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흔들리는 ‘글로벌 TV 왕좌’...중국 2강에 新 경쟁자까지 ['치지직' 위기의 韓 TV] ②
- 치열해지는 글로벌 TV 패권 다툼
삼성·LG전자, 글로벌 점유율 1위 휘청

중국 2강의 추격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28.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9년 연속 1위를 지켰다. 2006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선두를 내준 적이 없는 셈이다. 삼성은 프리미엄과 초대형 시장에서 강점을 보였는데, 이는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병행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QLED는 백라이트 뒤에 퀀텀닷 필름을 얹어 색을 구현하는 LCD(액정표시장치) TV의 진화형 기술로, 밝기와 대형 화면 구현에 유리하다. OLED는 픽셀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구조로 완벽한 블랙과 얇은 디자인을 가능하게 한다. 삼성은 두 기술을 동시에 전개하며 소비자 선택지를 넓혔고, 같은 해 OLED TV만 144만대를 판매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LG전자는 OLED의 원조 주자로 프리미엄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LG가 주력하는 OLED TV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구조 덕분에 명암비와 화질 면에서 확실한 차별점을 갖는다. 지난해 LG전자는 이 분야에서 52.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2년 연속 글로벌 1위를 이어갔다. 출하량은 318만대에 달했고, OLED와 LCD를 합친 전체 TV 판매량은 2260만대, 매출 기준으로는 글로벌 TV 시장의 16.1%를 차지했다.
삼성은 전체 TV 시장에서, LG는 OLED 세부 시장에서 각각 1위를 지키며 한국 양강 체제를 굳히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그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최근 글로벌 TV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TCL과 하이센스의 약진이다. 두 회사는 2024년 4분기 기준 출하량 합계에서 삼성·LG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2024년 4분기 기준 글로벌 점유율은 삼성 16%, TCL 14%, 하이센스 12%, LG 10%로 집계됐다. TCL과 하이센스의 합계 출하량이 삼성·LG를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물론 연간 매출에선 여전히 한국이 우위다. 다만, 분기별 출하에선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이중 균형’이 현실화됐다.

TCL과 하이센스의 공세를 가능하게 한 가장 큰 무기는 패널 구매력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두 회사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LCD TV 패널 구매 점유율을 합쳐 26%까지 끌어올렸다. 올해에는 TCL이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최대 패널 구매자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패널은 TV 제조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조달력에서 우위를 확보하면 초대형 라인업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가격 협상에서도 절대적 우위를 갖게 된다. 또 다른 강점은 공급망 다변화다.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압박 속에서도 두 회사는 멕시코와 동남아시아에 생산 거점을 확대해 북미 시장 공급을 흔들림 없이 이어갔다. 이 전략 덕분에 관세 리스크를 흡수하면서도 현지 유통망을 강화할 수 있었다.
여기에 가격 전략도 주효했다. TCL과 하이센스는 98인치·100인치급 초대형 미니LED TV를 1500달러(약 204만원) 전후 가격에 출시하며, ‘합리적인 프리미엄’ 수요를 공략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가의 OLED 대신 접근 가능한 초대형 TV를 선택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 같은 투트랙 전략은 중저가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과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체급 확장을 동시에 이뤄내며, 한국 양강을 위협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샤오미가 빠르게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기기와의 연동을 앞세운 샤오미는 낮은 가격대의 보급형 TV로 5위권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점유율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자체 운영체제(OS)와 앱 생태계를 활용해 스마트홈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이 강점이다.
여기에 인도와 동남아 시장에서도 신흥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도의 뷰(View), 원플러스(OnePlus), 리얼미(Realme) 같은 로컬 브랜드들은 온라인 유통망을 기반으로 중저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들은 현지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를 파고들면서, 기존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지 못한 틈새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미와 일본에서도 경쟁자들이 나타났다. 미국의 로쿠(Roku)와 비지오(Vizio)는 각각 플랫폼과 유통망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로쿠는 자사 운영체제와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해 저가형 스마트TV 시장을 파고들고 있고, 비지오는 대형 유통 채널을 기반으로 북미 중저가 시장을 안정적으로 지켜내고 있다.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소니는 게이밍 수요에 특화된 OLED TV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확고한 팬층을 유지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유럽을 거점으로 틈새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과거의 압도적인 영향력은 사라졌지만, 특정 시장에서의 브랜드 충성도는 여전히 경쟁자들에게 부담 요인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시장만큼은 지켜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 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TV 업체에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 시장에서 초격차 기술과 디자인에 방점을 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TV는 양적, 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도전장을 받고 있다”며 “지난해 4분기의 경우 물량 공세에 밀린 결과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여전히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디자인 경쟁력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 프리미엄 시장마저 내주게 된다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 TV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넘볼 수 없는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물량과 프리미엄을 동시에 잡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초격차 기술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영역에서 확실한 우위를 지켜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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