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이재용 ‘젊은 삼성’ 시대 주역 부상

이재용 ‘젊은 삼성’ 시대 주역 부상

삼성家 오너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삼성의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그는 한국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의 장남이자 외아들이다. 삼성은 15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이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내정했다. 그리고 최고운영책임자(COO)란 직책을 맡겼다. 그는 과연 누구이며 뉴 삼성을 이끌 경영감각은?



01 ‘젊은 삼성’ 변화 예감의 주인공


- 3세 이재용, 삼성 경영 전면에 나서다


그의 인사를 놓고 국내외의 관심이 비상하다. 왜 그럴까. 그가 한국 최대의 기업집단이자 글로벌 유수 기업인 삼성의 선장 역을 맡게 될 날이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의 반응은 다양했다. ‘삼성 경영 전면에 나서는 이재용’ ‘이재용 체제 가속화’ ‘이재용, 삼성 경영 정점으로’ ‘혁신과 도전으로 뉴 삼성 이끄는 이재용’ ‘삼성, 이재용 시대 열었다’ ‘3세 경영권 승계를 앞둔 징검다리 인사’ 등등-.

얼핏 서로 달라 보이는 이러한 반응 속에는 일관된 흐름 하나가 있다. 그것은 이 부사장이 그룹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영을 총괄·관리하는 직책을 맡음으로써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도 서막이 올랐다는 점이다.

때마침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면 얘기가 계속 나와 주목된다. 지난 17일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5단체는 이 전 삼성 회장을 비롯한 경제인 73명에 대한 사면을 청와대에 공식 건의했다.

이 전 회장의 거취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이 부사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시기와 모양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로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 이건희 전 회장, 이재용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한다.

그는 앞으로 삼성전자라는 거대 비즈니스 조직과의 본격적인 ‘소통’에 나섬으로써 일선에서 경영의 ‘매크로’와 ‘마이크로’를 동시에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한편 이 전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도 이번에 전무로 승진했다.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전무는 올해 초 승진했다.



02 COO 이재용의 구체 역할 주목

- 젊은 CEO들과 ‘뉴 삼성’ 이끈다


■CEO 최지성 사장과 호흡 맞춰 경영 전반 관장 = 이 부사장이 이번에 맡게 된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Chief Operating Officer)란 직책에 유독 관심이 많이 간다.

2001년 상무보로 삼성전자 경영에 참여한 이래 ‘부분 업무’만 맡아 오던 이 부사장이 비로소 ‘총괄 업무’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COO란 CEO(최고경영자)를 보좌하며 경영 전반을 관장하는 직책이다.

CEO, CFO(최고재무책임자)와 함께 경영을 관장하는 3대 축에 속한다. 따라서 사업부 간 업무조정은 물론 주요 대외 거래처를 직접 챙기는 역할도 맡게 된다. 인사부터 대형 투자까지 챙길 수 있어 ‘미래의 CEO’가 맡기에 적합한 자리라는 견해도 있다.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이인용 부사장은 COO로서의 이 부사장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일상적인 경영관리, 사업부 간 업무조정 역할과 함께 과거 CCO(최고고객책임자·Chief Customer Officer)로서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글로벌 고객과 주주들의 요구에 대응하는 역할도 맡는다.”

COO란 보직은 삼성에서는 이번에 처음 생긴 직책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보편화돼 있다. 외국에서는 기업의 후계자나 CEO 취임 직전에 COO 직함을 단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CEO다. 이 부사장도 COO 역할 수행을 통해 삼성전자 경영의 전반을 거시적으로 판단하고 글로벌 고객들을 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CEO 자리도 최지성(58) 사장 ‘원톱 체제’로 개편됐다. 따라서 이 부사장은 그의 ‘경영 가정교사’로 불리는 최지성 사장과 호흡을 맞추면서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내부 보고도 CEO인 최지성 사장과 동시에 직접 받게 된다. 이 부사장은 COO로서 자연스럽게 조직 장악력과 통솔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이재용 체제’에 대비한 밑그림도 그려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상훈·윤주화 사장 등도 근거리서 보좌 = 이번 인사를 통해 이상훈(54) 삼성전자 사업지원팀 사장과 윤주화(56) 경영지원실 사장이 새롭게 주목받았다.

이 부사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할 핵심 경영자로 부각된 것. 물론 삼성전자 조직 전체가 COO인 이 부사장을 지원하겠지만, 특히 최지성 사장(CEO)과 이상훈 사장(사업지원팀장), 윤주화 사장(CFO·경영지원실장) 등 세 사람이 이 부사장과 함께 앞장서서 ‘젊은 삼성’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의 미래 열 신사업 발굴이 화급한 과제

이번에 승진한 이상훈 사장은 1982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본사 경영지원그룹장을 맡는 등 삼성전자 내의 재무통으로 불린다. 사업지원팀은 사업기획이나 투자조정 등 과거 그룹구조조정본부가 맡았던 역할의 일부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감사팀을 이끌어 온 윤주화 사장도 이번에 새로 생긴 경영지원실장으로 자리로 옮긴 케이스. 경영지원실장은 올 1월 인사 이후 공석으로 남았던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도 맡는다. 삼성전자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자리다.

■50대 초·중반의 젊은 사장 대거 기용 = 삼성은 이번에 고참급 부회장, 사장을 대거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는 대신 젊은 경영자 10명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젊고 도전적인 인사들을 과감하게 CEO로 기용해 조직을 빠르게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한 조치’로 이해한다.

사장으로 승진한 부사장은 삼성전자 신종균(53)·조수인(52)·김기남(51)·이상훈(54), 삼성디지털이미징 박상진(56), 삼성생명 김상항(54), 삼성엔지니어링 박기석(55), 삼성경제연구소 정기영(55), 법무실 김상균(51), 삼성증권 김석(55) 등이다.

■상당수 고참급 부회장·사장 일선서 물러나 = 삼성전자 DS 부문장이었던 이윤우(63)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삼성의 ‘얼굴’ 역할을 하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유임됐다. 이상대(62) 삼성물산 부회장과 김징완(63)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대표이사 직함을 떼고 각각 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과 삼성중공업 부회장을 맡게 됐다.

이순동 삼성사회봉사단장 사장은 15일 출범한 삼성미소금융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상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과 삼성투신운용 강재용 사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삼성 일본 본사의 이창렬 사장은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에 각각 내정됐다.

이런 가운데서도 김순택(60) 삼성SDI 사장은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 부회장으로, 최도석(60) 삼성카드 사장은 부회장으로 각각 승진하면서 다시 중요한 임무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김 부회장이 기용된 것은 사업조정과 신사업 발굴에 탁월한 역량과 리더십을 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의 미래를 먹여 살릴 신사업 발굴이 너무나 화급한 과제여서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발탁했다는 후문. 최 부회장은 지난 1월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다시 부회장에 올라 신용카드를 포함한 삼성의 금융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03 이재용의 경영감각

- 1년8개월 간 백의종군하며 경영수업
■“기업 현장의 경쟁력은 바로 기능 인력”= 이재용 부사장은 2007년 초 삼성전자 전무 승진과 함께 최고고객책임자(CCO)로 임명됐다. 하지만 삼성 특검 결과가 발표된 작년 4월 이후 CCO 보직마저 내놓은 채 국내외 사업장을 돌며 ‘백의종군’했다. 별도의 공식 직함이 없는 ‘담당 임원’으로 중국과 미국, 유럽, 러시아 등 해외시장을 누비고 다녔다.

올 2~3월에는 40일 동안 미국을 비롯해 중국, 유럽, 일본 등지를 방문했다. 당시 일정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IT기업 애플의 팀 쿡 COO, 미 최대 통신회사인 AT&T의 모바일부문 CEO 랠프 델라 베가, 미 올림픽위원회(USOC) 피터 위버로스 위원장 면담 등이 들어 있었다. 3월에는 3박4일 일정으로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대만 비즈니스 미팅 등에 참석했다.

5월에는 최지성 사장과 함께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을 5박6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이어 7월에는 미국 ‘앨런&코 콘퍼런스’에 참석해 IT업계와 금융업계 거물급 인사들을 만나 교류했다. 9월 출장에서는 모처럼 그가 언론에 말문을 열어 큰 관심을 끌었다.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였다.

그는 한국선수단과 함께 응원구호인 ‘오 필승 코리아’를 합창하며 사기를 북돋웠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언론을 통해 전해진 그의 말들을 살펴보면 그의 사업관 일부를 짐작할 수 있다.

“마케팅도 경영도 중요하지만 제조업의 힘은 역시 현장” “기업 현장의 경쟁력은 바로 기능 인력” “삼성이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큰 영업이익을 내는 것도 기능 인력 덕분” “우리나라에선 제조업이 가장 중요하고, 탄탄한 제조업에는 기능 인력의 역할이 중요” “(나는) 사는 것이 피곤하다고 불평할 자격이 없다”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운 좋게 부모와 훌륭한 선배를 만나 혜택을 보고 있다”-.

이어 그는 곧바로 독일 베를린의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IFA를 찾아갔다. 10월 들어선 삼성전자 주요 임원이 대거 참석한 중국 쑤저우 제조부문 회의에 참석했다. 백의종군하는 그였지만 글로벌 경영수업만큼은 이처럼 숨 가쁘게 진행했다.

올해 5월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을 핵심으로 하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로 마무리되자 그의 경영수업이 얼마나 더 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COO 자리는 경영능력 선보이는 기회 = 이제 그는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래 가장 큰 권한을 갖게 됐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과 부담도 안게 될 전망이다. 삼성을 초일류기업 대열에 올려놓은 이건희 전 회장의 평가도 그중 하나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20여 년의 경영수업을 거친 뒤 45세가 돼서야 비로소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새해 삼성전자의 경영 성적도 주목거리다. 재계와 글로벌 시장은 그에게 관심이 많다. 내년부터의 국내외 경영 환경도 변수다. 인텔, 애플, 소니, 샤프 등 세계적 기업들의 견제와 반격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재계는 그가 맡게 된 COO라는 자리가 ‘이재용 체제’를 다지기 위한 초석이면서 경영능력을 선보이는 시험무대도 될 것으로 해석한다.



04 이재용, 그는 누구인가?

- 게이오대와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유학한 국제통
이재용(41) 부사장은 이건희(67) 전 삼성 회장의 장남이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 청운중, 경복고를 거쳐 87학번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입학했다. 1991년 대학 졸업 후 삼성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부장 시절 일본 게이오대와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로 유학을 갔다가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상무보로 복귀했다.

상무와 전무 승진 시기는 각각 2003년 1월, 2007년 1월이다. 재계에는 외아들인 이 부사장의 실질적인 경영수업이 유학에서 돌아온 2001년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경영진에 합류한 것은 2004년부터. 당시 이 전무는 삼성전자와 소니가 합작한 S-LCD의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해외 거래선 관리 임무가 주어진 것은 2007년 1월 CCO를 맡고 나서부터다. CCO 생활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이 발표된 2008년 4월 CCO 보직을 내놓았다. 이후 1년8개월여 동안 세계 각지 거래선과 현지법인 등을 돌아보다 이번에 부사장에 오르면서 COO를 맡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DGB대구은행, 연 20% 적금 윤곽 나왔다…가입 시 유의사항은

2제이비케이랩 신약후보물질, 난소암 전이 단백질 억제 효과 확인

3SC제일은행, 시중은행 중 사회책임금융 증가폭 ‘최고’

4KB금융, 인니·미얀마 현지 직원 초청…글로벌 네트워크 워크숍

5서울시, 3년간 신혼부부에 공공주택 4400호 공급

6삼성전자 노조, 창사 이래 첫 파업 선언

7저축은행 1분기 1543억원 순손실…‘적자 늪’ 탈출한다

8미래 준비하는 컬리...AI 역량 키운다

9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체결…아랍 국가와 최초

실시간 뉴스

1DGB대구은행, 연 20% 적금 윤곽 나왔다…가입 시 유의사항은

2제이비케이랩 신약후보물질, 난소암 전이 단백질 억제 효과 확인

3SC제일은행, 시중은행 중 사회책임금융 증가폭 ‘최고’

4KB금융, 인니·미얀마 현지 직원 초청…글로벌 네트워크 워크숍

5서울시, 3년간 신혼부부에 공공주택 4400호 공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