 중소형주 비중을 늘린 것이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이 회사는 상반기에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의 비법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알리안츠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끈질긴 기업방문이 투자에 대한 확신을 갖게 했다는 것. 이 회사는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한 중소형주 펀드의 선전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Tip. 펀드 투자, 이것이 궁금하다


□ 처음 투자할 때는 대표펀드에 가입하는 게 좋다?

“장단점이 있다. 많은 초보 투자자가 인지도를 믿고 대표펀드에 가입한다. 좋은 점은 회사의 운용 철학과 시스템을 가장 잘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운용사의 같은 유형 펀드인데 수익률 격차가 큰 것은 가입할 때는 대표펀드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대표펀드에서 밀려났다는 뜻이다. 대표펀드에 가입할 때는 같은 유형 펀드의 수익률 차이가 적고 적은 수의 펀드에 집중하는 운용사의 상품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또 주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장이나 적극적으로 전략을 바꿔야 할 시장에 대응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 장기투자를 강조하는데 장기란 얼마 동안을 가리키나?

“3년 이상(황성택 대표), 2년 이상(정한기·이원일 대표), 무조건 기간이 긴 장기투자가 아닌 주기적으로 투자자산의 위험과 수익률을 점검하는 장기투자가 필요하다.”
□ 현실적으로 펀드 완전판매가 이뤄지기 어렵다. 펀드에 가입할 때 꼭 살펴야 할 것은?

“펀드의 투자 대상, 투자 한도, 위험 요인을 알고 과거 성과가 안정적이었는지를 살핀다. 운용사의 운용 전략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뀌는 펀드는 우선적으로 제외한다. 또 해당 펀드의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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