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한 호재 없이 주가 오르는 이유는?
![]() ![]()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이베이의 본사. |
경매에 입찰하면 가격이 올라갈 때마다 애가 탄다. 현재 이베이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이베이 주가가 올해 52%나 올랐고 최근 2주 동안만 15% 상승했기 때문이다. 투자할지 말지 고민 중이라면 먼저 왜 주가가 올랐는지 알아보자.
우선 핵심 사업인 온라인 경매 부문이 최근 드디어 실적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금흐름도 풍부하고 소비자 경기 안정화로 혜택을 보고 있다. 또 그간 경매사업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온라인 결제시스템 페이팰(PayPal)과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Skype)라는 신성장 사업도 보유하고 있다.
이베이 주가가 최근 인상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긴 했지만 여전히 5년 전 최고점을 찍었을 때보다 50%가량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주가수익비율(PER)이 올해 주당순이익을 1.51달러로 예상했을 때 약 14배, 2010년 예상치인 1.62달러의 약 13배에 그쳐 전반적인 주식시장과 비교할 때 약 20%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PER이 훨씬 더 높은 아마존 같은 동종 업체에 비해 저평가된 셈이다. 베인&컴퍼니 컨설턴트 출신의 존 도나휴가 지난해 메그 휘트먼의 뒤를 이어 새 사령탑에 오른 뒤 이베이 경영진은 경비 절감과 온라인 ‘장터’(marketplace)의 간결화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고정가격 물품을 공급하는 대형 판매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최근 몇 달간 그들의 노력이 실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 2분기에 판매 완료된 이베이의 총 물량은 전 분기에 비해 2.7% 늘어났다. 지난 1분기 1.6% 감소분을 뒤집은 셈이다. 순이익과 매출액도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다. RBC 캐피털 마켓의 스티븐 주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인 회복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고 말했다.
또 도나휴가 주류 유통업자를 포섭하는 데 집중하면서 경매 상품 대비 고정가격 상품의 비중이 늘어났다. 2008년 이베이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부문 총 매출의 51%를 고정가격 상품이 차지했으며 금액으로 따지면 약 56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부터 경매 사업의 성장률은 떨어지고 있다.
고정가격 시장 개발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10년간 이베이는 지나치게 고평가된 거품 기업에서 소외받는 저평가 기업으로 바뀌었다. 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출발한 이베이는 변변한 이윤도 내지 못했던 초창기 시장가치가 300억 달러에 달했다. 오늘날 이베이의 시장가치는 280억 달러며 매년 20억 달러 이상의 잉여현금흐름(FCF)이 발생한다.
나스닥 시장의 멈추지 않는 IT 사랑
1990년대 후반의 첨단 기술에 대한 광적인 열기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지만 기술기업을 높이 사는 나스닥 지수의 특징은 여전하다. 아마존의 PER은 예상순이익의 무려 50배에 달한다. 그런데 이베이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타깃보다도 프리미엄이 낮다. 이베이는 아마존닷컴처럼 특화된 상품군을 갖추진 못했다.
아마존의 E북 리더 ‘킨들’처럼 화제작을 개발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점점 더 아마존과 유사한 사업 체계를 세우고 있다. 이익률을 훨씬 높여서 말이다. 지난해 이베이는 85억 달러의 총 매출과 18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아마존은 192억 달러의 총 매출에서 6억45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물론 이베이 주식이 주당 10달러 미만으로 거래되던 지난 3월에 비하면 투자 호기는 지났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 주가 급등 이후 20달러 아래로 다시 떨어져도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베이 주가가 내년께 20달러 후반대로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적이 계속 받쳐준다면 말이다.
스티븐 주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부문의 향후 매출 전망이 밝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이베이 실적 발표 이후 이베이 주식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3월 이후 이베이의 상승세는 회사 매출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과 도나휴의 경영 개선안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믿음에 기인한 바 크다.
밥 스완 이베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자상거래 분야가 비교적 신생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온라인 매출은 아직 총 소매 매출의 6~7%에 불과하며 매년 15%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600억 달러 상당의 온라인 거래가 페이팰을 통해 이뤄졌다. 전년 대비 27% 늘어난 수치다.
스카이프의 경우 이베이 총 매출액의 10% 미만을 차지하지만 연간 420%씩 급성장하고 있다. 4억81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한 스카이프는 인터넷 전화 시장에서 독보적인 선두를 지키고 있다. 이베이는 내년 중으로 기업공개(IPO)를 통해 스카이프를 분리 매각할 계획이다.
스카이프가 이베이의 다른 사업 부문과 유기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에 따른 결정이다. 하지만 이번 분리매각은 스카이프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베이의 사업 구조를 간결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요즘 이베이는 해외 매출 비중이 날로 늘고 있다.
미국이 아닌 해외 시장에서 기록한 매출이 2분기 총 매출 21억 달러 중 54%를 차지했다. 영국, 독일, 한국(이베이가 한국 최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G마켓을 인수했다) 같은 나라에서는 온라인 경매가 미국보다 훨씬 인기가 있다.
이베이 투자자들의 유형을 보면 10년 전과는 큰 차이를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성장투자형 투자자들이 이베이 주식을 사들였지만 요즘에는 가치투자자가 대세다. 사우스이스턴 애셋 매니지먼트나 닷지&콕스 같은 자산관리기업들이 최근 지분을 늘렸다.
한국에선 G마켓 인수
여전히 이베이의 앞날에 회의적인 애널리스트도 많다. 이베이를 담당하는 32명의 애널리스트 중 매수를 추천한 이들은 8명밖에 안 된다. 세 명은 ‘팔자’ 의견을 내놨다. ‘사자’쪽도 신중한 편이다. 주가가 25달러 이상 오르겠다고 예상한 사람은 없다. 주의할 것은 대다수 애널리스트가 아직도 이베이 하면 온라인 경매에만 주목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총 판매물량을 이베이 실적의 지표로 삼고 있는데 최근 2분기에 고정가격 상품의 총 판매가치는 전년 대비 19% 올랐다(해외매출도 달러 가치로 환산한 값이다). 이것은 전년 대비 17% 하락한 온라인 경매 부문의 손실을 덮고도 남는다. 또 온라인 경매 외에 이베이의 ‘숨은 보석’ 페이팰의 가치 역시 간과하기 쉽다.
이베이 경영진은 앞으로 3년간 페이팰의 매출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토머스 위젤 파트너스의 크리스타 퀄스 애널리스트는 페이팰의 가치가 순이익의 13배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퀄스는 페이팰의 가치를 이베이의 주력 사업인 마켓플레이스 사업보다 두 배나 높게 본다. 그간 이베이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에 인수될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베이가 가진 방대한 트래픽과 네트워크 효율성이 광고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얘기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이베이의 새로운 경영진의 장기 회생 전략이 아직 절반밖에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베이가 매력적인 인수 대상으로 거론된다는 얘기는 바꿔 말하면 투자 대상으로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뜻이다. 앞으로 2년간 목표한 실적을 달성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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