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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광속 불변의 법칙을 알았나?

아인슈타인은 광속 불변의 법칙을 알았나?


위대한 과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생애를 다룬 시리즈 중 제12권이 7월 22일 출간된다. 미국 패서디나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IT)의 ‘아인슈타인 페이퍼 프로젝트(EPP)’가 아인슈타인이 1921년에 주고받았던 서한 791통과 인터뷰, 강연 내용을 묶은 책이다.

1921년은 아인슈타인의 생애에서 매우 중요한 해였다. 아인슈타인에 관해서라면 새롭게 밝혀질 사실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열혈 팬들에게 이 책은 적어도 중요한 의문 한 가지를 풀어준다.

‘관찰자의 운동 속도나 방향과 상관없이 빛의 속도는 동일하다’는 가설을 입증한 1887년의 실험을 아인슈타인이 얼마나 알았느냐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1905년의 논문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광속 불변의 법칙은 특수 상대성 이론의 근간을 형성하는 중요한 전제였다.

마이켈슨-몰리 실험으로 불리는 이 실험은 광파를 실어 나르는 물질이면서 공간의 절대 좌표계를 이루는 에테르가 존재하지 않음을 입증했다. 실험자 앨버트 마이켈슨(190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과 에드워드 몰리(화학자)는 관찰자가 정지해 있든 이동 중이든 빛의 속도(약 30만㎞/s)는 일정하다는 명제를 입증했다. 이런 성질을 가진 건 빛뿐이다.

일례로 시속 50㎞로 달려오는 자동차를 마주보며 역시 같은 시속 50㎞로 달린다면, 자동차는 시속 100㎞로 가까워진다. 그러나 빛의 경우는 다르다. 빛의 속도(c라고 하자)로 움직이며 또 다른 광선을 향해 다가간다 해도 목표 광선의 속도는 2c가 아니라 여전히 c로 보인다.

관찰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길이와 시간 간격이 다르게 측정된다고 주장한 특수 상대성 이론은 빛의 속도가 관찰자의 운동과 무관하게 언제나 일정하다는 광속 불변의 원리를 주요 전제로 삼았다.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은 광속 불변의 원리를 어떻게 알았을까? 자서전에서 아인슈타인은 16세 때 광선에 올라탄 채 다른 광선을 쫓아가는 상상을 하다가 자신의 운동 속도와 상관없이 목표물은 계속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1879년에 태어난 아인슈타인이 16세가 된 해는 1895년으로, 마이켈슨-몰리 실험이 있은 지 8년이 지나서였다. 과학계와 아무 관련도 없었던 10대 소년이 발표 8년 뒤에 그 실험을 알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진짜 의문은 그가 26세였던 1905년, 특수 상대성 이론에 마지막 손질을 가하던 시점에 마이켈슨-몰리 실험을 알았느냐는 점이다.

월터 아이작슨이 2007년 출간한 아인슈타인 자서전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은 마이켈슨-몰리 실험이 광속 불변의 법칙을 전제로 한 자신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끼친 영향을 두고 “상호 모순적인 진술”을 해왔다고 한다. 1922년에 아인슈타인은 마이켈슨-몰리 실험이 “특수 상대성 원리로 나를 이끄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자신이 1905년 특수 상대성 논문을 발표한 뒤에야 마이켈슨-몰리 실험 논문을 읽었으며, 광속 불변의 법칙은 “당연한 진리로 생각했다”는 발언을 했다. EPP가 발간한 제12권에는 아인슈타인이 1921년 5월 4일 시카고 파커 스쿨에서 했던 연설 녹취록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연설에서 아인슈타인은 “가장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고 CIT의 과학사가인 다이아나 버크월드 EPP 총감독은 말했다. 책의 서문에서 버크월드는 이렇게 적었다. “파커 스쿨에서 아인슈타인은 청중을 의식해서인지(마이켈슨-몰리 실험은 인근 클리블랜드에서 실시됐다), 학생 때 마이켈슨-몰리 실험을 우연히 접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 때 저는 여러분의 동료인 마이켈슨이 이런 종류의 실험을 이미 실시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버크월드는 그 실험이 “상대성 이론의 수립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두고 학계에서 논쟁이 계속돼 왔다. 일부 과학자는 혁명을 가져온 특수 상대성 논문에서 해당 실험을 참고 문헌으로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1905년 논문 발표 당시에 아인슈타인이 마이켈슨-몰리 실험을 몰랐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에 집중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921년 강연에서 밝혀진 새로운 사실로 아인슈타인이 마이켈슨-몰리 실험을 알았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표절 의혹을 제기하거나 힌트를 제공한 이전의 과학적 발견을 무시했다고 주장하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아인슈타인이 광속 불변의 법칙을 알았는지, 알았다면 언제 알았는지를 둘러싼 문제는 오랜 세월 역사학자의 관심을 끌어왔다.

아이작슨의 예리한 지적대로, 아인슈타인 이전에도 절대운동과 절대공간, 절대시간의 존재를 의심하는 물리학자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직관에 불과한 개념을 특수 상대성 이론으로 체계화한 장본인은 분명 아인슈타인이었다. 새롭게 발견한 녹취록을 보면, 많은 물리학자가 알았지만 아인슈타인만이 특수 상대성 이론으로 체계화한 과학적 명제 목록 속에 광속 불변의 원리도 포함시켜야 할 듯하다.

1921년의 문서를 살펴보면, 한 해 동안 아인슈타인이 물리학자에서 유명인사로 탈바꿈하는 과정이 보인다. 물론 그는 과학자로서의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1921년에는 중력과 전자기 통합에 몰두했으며, 1955년 사망할 때까지 중요 과학 이론을 계속 연구했다. 그러나 1905년의 특수 상대성 이론과 1915년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이미 그에게 과거의 일이었다.

1921년에 아인슈타인은 처음으로 베를린의 집을 떠나 유럽과 미국으로 6개월 간의 여행을 떠났다.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에 히브리 대학을 설립하려는 기금 마련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여행 중에 네 번의 프린스턴 대학 강연을 포함해 아직 논쟁 중이던 상대성 이론을 주제로 17회의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는 차임 바이츠만(훗날 이스라엘의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이 이끌었던 시오니즘 운동을 돕는 기금 마련에도 동참했고, 닐스 보어와 파울 에렌페스트를 비롯한 물리학자들과 양자 이론을 두고 열띤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물리학에서처럼 세계 정치에서도 실세로 떠오른 셈이다.

정치적 문제에서 아인슈타인은 독일에 복잡한 감정을 품었던 듯하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뮌헨 방문 요청을 거듭 거절하면서도 연합국이 모여 독일의 전후 배상을 논의한 파리 평화회의가 암스테르담에서 열렸을 때는 독일을 대표해 참석하기도 했다. 영국의 로이드 조지 총리와 캔터베리 대주교를 만난 그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는데, 독일 우익 신문이 아인슈타인의 암살을 요구하는 기사를 게재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회원으로 있었던 평화주의 단체 ‘새로운 조국’이 1921년 1월 2일 독일의 신속한 무장해제를 요구하며 프랑스가 독일 군국주의 부활을 감시하고 필요 시 내정 간섭도 불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적이 생기기 시작한 때는 유대 운동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히브리 대학 설립기금을 모을 때 아인슈타인은 “박해와 도덕적 핍박을 받은” 유대인 동포를 도우려는 취지라며, “장래가 촉망되는 유대인 청년들”이 대학에서 공부하거나 일할 기회를 거부당하고, “모순되고 냉정한” 대우에 좌절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고 말했다.

화학무기를 개발한 후 1차 대전 중 독일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지휘했던 노벨 화학상 수상자 프리츠 하버는 아인슈타인이 시오니즘의 “영국인 지지자들”과 어울려 다닌 사실은 조국 독일을 배신한 셈이라며 그를 비난하기도 했다. 새로 발간된 책에는 아인슈타인 어록에 포함될 명언이 처음으로 언급됐다.

강연차 프린스턴 대학을 방문한 아인슈타인은 33년 전 마이켈슨-몰리 실험에서 부정했던 에테르의 존재를 입증할지도 모를 예비 실험이 패서디나 인근의 윌슨 산에서 실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함께 있던 수학자 오스왈드 베블렌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답했다. “신은 오묘하기는 하지만, 심술궂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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