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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최북단 ‘안보’ 관광지 최적

한반도 최북단 ‘안보’ 관광지 최적


한반도에는 세 개의 고성군이 있다. 공룡으로 유명해진 경상남도의 고성이 그 하나요, 명태로 유명한 강원도 최북단의 고성이 둘이며, 금강산으로 유명한 북한의 고성이 마지막이다. 강원도 고성군은 38선이 생기면서 북쪽 땅이 됐다가 한국전쟁 이후 상당 부분 수복되면서 현재의 고성군이 됐다.

하지만 본래의 고성읍 지역은 여전히 북한 땅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남한의 고성에는 고성읍이 없다. 남한의 고성군은 인구 3만여 명의 작은 동네지만 북한의 고성군은 인구 10만 명이 넘는 큰 고장이다.



1. 명태도 관광객도 사라진 고성


1. 고진동 계곡 끝자락 고진동 계곡의 물은 비무장지대를 휘감아 돌아 북한의 동해안으로 흐르는 남강으로 합류한다. 여기서 치어를 방류하면 다 자란 연어는 북한 사람들의 잔칫상에 오르게 될 것이다. ⓒ조우혜 2. 건봉사 입구 건봉사 입구 초소의 병사들이 신종플루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를 서고 있다. 이 검문소를 지나면 부대 안길을 거쳐 곧장 화진포로 이어진다. ⓒ조우혜
고성군은 해마다 인구가 줄어드는 대표적인 농어촌 지역이다. 토착 인구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온난화의 여파로 동해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고성의 특산품인 겨울 명태도 사라졌다.

명태 없는 명태축제가 고성에서 해마다 열린다. 사라진 명태보다 고성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는 건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진 것.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 관광이 2008년 7월 중단되면서 고성 경제는 그야말로 폭격을 맞은 것처럼 크게 위축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고 돌아와 금강산 관광 재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산적한 과제가 많아 금방 문이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8월 휴가철에 고성군을 찾은 취재팀이 보기에도 고성은 관광지로서의 활력을 크게 상실한 모습이었다. 유난히 수온이 낮은 탓인지 한여름 피서지 인파는 어느 해수욕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주차장은 텅 비어 있고 백사장에는 천막들만 바람에 을씨년스럽게 펄럭였다. 그나마 가장 많은 인파를 만난 곳은 통일전망대였는데, 날씨가 쌀쌀한 데다 비까지 내려 해수욕을 포기한 인파가 그리로 몰린 모양새였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직격탄을 맞은 고성군이 올여름 피서 성수기마저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모습은 외지인이 보기에도 안타까웠다.



2. 진부령과 건봉사

설악산을 넘어 동해로 가는 길은 세 갈래다. 제일 남쪽에 있는 고개가 한계령으로 양양군에 닿는 길이다. 중간에 있는 고개가 미시령으로 그 끝에 속초가 있다. 제일 북쪽의 고개가 진부령으로 강원도 최북단 고성군으로 이어진다. 백담사 앞을 지나면서 시작되는 진부령 좌우측에는 족히 수십 개는 넘을 황태집이 즐비하다.

겨울이면 수만 마리의 황태를 널어 말리는 덕장들이 길가 밭에까지 만들어져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풍광 자체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진부령 꼭대기에 있는 알프스리조트의 풍광 또한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이다. 알프스리조트는 이름 그대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유럽적인 낭만이 깃든 사계절 종합 휴양지다.

한국스키박물관을 비롯한 스키장 시설이 기본으로 들어서 있고, 수영장과 썰매장 등 사계절 휴양에 필요한 시설들도 잘 갖춰져 있다. 알프스리조트를 넘어 동해로 향하다 보면 좌측으로 건봉사 가는 길이 나온다. 백두대간의 가장 빼어난 절경이 진부령에서 건봉사 가는 길까지 길게 이어지는데, 길이 좁고 가팔라 지루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금의 건봉사는 아무런 출입절차 없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지만 얼마 전까지도 이곳은 민통선 지역이어서 천혜의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있다. 건봉사는 서기 520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한 사찰이라고 하니 연륜으로 치자면 1500살 가까이 된 고찰 중의 고찰이다.

설악산의 신흥사며 백담사를 말사로 거느리던 우리나라 4대 사찰 가운데 하나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널찍하게 남은 빈터만이 그 시절의 웅장했던 가람을 짐작게 한다. 건봉사의 수많은 전각은 한국전쟁 때 모두 불에 타 소실됐고, 절 입구의 불이문만이 유일하게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건봉사는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들의 구국 봉기를 일으켰던 호국사찰이기도 하다. 현재의 대웅전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서면 그 우측 담장 너머로 널따란 공터와 샘물의 흔적이 있는데 말하자면 승병들의 연병장으로 사용되던 터라는 전설이 있다. 공터밖에 남아 있지 않아 관광객들은 아예 가보지도 않는 곳이다.

고진동 계곡 건봉사 뒤편의 계곡으로 한없이 깊고 깨끗한 곳이다. 군용 지프가 아니고는 다닐 수 없는 곳이고, 민간인의 출입은 제한된 곳이다. 철책이 사라지는 날 고성군이 자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비경이자 히든 카드다. ⓒ조우혜



3. 통일전망대와 DMZ전시관

사명대사는 또 당시 왜군들이 오대산 월정사 등지에서 강탈해 갔던 부처님의 진신 치아 사리를 도로 찾아와 이곳 건봉사에 모시기도 했다. 진신 치아 사리는 세계에 모두 15과가 있는데 이 중 3과가 스리랑카에, 나머지 12과가 우리나라, 그것도 건봉사에 모셔져 있다.

12과 중 5과를 도굴꾼에게 내주었고 나머지 8과 중 5과를 일반인들이 친견할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불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진신 사리는 불법 자체와 동일한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건봉사 뒤쪽의 고진동 계곡은 가을 단풍이 가장 빼어난 곳이다.

취재진이 찾아간 한여름에도 계곡은 깊고 차고 맑아서 청량함을 한껏 발산하고 있었다. 이 계곡의 물은 비무장지대를 지나 북한의 남강으로 흘러간다. 아쉽게도 민간인들은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다. 건봉사를 나와 화진포 해수욕장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진부령에서 화진포로 이어지는 46번 국도를 다시 타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건봉사 우측에 있는 군부대 검문소를 통과해 곧장 화진포로 빠지는 방법이다.

신분증을 보여주고 이름을 적어야 하는 등 간단한 절차가 필요하지만 후자의 방법을 추천한다. 길도 빠르거니와 민통선 안쪽의 살아 있는 산과 계곡의 비경을 즐길 수 있다. 화진포 해수욕장 주변에는 김일성 별장, 이승만 별장, 해양박물관 등 관광 시설들이 밀집되어 있다.

동해안의 뛰어난 풍광이 집약된 곳이고, 해저 터널 등이 구비된 해양박물관은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체험학습장이다. 화진포에서 7번 국도를 타고 북으로 올라가면 명파리라는 마을에 닿는다. 최북단 초등학교, 최북단 해수욕장, 최북단 식당 등 모든 것에 최북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마을이다.

여기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최근 문을 연 DMZ박물관과 통일전망대가 있다. 금강산 관광을 위해 월경하는 사람들이 출입국 수속을 하던 CIQ 건물이며 휴게소 등이 텅 빈 채로 남아 있다. 통일전망대는 최북단 전망대이자 해금강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어서 해마다 수많은 사람이 찾는다.

고성군의 필수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 인근에 있는 금강산전망대(717OP)에서 보는 풍광이 더 수려하긴 하지만 이곳은 민간인들에게는 개방되지 않는 곳이다. 통일전망대를 지나 버스로 10분만 가면 북한의 출입국사무소에 닿는다. 이 길이 다시 열리는 날, 통일로 가는 길도 그만큼 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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