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 주류로 떠오르는 한국계 배우들
1990년대 후반 ‘한류’가 아시아권을 휩쓸었다. TV 드라마, 영화에서부터 대중 음악에 이르기까지 아시아는 한국 문화와 매력 넘치는 한류 스타들에게 흠뻑 빠졌다. 이런 한류도 미국 연예계는 결코 넘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레이크하우스(The Lake House·‘시월애’의 리메이크작)’ ‘안나와 알렉스: 두 자매 이야기(The Uninvited·‘장화홍련전’의 리메이크작)’ 같은 몇몇 리메이크 작품만이 할리우드에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계 배우들이 미국 영화와 TV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4년 미국 TV 드라마 ‘로스트’에 캐스팅된 김윤진과 다니엘 대 김(한국명 김대현)이 돌파구를 열자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의 산드라 오(오미주), ‘히어로즈(Heroes)’의 제임스 카이슨 리(이재혁) 등이 뒤를 따랐다.
올해 들어 한국계 미국인 스타 다니엘 헤니는 ‘울버린(X-Men Origins: Wolverine)’에서 악당 에이전트 제로역을 맡더니 지금은 CBS TV의 신작 의료 드라마 ‘쓰리 리버스(Three Rivers)’의 주연을 거머쥐었다. 이밖에 이병헌은 ‘지아이조-전쟁의 서막(G.I. Joe: The Rise of Cobra)’에서 스톰 섀도 역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2009년도 영화 ‘스타 트렉(Star Trek)’에서 히카루 술루를 연기한 존 조(한국명 조요한)는 현재 ABC TV 드라마 플래시포워드(FlashForward)의 FBI(미연방수사국) 요원으로 열연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로 잘 알려진 정지훈은 아시아에선 수퍼스타 가수 반열에 올라있지만 아직 세계 무대에선 거의 무명에 가깝다.
하지만 미국에서 오는 11월 25일 개봉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닌자 어쌔신(Ninja Assassin)’의 주연을 맡았다. 조엘 실버와 워쇼스키 형제가 공동 제작한 이 영화에서 정지훈은 자신을 길러주고 훈련시켰지만 절친한 친구를 살해하는 비밀 조직에 복수를 다짐한다.
한국계 스타들이 할리우드 영화의 주역으로 발탁되는 건 달라진 시장 현실을 반영한다. 정지훈과 한국계 스타들은 영화 관객이 늘어나는 몇 안 되는 아시아 지역에서 엄청난 팬을 몰고 다닌다. 특히 한국은 할리우드 영화의 주요 시장으로 떠올랐으며, 몇몇 작품에선 영국을 압도한다.
영화 흥행 성적을 알려주는 ‘박스 오피스 모조’ 사이트에 따르면 ‘지아이조’가 지난여름 한국에서 올린 흥행수입(1320만 달러)은 미국을 제외한 국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또한 아시아에서 꾸준히 히트작을 내는 한국 감독들에게도 손길을 내민다.
“회사의 모든 스튜디오 책임자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관람했는데 모든 해외 영화가 그런 대접을 받는 건 아니다”고 버티고 엔터테인먼트의 한국계 미국인 영화 제작자인 로이 리가 말했다. 한국 감독들을 찾는 할리우드 제작사도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 제의에 선뜻 응하지 않는다.
“한국의 정상급 감독들은 그들이 원하는 어떤 영화든 전권을 쥐고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제작하려 한다”고 리가 말했다. “하지만 미국 스튜디오에서는 그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한국 배우들 또한 문화적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아시아에서 온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성공하려면 완벽한 영어 구사와 영화사 경영진과의 교분을 쌓는 데 더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한다.
“아시아에선 대개의 경우 오디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고 윌리엄 모리스 아시아의 전무이사를 지냈고 지금은 홍콩에서 독립 컨설턴트로 일하는 그레이스 첸이 말했다. “따라서 아시아의 대형 스타라 해도 할리우드에 진출하려면 오디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게 아주 생소한 절차일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성공하자면 자국에서의 좋은 기회를 포기하는 모험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 내 아시아계 배우들은 여전히 무술 전문 배우라는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이) 영화 배역을 선정할 때 아직도 그런 고정관념이 작용한다”고 비가 말했다.
“아시아인들은 나름의 폭넓고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이 (아시아의) 다른 문화 분야보다는 무술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그런 편견을 키웠을 뿐이다.”
하지만 변화의 움직임이 뚜렷하다. 한국계 배우들이 할리우드 애정 영화의 주인공으로 발탁되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수도 있겠지만 미국 영화와 TV에 한국 문화 코드가 스며든다. “예전엔 초밥을 먹거나 일본말 한두 마디 하는 백인같이 일본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숱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모습이 한국을 연상케 하는 장면으로 대체된다”고 서울과 LA를 오가며 일하는 한국계 작가 이신호가 말했다. 버티고 엔터테인턴트의 영화 제작자 로이 리 또한 영화와 제작에 연관된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한국계 미국인의 지명도가 상승하는 걸 예로 들었다. “할리우드에는 아시아 어느 나라보다 한국계 출신이 많다.” 특히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에게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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