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이식 1인자, 인공관절로 ‘점프’ 선언
동종이식 1인자, 인공관절로 ‘점프’ 선언
무릎뼈가 으스러져 수술해야 할 상황이다. 이를 대신할 재료는 크게 세 가지다. 인공 뼈, 자신의 엉덩이뼈, 다른 사람의 무릎뼈.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코리아본뱅크는 동종이식재, 말하자면 건강한 다른 사람의 뼈를 필요한 환자에게 제공하는 일을 한다.
이 과정에서 유해물질을 제거하고 소독해 이식하기 가장 좋은 상태로 만드는 것이 이 회사의 역할이다. 뼈뿐만 아니라 인대, 피부도 다룬다. 심영복(47) 대표는 “인공 뼈는 동화가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또 멀쩡한 다른 부위에 상처를 내는 것은 좋지 않다”며 동종이식(同種移植)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국내의 관련 의료 수술 가운데 동종이식 비율은 50% 정도입니다. 이런 산업을 생체재료공학이라고 하는데 한국은 시장 규모가 1500억원 정도 됩니다.”
국가대표 럭비 선수 출신 CEO코리아본뱅크의 시장점유율은 60%에 이른다. 전국 400여 개의 크고 작은 병원이 ‘고객’이다. 최근에는 이식 받는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식재에 이식해 환자의 조직으로 만들어주는 자가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심 대표는 “2010년 하반기에 2주일이면 시술할 수 있는 치료제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설립 이후 생체재료를 제공하는 조직은행으로 성장해 온 코리아본뱅크는 올해부터 단백질 재조합과 인공관절 사업을 확대해 ‘글로벌 생체조직공학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심 대표는 머지않아 월 300억원 매출을 가져다줄 ‘효자상품’이라며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작은 약병을 소개했다. ‘rhBMP2’라고 불리는 약품이다.
“골격 재생을 촉진하는 재조합 골 형성 단백질입니다. 뼈를 빨리 붙게 하는 첨단 의약품이지요. 최근 관심이 높아진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사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제품은 1병당 5000달러나 하는 고가인데도 세계 시장 규모가 8000억원 정도입니다. 시장성이 대단히 큰 것이지요.”
코리아본뱅크는 이 제품을 최대 월 5000개까지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설비를 갖췄다. 2010년 6월께 국내 허가를 받으면 바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체 임직원 100여 명 가운데 5분의 1이 연구인력이고, 연구개발(R&D) 비용으로 매출의 15%를 투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회사에서 rhBMP2와 함께 또 다른 효자 노릇을 할 제품이 인공관절이다. 코리아본뱅크는 2009년 2월 다국적 인공관절 개발·생산 업체인 엔도텍을 인수했다. 서울 가산동 본사 바로 앞에 826㎡ 규모의 인공관절 R&D센터도 세웠다.
심 대표는 “엔도텍의 창업자는 세계 최초로 연골을 전후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모바일 베어링 개념의 인공 무릎관절을 개발했다”며 티타늄을 이용한 가벼운 인공관절을 선보였다. 세라믹 코팅을 한 이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수명이 세 배 이상 길다. 그는 이어 미국인에게 맞는 미국형은 현재 생산 중이며 조만간 아시아형을 개발해 7월께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월 매출은 20억원가량. 창업 당시 월 2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1000배 성장한 셈이다. 수출 규모도 500만 달러에 이른다. 심 대표는 “2010년 신제품이 대거 출시되면 매출이 10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국가대표 럭비 선수 출신으로 운동만 알았던 심 대표가 바이오 벤처의 선두주자가 되기까지 고비가 없었을 리 없다. 운동을 그만두고 아는 사람의 권유로 제약회사인 종근당에 입사한 것이 의료산업과 인연이 됐다. 그 후 직접 의료 관련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회사를 접고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미국 의료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동종이식에 관한 발표를 듣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의료보험 미적용이 회사 성장의 걸림돌하지만 회사를 창업하자마자 외환위기를 만났다. 원화 가치 폭락으로 하릴없이 2개월 동안 재료 수입을 중단해야 했다. 연구개발도 녹록지 않았다. 국내에 생소한 분야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CE 등 인증 기준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2005년 rhBMP2 개발을 시작할 때는 연구소를 세 번이나 다시 세웠다고 한다.
동종이식을 국내에 들여온 심 대표가 10년 넘게 같은 사업군으로 회사를 이끌어 온 것은 특유의 영업 마인드와 5~10년 후를 바라보는 통찰력 덕분이었다. 심 대표는 종근당 시절 영업에서 특출한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바이오 분야라고 해서 연구에만 매달리면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요즘 가장 자주 하는 수술 중 하나가 무릎인대, 어깨, 발목 수술입니다. ‘스포츠 인저리(sport injury)’라고 하지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000~1만 달러일 때는 교통사고가 많았고 1만~2만 달러인 지금은 레저 사고가 많습니다. 앞으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을 예상해 인공관절 사업에 뛰어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관련 제품을 국산화하고 수출해 다국적 의료기업들과 경쟁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미국은 본뱅크 회사가 200개가 넘고 90% 이상 동종이식이 이뤄진다. 이와 비교해 국내 의료제품은 95%가 수입품이다. 회사 규모는 10분의 1이지만 기술은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심 대표는 “2012년에 5대 다국적 의료기업에 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만 의료보험 미적용이 회사 성장의 걸림돌이다. 코리아본뱅크의 전체 제품 중 10% 정도만 의료보험이 적용된다. 장기이식에 대한 거부 반응도 하나의 걸림돌이다. 기증 문화가 많이 퍼졌음에도 수요가 항상 공급을 앞서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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