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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경제 한국이 주도권 행사

지구촌 경제 한국이 주도권 행사

▎이명박 대통령(앞줄 왼쪽 둘째) 등 피츠버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25일 낮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 컨벤션센터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앞줄 왼쪽 둘째) 등 피츠버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25일 낮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 컨벤션센터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에서 9월 24~25일 열린 제3차 G20(Group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본격적인 G20시대가 개막됐다. 애초 내년 6월 캐나다에서 열기로 했던 G8 정상회의는 G20 정상회의로 대체된다. 11월 제5차 G20 정상회의는 서울에서 열리며 이를 계기로 2011년부터 G20 정상회의가 연례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전 세계 최고 경제협의체’의 탄생 =
‘피츠버그 G20 정상선언문’은 G20을 국제금융협력을 위한 핵심적 포럼으로 제도화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백악관 성명은 이에 대해 “G20 정상들이 G20 정상회의를 전 세계 최고 경제협의체로 만드는 역사적 합의를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G8 회원국인 기존의 ‘빅파워’에다 한국·중국·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터키 등 신흥경제국가를 중심으로 한 미들파워가 합세해 G20이라는 글로벌 경제의 최고 협의체에서 국제적인 현안을 함께 논의하는 새로운 글로벌 체제가 출범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계기 문호 확대지금까지 글로벌 어젠다를 독점하다시피하면서 국제질서를 주도했던 G8(주요 8개국) 체제는 이로써 작별을 고하게 됐다. 한국은 내년 11월 G20 정상회의 개최지로 결정됨에 따라 국제사회 발언권 확대가 예상된다. G8을 대체하게 된 G20은 벌써 숨가쁜 개혁 작업에 나서고 있다.

G20 정상들은 ‘세계경제의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기로 하고,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의 지분구조를 개혁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세부 방안은 2011년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국제경제질서에 지각변동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경제질서를 위한 다자간 협의체가 그동안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어 왔는지, 그리고 G20은 어떤 맥락에서 탄생했는지를 짚어본다.



◇석유파동에 대응하려 G5 출범 =
1973년 중동전쟁(욤키푸르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아랍국가들을 상대로 승전하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중동 산유국들은 그 보복으로 서방으로 가는 원유의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유가상승과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발생하자 미국 재무장관 조지 슐츠가 나섰다.

1920년생인 그는 1962~69년 스탠퍼드대 교수와 경영대학원장을 거쳐 1969~70년 노동부 장관, 1970~72년 미 연방 행정관리예산국장을 지내다 1972년부터 재무장관을 맡은 노련한 행정가였다. 그는 미국 자체만의 힘으로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이듬해 영국·서독·일본, 그리고 프랑스 재무장관을 모아 위기 타개책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만들었다. 빅5 재무장관 회담의 탄생이다.



◇장관회의에서 정상회의로 승격 =
그 뒤 1975년 프랑스 대통령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은 미국·영국·일본, 그리고 독일의 정상을 자국의 랑부예 궁으로 불러모아 정상회담을 했다. 재무장관 회담이 G5(주요 5개국) 정상회의로 격이 높아진 것이다.

정상들은 서로 돌아가면서 의장을 맡아 회담을 매년 열기로 합의했다. 이듬해 푸에르토리코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통령 제럴드 포드와 독일 총리 헬무트 슈미트의 제안으로 캐나다와 이탈리아가 합류하면서 이 조직은 G7으로 확대됐다. 그 뒤 러시아가 아직 가입하지 않은 22년 동안 G7은 국제경제 현안을 중심으로 국제질서를 조율하는 서방의 최고협의체로 자리 잡았다.

냉전 기간 동안 서방의 결속을 다지는 정치기구이기도 했다. 프랑스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 탈퇴하고 미국과 설전을 벌이는 동안에도, 일본이 미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는 동안에도 G7은 글로벌 질서의 보루로 자리 잡았다. 그 뒤 소련 붕괴로 냉전체제가 사라지고 한참이 지난 1998년,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가 이 그룹에 합류했다.

G8 체제의 출범이었다.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이 그룹에 합류할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냉전 붕괴로 인한 핵무기 관리의 불안 등 정치·군사적인 문제로 국제적인 조정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G7은 러시아를 받아들였다.



G20 전 세계 GDP 85% 차지이러한 이유로 상당기간 동안 G8은 언론에서 ‘G7+러시아’라는 식으로 표기됐다. G8으로 표기된 것은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시대에 석유와 광물을 바탕으로 경제적으로 힘을 회복한 뒤부터였다.



◇G8에서 G20으로 =
그러는 동안 G7이나 G8만으로 국제경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큰 계기가 됐다. 국제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새로운 국제협의체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래서 1999년 9월 IMF 연차총회를 계기로 열린 G7 재무장관회의에서 G20 재무장관회의가 새로이 탄생했다.

G20 정상회의의 모태다. G8에다 한국·중국·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호주·멕시코·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사우디아라비아·터키·스웨덴이 포함됐다. 이번에 출범한 G20은 스웨덴 대신 유럽연합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G20 재무장관회의는 G20 정상회의로 확대될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재무장관이나 중앙은행장 회의 수준으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G8 정상회담도, G20 재무장관회의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주장이었다. 여기에 경제성장과 막대한 보유외환으로 힘을 비축한 신흥경제국가의 정치적인 입김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다양한 물밑 작업이 이뤄졌다.

G8 정상회의를 확대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우선 나온 것이 G13으로의 확대 구상이었다. 기존 G8에다가 중국·인도·브라질·멕시코·남아공을 더한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과 이슬람 국가가 빠져 있다. 그 다음으로 G16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G13에다 인도네시아와 터키,그리고 이집트나 나이지리아 가운데 한 나라를 합치자는 것이다.

이슬람에 대한 배려지만 역시 한국은 빠져 있다. 결국 논의는 G20 재무장관회의를 G20 정상회의로 승격해 기존의 G8 체제를 대체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G20 정상회의 정례화 촉진 =
이러한 논의는 지난해 하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이던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금융위기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세계 지도자와 국제금융기관이 참석하는 세계경제회의를 그해 11월에 열자고 제안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10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열린 미-EU 정상회의에서 양 정상은 세계 금융정상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15일 미국은 G20 재무장관회의 참가국 정상들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제1차 G20 정상회의를 열었다. G20이 정상회의로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그 뒤 올해 4월 제2차 G20 정상회의가 런던에서 열렸고, 9월에는 제3차 피츠버그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이때까지 비정기적이었던 회의는 피츠버그 공동선언문을 통해 정기적인 회의로 자리 잡았다. 아울러 세계 경제문제를 논의하는 글로벌 경제의 최고위 협의체라는 위상을 정립하게 됐다.

물론 진통도 있었다. 피츠버그 회의에서 일본은 기존의 G8 체제를 유지할 것을 고집했다. 프랑스는 G14 체제라는 새로운 논의구조를 내놓아 막판 진통을 일으켰다. G20에 참여한 20개국의 인구는 전 세계의 3분의 2를, 국내총생산(GDP)은 85%를 차지한다. 명실공히 세계의 최고위 경제논의기구가 된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거버넌스’로 새롭게 자리 잡은 G20 회의를 한국이 주재하게 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내년 회의에서 금융위기의 출구전략을 찾고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불균형이라는 G20의 태생적 문제점을 풀어나갈 과제가 주최국 대한민국에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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