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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따라 전국 부동산 울고 웃어

은마아파트 따라 전국 부동산 울고 웃어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소 사장들은 기자를 대하는 데 능숙하다. 부동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언론사에서 제일 먼저 찾는 곳 중 하나기 때문이다.

폭등할 때도 그렇고, 꺼질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 15일 은마아파트를 찾았을 때 인근 공인중개소 사장들의 화두는 주호영 특임장관 후보자였다. 주 후보자는 같은 날 국회 청문회에서 2003년 6억5000만원에 구입한 아파트를 1억3500만원에 신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즉각 사과했다.

그가 소유한 아파트(112.2㎡, 전용면적 85㎡) 시세는 7~8월 실거래가 기준으로 11억6500만~12억5000만원이다. 도봉구 소재 같은 평형 아파트 세 채 값이다. 은마아파트는 우리나라 부동산 등락의 진원지이자 강남 불패, 부동산 불패 신화의 상징 같은 곳이다. 모 포털사이트에서 ‘은마아파트’를 검색하면 6500건에 달하는 기사가 쏟아진다.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읽는 바로미터다. 주민들이 “녹슨 물이 나와 살기 어렵다”는 은마아파트 값은 2006년 말 정점에 달했다. 85㎡가 최고 14억원에 거래됐다. 77㎡는 11억원을 넘겼다.

하지만 이때를 고점으로 지난해 말까지 속절없이 하락했다. 85㎡는 9억원대로, 77㎡는 7억원대 후반에 거래됐다. 거래는 자취를 감췄다. 부동산 버블의 원흉처럼 취급됐던 은마아파트는 역설적이게도 부동산 폭락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증명하는 곳으로 활용(?)됐다.

재반등 기미가 보인 것은 올 초부터다. 부동산을 경기 부양의 일환으로 여긴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서다. 고점 대비 35%나 떨어졌던 은마아파트 85㎡는 5월에 11억원을 돌파했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7~8월에 거래된 9건의 평균 가격은 12억800만원이다.

대치동 소재 다른 아파트 값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동부센트레빌 146㎡는 2006년 말 최고 26억70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18억원대에 거래된 물건이 있었다. 지난 8월에 거래된 가격은 22억원이다. 개포우성2차도 마찬가지다. 2006년 말 24억원대였던 128㎡는 올 초 18억원대로 내려갔다가, 비록 1건이었지만 지난 7월 거래된 가격은 24억원이었다.



거래 주춤 … 가격은 상승 기조대치동을 비롯해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은 최고점에 비하면 여전히 10% 안팎 하락한 상태지만, 재반등 반향은 컸다. 부동산 열기가 강남 3구를 넘어 수도권과 전국으로 퍼진 것이다. 근거가 없는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대치동을 포함한 강남 3구의 아파트 거래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개점 휴업상태일 정도로 한산했다.

대반전은 정부가 제공했다. 올 6월 이후, 정부는 경기부양책 차원에서 7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대부분 부동산 규제를 푸는 내용들이었다. 강남 3구는 기민하게 반응했다. 지난해 10월 156건, 11월 133건, 12월 244건이던 강남 3구의 아파트 거래는 올 1월 1000건으로 네 배나 급증했다.

아파트 값이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접어든 2006년 12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1000건을 넘어선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아파트 거래는 1500건 줄었다. 1월 한 달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열 채 중 여섯 채가 강남 3구였다. 강북 14개 구는 거래량은 소폭 늘었지만 가격 변동은 거의 없었다.

강남 3구의 거래 증가는 가격 상승을 동반했다. 매물만 잔뜩 쌓여 있던 시장이 부동산 규제 완화라는 기대감으로 물꼬가 트이면서다. 이때 대부분 언론이 한 달 동안 6000만원 상승한 은마아파트 77㎡를 예로 들며 ‘재건축 다시 들썩’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나비효과는 확실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8월 신고분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거래건수는 5만 건을 넘겼다. 전월 대비 10%나 늘었다. 강북만 3000건에 육박해 올 1월에 비해 10배 가까이 거래가 늘었다. 반면, 강남 3구는 거래가 주춤한 상태에서 가격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사이 주택담보대출은 대폭 늘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뇌관이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 주택대출 잔액은 지난 7월 말 현재 269조원을 넘어 1년 전보다 20조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1년 새 전국적으로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금액의 96%는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강남재건축 구입 후 거주 비율 12%

물론 다시 불붙은 부동산 열기의 책임이 은마아파트나 대치동 소재 아파트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책임 소재를 가리자면 대부분 정부가 져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종부세 개편은 물론,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주택 전매제한 축소,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해제 등 부동산 부양정책을 펼쳐왔다.

저금리·유동성·경기회복 기대감이라는 기름이 흐르는 곳에 불쏘시개를 넣은 것이다. 뒤늦게 대출규제에 나섰지만, 이미 주택담보대출은 위험 수준까지 올라선 상태다. 게다가 제2금융권 쪽은 손도 대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은마아파트가 부동산 부활의 신호탄처럼 이용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대치동 아파트는 강남 3구 아파트가 비싼 공공연한 비밀을 모두 간직한 곳이다. 바로 ‘투기와 교육’이다.사실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살기 위해 매입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최근 출간한 『위험한 경제학-부동산의 비밀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산 뒤 실제 거주하는 비율은 지난해 12.5%에 불과하다.

매매가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30% 이상인 경우는 절반이다. 거주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세를 끼고 샀다는 것이고, 여기에 담보대출까지 포함하면 상당수 매입자가 돈을 빌려 매입했다는 것이다. 투자(또는 투기) 목적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학군 프리미엄’이다.

강남권, 특히 대치동은 ‘교육 1번지’다. 명문 중·고등학교와 유명 학원이 즐비하다. 은마아파트를 중심으로 크게 세 블록 정도 학원이 분포돼 있는데, 1000개에 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전(대치동 전세살이)’이라는 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대치동은 자녀 교육을 위해 전세라도 살려는 수요가 줄을 잇는 곳이다.

지난해 말 집값 하락과 함께 전셋값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최근 다시 급등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치동 소재 아파트는 전세금은 오르고, 매물은 씨가 마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은마아파트 상가 내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형 평수 외에 중소형 전세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4000가구가 넘지만, 전세로 나오는 물량은 거의 없다. 대치동 청실아파트 115㎡의 경우 연초에 비해 전세금이 5000만원 정도 올라 3억2000만~3억3000만원대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속단할 수는 없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버블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반기 아파트 열기를 이끌던 강남권 거래량과 가격 상승은 이미 주춤한 상태다. 추가 동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거래량도 2006년 폭등기의 30% 정도에 불과했다. 대출규제가 다시 풀리기도 어렵다.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올해 말 11만 호를 비롯, 향후 2~3년간 수도권에 쏟아질 공급 물량도 가격 안정 또는 하락 쪽에 무게를 두게 한다.

더욱이 강남권의 경우 2010년부터 시행되는 고교선택제 여파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강남 소재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전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30년 전 2000만원이었던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강남 3구 부동산 시장의 랜드마크다. 강남 3구는 서울·수도권, 나아가 전국 부동산의 향방을 가늠하는 척도다.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단지,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소 사장들은 앞으로도 계속 기자들에게 시달릴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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