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크, 아직 김 빠지지 않았다
|
1990년대 치열했던 콜라 전쟁에서 펩시를 따돌린 코카콜라에 더욱 막강한 적수가 나타났다. 불황에 허덕이는 경제에 웰빙에 대한 관심까지 겹쳐 미국 내 탄산음료 소비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자연히 코카콜라의 실적과 주가도 하락세를 그렸다. 올해 코카콜라의 순수익은 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주가는 지난 12개월간 13% 떨어져 주당 48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계 비알코올 음료 시장의 10%를 점유하는 세계적인 음료업계 강자에게 이번 위기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일지 모른다. 금융위기 전에 미국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코카콜라는 풍부한 자금력과 마케팅 노하우, 타사와 차별되는 글로벌 유통시스템을 활용해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을 빼앗고 핵심 사업을 강화하고 있었다.
또 경비를 절감하고 신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미국 내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려 했다. 73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탄산음료 시장에서 코카콜라의 점유율은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3% 줄었다.
코카콜라만의 전략
특히 눈여겨볼 점은 코카콜라 경영진이 그간 곧잘 마찰을 빚었던 코카콜라 병 제조업체(bottler)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체들은 코카콜라 본사에서 콜라나 주스 농축액을 사서 병음료로 생산한다. 최근 코카콜라는 기존에 고수하던 연간 재계약 방식을 버리고 향후 수년간의 농축액 가격을 미리 합의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번 계약으로 코카콜라는 병음료 용량에 따라 고정된 가격을 청구하는 대신 제조업체들의 수익 중 1%를 받기로 했다. 분석가들은 그런 방식이 제조업체들에 브랜드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동기를 부여한다고 말한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내 코카콜라의 프랜차이즈 모델이 크게 활성화할 수 있다”고 크레디스위스의 카를로스 래보이 애널리스트가 말했다.
하지만 이런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카콜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09년 예상 순수익의 15배에 그쳤다. 지난 20년간 가장 평가절하된 값이다. 코카콜라는 현재 급성장 중인 신흥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기업 재무구조도 건전한 편이다. 또 세계인이면 누구나 알 만한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탄탄한 경영진을 두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코카콜라의 주가수익비율은 최소 17배는 넘어야 한다는 게 몇몇 전문가의 주장이다. 환산하면 주당 56달러가 된다. 코카콜라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의 보유 종목 중 최대 규모에 속한다. 체리 콜라는 버핏이 가장 좋아하는 음료이기도 하다.
버핏은 코카콜라의 23억 주 가운데 2억 주를 보유하고 있다. 일부 비판론자는 미국 내 탄산음료 매출 감소를 이유로 코카콜라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판단은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의 코카콜라 위상을 간과한 결과다. 중국 시장은 두 자릿수의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1886년 미국에서 5센트에 팔리기 시작한 코카콜라는 현재 200여 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코카콜라는 총매출의 80%, 영업이익의 95%를 해외시장에서 얻고 있다. 물론 비판론자들도 일리는 있다. 탄산음료의 상승세는 1994년 최고조를 이뤘다. 그 후 콜라 대신 물이나 이온음료를 마시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지난해 에너지음료 레드불은 평균 생산량이 5% 늘어난 반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3% 이상 감소했다. 결국 코카콜라도 비탄산음료를 적극 개발해 물음료와 비타민워터, 네스티 등을 출시했다. 코카콜라에서 생산되는 제품 중 탄산음료 비중은 78%로 내려앉았다. 10년 전에는 90%였다.
중국·남미 업고 훨훨
|
사실 코카콜라의 글로벌 생산량은 4% 증가했다. 인도에서 33%, 중국에서 14%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미국 내에서는 1% 감소했지만 1분기보다는 나은 성적이었다.
분석가들은 최근 실적을 근거로 내년 코카콜라의 실적 개선을 점친다. 미국 증권가는 코카콜라의 2010년 순이익을 76억 달러, 주당 3.3달러로 예상한다. 매출은 320억 달러로 전망한다. 올해는 310억 달러의 매출에 70억 달러(주당 3.04달러)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통계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코카콜라는 남미 등 해외시장에서 가격을 인상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또 총생산량 증가와 경비 절감도 한몫했다. 경영진은 2011년까지 연간 5억 달러 절감하기를 기대한다. 주로 경영관리 비용이다. 또 자사주 매입으로 주당순이익(EPS)을 늘리고 있다.
코카콜라는 올해 10억 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장기적으로 코카콜라는 매출은 4~5%, 영업이익은 6~8%, 주당순이익은 10% 가까이 늘려갈 계획이다. 배론스와의 인터뷰에서 게리 페이어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코카콜라의 연초 대비 실적이 경영진의 장기 목표에 부합하는 편이라고 평했다.
“요즘 같은 경제환경에서 기존 목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라고 페이어드는 말했다. 대다수 투자자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함께 묶어 생각한다. 사실 펩시는 스낵식품 업계 강자며 매출 규모도 430억 달러로 코카콜라보다 크다. 동시에 해외시장에서의 입지는 코카콜라보다 약하다.
두 기업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병 제조업체와의 관계다. 펩시는 이달 초 80억 달러를 들여 자사 제조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큰 두 곳을 인수했다. 경비 절감과 매출 신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제조업체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는 방식의 프랜차이즈 모델을 고수한다.
무흐타르 켄트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도 제조업체 출신으로 1978년 코카콜라에 합류해 지난해 CEO에 올랐다. 그는 최대 규모인 코카콜라 엔터프라이즈(CCE)를 비롯한 병 제조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브랜드 파워 강화와 유통투자 확대 등을 논의한다. 코카콜라는 CCE 지분의 35%를 소유하고 있다.
몇몇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코카콜라의 전략이 성과를 낼 것으로 자신한다. “프랜차이즈 모델은 투하자금수익률과 수익성 측면에서 탁월하다”고 아들럼 브라운의 스티븐 볼랜드 애널리스트가 말했다. “앞으로도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제조업체들의 의욕을 북돋는 일도 코카콜라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병 제조업체는 글로벌 총매출의 89%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남미에서 처음 도입한 다년도 가격 협상 계약 덕분에 남미 지역은 코카콜라의 든든한 성장동력이 됐다고 크레디스위스의 래보이가 설명했다. 물론 음료 시장은 경기의 영향을 받는다. 경제 회복이 더뎌지면 코카콜라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또 잠시 휴전 상태라고 해도 미국 탄산음료 시장의 43%를 차지하는 코카콜라와 31%인 펩시의 경쟁은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과 같다. 호주의 레드불도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결국 켄트를 비롯한 경영진이 코카콜라 조직의 세 가지 필수요소인 제품, 제조업체, 유통업체를 잘 이끌어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입맛과 방대한 신흥시장을 제대로 공략한다면 투자자들의 효자종목으로 거듭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Klout
Klout
섹션 하이라이트
섹션 하이라이트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 모아보기
- 일간스포츠
- 이데일리
- 마켓in
- 팜이데일리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50억 도쿄집’ 추성훈, 3000만 현금 들고 다니는 ‘플렉스’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종민·에일리·심현섭, 오늘(20일) 결혼… 연예인 하객들 바쁘겠네 [왓IS]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1만원대 맞아?” BBQ 치킨에 짬뽕 무한리필 끝판왕 뷔페[먹어보고서]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한화에어로 유증 여전히 물음표…또 제동 걸렸다[위클리IB]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국내 TPD 회사는 저평가 되었나…당면한 숙제는 '임상'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