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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식 영어 따라잡기

오바마식 영어 따라잡기

샌프란시스코 고층 빌딩의 어느 방. 포춘 500대 기업에서 마케팅을 총괄하는 30대의 미국인 중역이 지난 6월부터 카마인 갤로의 개인 교습을 받았다. 갤로는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The Presentation Secrets of Steven Jobs)’ 등의 저서를 펴낸 인기 커뮤니케이션 강사.

회사 경영진과 거래처가 다수 모이는 신제품 발표회를 앞둔 그 중역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프레젠테이션 방법을 지도한다. 첫 번째 수업이 끝난 뒤 그 중역이 갤로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웃으실지 모르지만 버락 오바마처럼 말을 잘하고 싶습니다.” 물론 갤로는 웃지 않았다.

많은 전문직업인을 고객으로 둔 그로서는 흔히 듣는 말이기 때문이다. 조리 있는 말솜씨, 청중을 감동시키는 적절한 어휘 구사, 강한 리더십을 발산하는 지적 분위기-. 오바마의 연설에 매료돼 그처럼 청중을 사로잡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적지 않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는 오바마의 연설이 그동안 수백만 회나 재생된 인기 콘텐트다.

그의 기자회견이 거의 모두 생중계되는 이유(부시 정부 때와는 크게 다르다)는 미국이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에 직면했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미국 내에서만이 아니다. 핵 폐기를 호소한 프라하의 야외 연설에는 2만 명이 운집했다. 영어학습 열기가 뜨거운 태국의 대학생들은 오바마의 연설을 암송하고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오바마의 영어를 해설한 서적이나 DVD가 베스트셀러다.

“오바마의 등장은 사람들에게 말의 위력을 재인식시켜줬다”고 갤로는 말했다. “어떤 공약을 내세웠어도 그에게 뛰어난 화술이 없었다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려웠다. 이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오바마의 어떤 점이 그렇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걸까?

“자신만만한 태도와 이야기 내용, 그리고 목소리나 제스처를 이용한 전달방식 등 3가지 요소가 결합됐다”고 ‘오바마 화술(Say It Like Obama)’의 저자 샐 리안은 말했다. “그는 ‘무엇을 말하는가’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말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안다.”

미국 정계는 마틴 루터 킹,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 등 다수의 웅변가를 배출해 냈다. 그중에서도 킹의 연설은 “시적이고 특별했다”고 리안은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그 이상이며 마치 인간과는 다른 생명체 같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보통 사람도 그처럼 잘할 방법이 없을까?

분명 차분한 바리톤 음색이나 매력적인 미소, 8등신의 외모는 타고난 자질이다. 방대한 양의 독서로 익힌 날카로운 언어감각도 하루아침에 모방하기 힘들다. 그래도 갤로는 “오바마처럼 연설하고 싶다”고 말한 간부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요령만 터득하면 반드시 가능합니다.”

▎지난 6월 오바마가 이집트 카이로 대학에서 연설하고 있다.

▎지난 6월 오바마가 이집트 카이로 대학에서 연설하고 있다.



귀를 기울이게 하는 첫인상을 만드는 법실제로 오바마의 원고나 화술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말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구체적인 요소가 있다. 같은 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반복하는 두운이나 역사상의 명연설을 이용한 언어 유희처럼 원어민이 아닌 사람(그리고 다수의 원어민)으로서는 흉내내기 어려운 고난도의 테크닉도 있지만 기본 원칙은 간단하다.

게다가 이런 원칙들은 영어 실력과는 무관한 다른 차원의 능력으로 꾸준히 연습하면 얼마든지 몸에 익혀진다. 그런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기초한 리더십이나 설득력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필수 요소다.

설득력 있는 프레젠테이션으로 계약을 성사시키려 할 때, 정열적인 연설로 팀원들의 사기를 높이고자 할 때, 외국기업의 면접에서 유능한 전문직업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을 때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요구하는 요즘의 혹독한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오바마가 체현하는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더욱 강한 무기가 된다.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어 커뮤니케이션의 첫걸음은 뜻밖에도 ‘언어’가 아니다. 지난 6월 4일, 오바마가 이집트 카이로 대학 대강당에서 이슬람 세계를 향해 연설했을 때의 일이다. 등을 곧추세우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연단에 오른 오바마 대통령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청중을 향해 여유 있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강연대 앞에 서더니 강당을 한 번 둘러보고는 고개를 약간 숙여 인사한 뒤 청중과 시선을 마주쳤다. 이런 자신만만한 태도 덕분에 오바마는 말한 마디 하지 않고도 신뢰를 얻으면서 청중과 거리를 좁혔다. “첫인상이 강렬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몇 초 만에 그의 입을 주목하면서 ‘무슨 말이 나올까’ 기다리게 됐다”고 리안은 말했다.

“첫인상이 좋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해도 만회하기 어렵다”(그런 점에서 미 하원 공청회 때 어깨를 웅크리고 앉아 치켜뜬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한 리먼브러더스의 최고경영자 리처드 펄드는 최악이었다). 이어 그가 던진 첫 마디. 이때 무엇을 말하는가가 다음 관문이다.

오바마는 대체로 가벼운 조크를 던져 긴장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로 공감을 유도한다. 느닷없이 주요 안건을 파고드는 경우도 있다. 모두 만나자마자 처음부터 강펀치를 날려서 상대방의 이목을 집중시켜 분위기를 휘어잡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 한 가지, 앞으로 무엇을 주제로 어느 범위까지 말할 생각인지 도입부에서 명확히 밝혀둬야 한다.

“듣는 이의 머리 속에 ‘지도’가 그려지기 때문에 흐름을 예상하면서 듣게 된다”고 ‘오바마류 세계 제일의 연설법’의 저자인 도쿄 외국어대 쓰루타 지카코(鶴田知佳子) 교수는 말했다. 또한 메시지가 함축된 키워드를 반복해 언급하고 이야기를 마칠 때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렇게 하면 전체적으로 하나의 축이 생겨 기억하기가 쉽다. 연설의 처음과 마지막에 청중의 집중력이 가장 커지며 중간은 절구 모양으로 떨어진다는 심리학 실험결과도 있다. 그 효과를 오바마도 충분히 인식한 듯하다. 대선 유세 도중 오바마는 오하이오주의 어느 중학교에 들러 수업을 견학한 뒤 2학년생인 앤서니 호의 프레젠테이션에 촌평했다.

그는 처음에 조크를 던져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 좋았다고 칭찬한 뒤 갑작스럽게 이야기가 끝난 점이 아쉽다며 더 강한 인상을 남기는 마무리 방법을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그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야. 나도 대통령 선거에 나갈 때까지 무척 서툴렀단다.”

처음과 마지막에 메시지를 요약하는 습관에는 또 다른 이점도 있다. 생각이 정리돼서 자연스럽게 논리적인 문장이 구성된다는 점이다. “주제에서 벗어난 내용을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너무 두루뭉술해서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갈피를 못 잡는 폐단에서 벗어난다”고 쓰루타 교수는 말했다.


‘표지’ 덕택에 길 안내가 쉬워진다

도입부에서 머리 속에 대략적인 ‘지도’를 그려 듣는 사람을 목적지까지 올바르게 인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담화표지(discourse marker)’로 불리는 연결사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의 윌리엄 A 밴스 소장에 따르면 담화표지란 문두에서 이야기의 연결이나 방향성을 나타내는 표현을 말한다. ‘For example’ 이라고 말하면 듣는 이는 “이제부터 예를 들겠구나” 하고 예상하게 된다.

‘My point is ~’라고 하면 요점을 정리하고, ‘I say this because~’라면 이유를 설명하고, ‘In contrast’라면 비교되는 예를 들고, consequently 라면 결론이 뒤따른다는 표시다.

오바마도 구체적인 정책 등을 설명할 때 특히 다양한 연결사를 사용한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공동 회견에서도 ‘first, second, third, finally’ ‘That’s why’ ‘Just to give you one example’ 등을 활용해서 미-러 관계의 ‘리셋(재부팅)’을 명쾌하게 전달했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이나 업무 회의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또는 and, so, then 등의 초보적인 접속사나 부사밖에 사용하지 않고) 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 장황하게 늘어놓는 사람이 적지 않다. 듣는 이는 이야기의 전개를 예측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다가 엉뚱하게 오해를 하거나 화자가 비논리적인 사람이라고 속단하기 쉽다고 한다.

“담화표지는 고속도로의 표지판 격이다. 전방에 무엇이 있는지 가르쳐준다. 표지판이 없으면 곧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고 일본에서 ‘영어로 생각하는 스피킹(일본 다이아몬드사)’을 펴낸 반스는 말했다. 담화표지로 목적지 근처까지 유도했다면 그 뒤로는 길안내가 조금 서툴러도 대세에 큰 지장이 없다.

발음이나 문법이 완벽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없고 무리하게 어려운 표현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배운 티를 내려고 난해한 단어나 전문용어를 많이 구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자신의 수준에 맞는 단순한 영어가 최고라고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리앤드라 테메슈는 말했다.

“링컨 대통령의 2기째 취임연설도 단어의 70%는 단음절이었다. 간단한 표현과 웅변적인 말투는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그뿐만이 아니다. 뛰어난 악곡도 연주가 서툴면 빛이 나지 않듯이 원고가 아무리 훌륭해도 억양 없이 단조롭게 읽어 내려가면 듣는 이는 금방 흥미를 잃고 만다.

“(미국의 인기 코미디언) 잭 베리의 대본 자체는 아무런 재미도 없다”고 밴더빌트 대학의 존 기어 교수(정치학)는 말한다. “그를 위대한 코미디언으로 만드는 힘은 전달 기술이다.”강조하고 싶은 대목에서 말하는 속도를 늦추거나 일단 목소리를 낮춘 뒤 클라이막스를 향할수록 서서히 높여가는 수법은 오바마의 장기다.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말할 때는 가슴에 손을 얹고 약간 감상적인 음색을 사용하고 굳은 결의를 말할 때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모두 프레젠테이션이나 면접에 그대로 응용이 가능한 테크닉이지만 대다수 직장인은 그 이전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갤로는 지적했다. 목소리 자체가 너무 작다는 점이다.

“군중을 향해 말할 때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쉽고 편안하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침묵도 말하기 못지않은 웅변술이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서 잠시 침묵하기만 해도 긴장감을 고조시켜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예를 들어 오바마가 프라하 연설에서 핵확산 금지 체제의 강화를 호소한 대목.

오바마는 ‘Some countries will break the rules(규칙을 위반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뒤 잠시 뜸을 들인다. 청중이 “그렇군. 현실은 만만치 않겠다”는 점을 서서히 인식하는 시점에 ‘That’s why we need a structure in place that ensures when any nation does, they will face consequences(따라서 위반한 나라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만인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뜸을 충분히 들이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긴장하면 마음이 조급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콤마에서 3초, 마침표에서 5초간 침묵하면서 숫자를 세는 정도의 의식이면 된다”고 쓰루타는 말했다. 다만 뜸을 들이는 동안에 시선이 정처 없이 허공을 헤매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소그룹 회의에서든 대강당에서의 학회 발표에서든 주눅 들지 말고 반드시 청중의 눈을 바라봐야 말에 무게가 실린다. 그리고 청중을 대충 바라보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오바마가 늘 그렇게 하듯 시선을 좌우로 움직이면서 한 사람 한 사람과 일일이 시선을 맞추면 신뢰감이 커진다.

“80~90%는 듣는 이의 눈을 응시해야 한다”고 테메슈는 말한다.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프레젠테이션이란 두 사람 간 대화의 연장이다.”


‘대본’ 없는 상황에서 감점 받지 않는 요령오바마는 어떤 식으로 그렇게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몸에 익혔을까? 적어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 덕분은 아니다. 일리노이주 의회 의원이었던 90년대, 그는 아는 체하는 표정으로 논쟁에서 상대를 제압하려는 말투 때문에 종종 낮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선거연설은 의회에서 투표기록을 낭독하듯 무미건조했으며 토론회에서 거의 입을 열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뒤에도 정책 토론 등에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 훑고 지나가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야기가 추상적이거나 너무 모호해서 찬성인지 반대인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고 테메슈는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에게는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결점을 고치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원고를 몇 번이나 다시 뜯어고치고 토론에서 미숙한 부분은 완벽해질 때까지 연습을 반복했다. 대통령 선거 중 그를 밀착 취재했던 뉴스위크의 전 백악관 담당 기자 리처드 울프에 따르면 오바마는 보디 랭기지 코치를 고용해 강한 지도자의 인상을 풍기는 제스처를 연구했다고 한다.

“리허설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해서 ‘머리를 너무 들어올렸다. 점잖은 척하는 듯 보인다’든가 ‘마이크를 이용할 때는 무릎 위에 놓지 않도록 하라’는 등 일일이 코치를 받았다.”그것이 상당한 효과를 봤다. 양손을 좌우로 크게 벌리는 오바마의 동작은 그것만으로도 청중에게 일체감을 줬다.

하지만 아직도 고쳐야 할 점들이 있다. 기자 간담회 같은 사적인 자리에서는 ‘아~, 우~’ 같은 무의미한 소리를 내는 일이 많다. 답변이 너무 길어서 요점을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대본’이 없는 상황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가 어렵기는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회의나 동료와의 대화에서는 우선 기본적으로 반감을 살 만한 언동을 피해 감점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선을 돌리거나, 실없이 웃거나, 힘차게 악수를 하지 않으면 불성실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질문을 받았을 때 즉석에서 답변하지 않고 침묵하거나 ‘예스, 노’ 로만 답하는 태도도 영미인 파트너를 당혹하게 하는 요인이다. 무심코 쓰는 말버릇이 적대적인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예일대의 밴스 소장에게서 연수를 받은 일본인 중 좀처럼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는 영업담당자가 있었다. 협상 과정을 검증한 밴스는 그가 상대에게 동의하지 않을 때는 늘 ‘no’로 반론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느닷없이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면 상대방과의 사이에 순식간에 높은 벽이 생기며 비협조적이고 완고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no’ 대신 ‘I can see your point, but~,’ ‘That may be true, but~’ 등의 담화표지를 사용하라고 조언했더니 상담이 성사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협조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도 새로 얻게 됐다고 한다.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낀다이름을 부르는 방식에도 의외의 함정이 있다. 동양인은 대화 도중 상대의 이름을 부르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이름을 불러줘야 ‘예의’라고 생각하는 영미인들은 상대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오히려 소외감이나 적대감을 갖기 쉽다.

오바마도 회견 중 질문에 대답할 때 자주 기자의 이름을 끼워 넣는다. 금연에 실패한 일을 해명할 때도 ‘I think it’s fair, Margaret, to just say that you just think~’라며 질문한 기자의 이름을 중간에 언급했다. 수루가다이(駿河臺) 대학의 유이메구미(油井惠准) 영어학 교수에 따르면 이는 친밀함의 메시지를 담아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는 방법이다.

게다가 영어에서는 문법의 제약상 상대를 ‘you’라고 불러야 하기 때문에 이름을 대신 부르면 그 직접적인 측면을 완화시키는 기능도 한다. “영어문화권에선 이름을 부르는 편이 좋은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보면 된다”고 유이 교수는 말한다. “원어민이 자주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똑같이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는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우선은 Hi 직후에 상대의 이름을 부르자. 또 감정이 고조될 만한 타이밍에서 이름을 부르고(‘Well, you might think so, John, but~’) 상대의 반응을 살피면서 횟수를 늘려가는 편이 좋다(다만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가 ‘미스터 앤더슨’이라고 수 차례 불렸듯이 너무 지나쳐도 무례가 된다).

실제로 사무실의 일상회화에서든 프레젠테이션에서든 상대의 반응이야말로 최상의 ‘교재’다. 오바마가 많은 연설을 통해 기량을 연마했듯이 때로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수준을 높여가는 편이 좋다. 다만 가능한 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실업계 최고의 웅변가로 평가 받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연습벌레다.

맥월드 엑스포의 기조연설에서도 편안하게 이야기한다는 인상을 줬지만 무대 위를 도는 걸음 수부터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가는 타이밍까지 일일이 계산해서 리허설을 거듭했다. 잡스를 잘 아는 갤로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오바마는 세계를 향해 “인종이나 배경에 관계없이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어를 하고 싶다는 많은 영어학습자의 꿈과도 들어맞는다. 방법을 알고 철저히 준비하면 꿈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법이다.

[뉴스위크 일본판 제공]


‘전문성’을 높이는 마법의 영어단어윌리엄 A 밴스 (예일대 경영대학원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장)

사람을 감동시키는 연설이나 프레젠테이션에는 많은 기술과 준비가 필요하지만 가장 손쉬운 요령 중의 하나는 ‘수퍼파워 영어단어’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방법이다. 수퍼파워 영어단어란 마치 그림을 그리듯 청중의 머리 속에 시각적 이미지가 떠오르게 하는 단어를 가리킨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든 영문 메일을 작성할 때든 비원어민이 많이 사용하는 평범한 표현을 이런 단어로 바꾸기만 해도 ‘전문성’이 높아지고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유능한 기업계 인사의 발언에도 자주 등장하는 수퍼파워 영어단어의 효과를 아래 사례에서 확인해 보자.


problem ⇢ hurdleWe’re facing a new hurdle on this project.(우리는 이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문제에 맞닥뜨렸다).

어떤 프로젝트를 두고 논의할 때 problem(문제)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그 문제 때문에 프로젝트가 중단될지 모른다는 뉘앙스를 준다. 하지만 그것을 hurdle(걸림돌, 장애물)로 바꿔주기만 해도 허들 경기의 주자가 뛰어넘는 이미지를 연상케 해 눈앞에 있는 문제는 기술과 노력으로 반드시 뛰어넘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입장이 전달된다.


opinion ⇢ viewIn my view, the economy will begin to recover next year.(내가 보기에 경기는 내년부터 회복되기 시작할 듯하다).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in my opinion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opinion(의견)에는 지나치게 개인적이며 대립한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어서 상대와의 사이에 벽이 생길 위험성이 있다. 반면 view에는 뭔가를 어떤 특정 위치에서 바라본다는 이미지가 있다. 따라서 자신의 경험이나 목적, 지식에 기초한 견해이며 타인의 의견과 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인식한다는 인상을 준다.


disturb ⇢ derail (방해하다, 계획을 틀어지게 하다)

I got derailed by several phone calls this afternoon.(오늘 오후에는 전화가 여러 건 걸려와서 예정이 틀어졌다).

유능한 기업인은 매사에 전진하는 이미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progress(진보)나 move forward(전진하다)라는 단어를 애용한다. 또 어떤 예기치 못한 일로 사태의 진전에 차질이 생겼을 때는 열차의 탈선을 의미하는 derail(방해하다, 계획을 틀어지게 하다)을 사용해도 좋다. 탈선한 열차가 머지않아 복구되듯 사태의 진전이 일시적으로 중단됐지만 최종적인 목표는 변함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plan ⇢ strategyWe explained our strategy for selling to Chinese companies.(우리는 중국기업에 판매하기 위한 전략을 설명했다).

plan(계획)이 있다는 게 나쁘지 않지만 strategy(전략) 쪽이 더 세련되게 들린다. strategy에는 철저하게 준비해서 복수의 대안을 비교·검토하고 발생 가능한 결과를 예상하며 장기적인 목표를 지향한다는 뉘앙스가 있다. marketing plan을 둔 기업은 매주 당면 업무를 반복하기에 벅찬 인상을 주는 데 반해 marketing strategy를 가진 기업은 고객과 경쟁상대를 파악하고 새로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cause ⇢ catalystThe lower price was the catalyst for increased sales.(낮은 가격이 판매증가의 요인이었다).

어떤 원인을 설명할 때는 과학용어인 catalyst(촉매, 촉진제)를 사용해 보자. 과학실험 중 액체에 소량의 ‘촉매’를 더해 극적인 변화를 촉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리라. catalyst를 사용하면 어떤 행동이나 결정사항이 더 큰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하는 인과관계를 분명하게 묘사할 수 있다.


definite ⇢ concreteHere are two concrete steps we need to take.(이것이 우리가 취해야 하는 두 가지 구체적인 단계다).

제휴나 협상을 할 때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는 방법도 중요한 비결 중의 하나다. 아이디어나 행동을 구체적(concrete)으로 묘사하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고 실제로 손에 만져질 듯 구체적인 실물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think about ⇢ digestI need some time to digest this information.(이 정보를 이해하는 데 약간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발상이나 복잡한 정보를 받았을 때는 그것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위가 음식물을 소화·흡수하는 과정을 가리키는 digest(소화하다)라면 단순히 think(생각하다)보다 목적을 갖고 신중히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시사할 수 있다. 이 단어를 사용하면 자신이 신중한 사람이며 자신의 견해를 표명하기 전에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싶다는 뜻이 전달된다.


do many things ⇢ juggleShe’s juggling several projects right now.(그녀는 현재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다루고 있다).

당신은 아무리 바빠도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형의 직장인인가? 여러 개의 공을 두 손으로 다루는 곡예를 가리키는 juggle(저글하다, 복잡한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다)을 사용하면 솜씨 좋은 곡예사처럼 여러 가지 일이나 책임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유능함을 나타낸다.


discuss ⇢ exploreIn today’s meeting, we’ll explore three topics.(오늘 회의에서는 세 가지 주제를 논의합니다).

사람은 항상 discuss(의논)하지만 단순한 의논은 따분하다. 유능한 발표자나 팀장은 사물을 이해하고 발견하고 답을 도출하는 과정에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관심과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전인미답의 땅을 탐험하는 모험가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explore(탐험하다, 조사하다)를 사용하면 새로운 모험 여행에 초대 받았을 때의 기대감을 상대에게 줄 수 있다.


very high ⇢ astronomicalThe price of an apartment in Tokyo is astronomical.(도쿄 아파트 가격은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가격이나 비용이 현저하게 높을 때는 astronomy(천문학)를 어원으로 하는 astronomical(천문학적인, [숫자가] 극단적으로 큰)을 사용해 보자. 우주의 거대한 규모를 연상케 하는 이 단어는 극단적으로 큰 수를 강조할 때 안성맞춤이다.


improve ⇢ polishI liked your presentation, but you need to polish the opening part.(프레젠테이션은 좋았지만 시작 부분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뭔가를 개선하는 방법에 관해 제안할 때는 improve(개선하다)보다 polish(개량하다, 가다듬다)를 사용해 보자. 현재 상태로도 일정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아주 훌륭해진다는 뉘앙스가 전달되기 때문에 더 정중하게 들린다.


become certain ⇢ crystallizeOnce your plans crystallize, please let me know.(계획이 명확해지면 알려주세요).

처음에는 막연한 계획이나 아이디어도 시간을 두고 의논을 거듭하면서 손질해 나가면 최종적으로는 근사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그런 과정을 표현하고 싶을 때 crystallize(결정화하다, 구체화하다)를 사용하면 형체가 없는 액체가 결정화하듯 모호했던 생각이 구체화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데 좋다.


필자의 메시지핵심적인 단어를 바꾸기만 해도 커뮤니케이션의 질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것을 이해했는지요? 여기서 든 예는 얼마 안 되지만 더 자세한 내용은 곧 발간될 예정인 저서 ‘비즈니스 프로페셔널이 사용하는 파워 영단어 100’(Miraebook)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앞으로 뛰어난 강연자의 연설이나 프레젠테이션을 들을 때는 이런 단어에 주목해 봅시다.

그 단어와 함께 자주 사용되는 어구나 전치사, 발음, 문법 등도 사전에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더 좋겠지요(롱맨 온라인 영영사전을 추천합니다. www.ldoceonline.com). 효과적인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는 화자의 스타일이나 설득의 테크닉 등 그 밖에도 많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단어의 선택과 달리 스스로 학습하기 어려운 그런 능력을 키우려면 우선 평가를 통해 자신이 지닌 스피치 능력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면 좋습니다. 온라인에서 받을 수 있는 E-CAP(English Communication Assessment profile)는 75가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평가해서 25페이지에 달하는 개별 조언을 받을 수 있는 테스트이며 예일대학 경영대학원을 비롯해 많은 기업이 채택하고 있습니다(www.e-cap.net).

[윌리엄 A 밴스는 예일대학 경영대학원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장이다. 75개국 이상의 개인·대학·법인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지도한다(www.dr-va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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