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생일? 결혼기념일? 기부하는 날이죠

생일? 결혼기념일? 기부하는 날이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 기부자 모임인 ‘Honor Society’에 첫 여성 회원이 탄생했다. 기업 여행 전문 업체 BT&I의 송경애 대표다.

지난해 11월 송경애(49) BT&I 대표는 박스 4개 분량의 컵라면을 들고 미국에 갔다. 유학 중인 아들 둘에게 줄 선물이었다. 컵라면 뚜껑에는 ‘Thank you, My Friend(고마워, 친구야)!’라는 문구를 적은 종이를 붙였다.

아들 유진영(18), 유현진(17)군은 주말에 학교 기숙사에서 컵라면을 팔아 북한 어린이를 위한 기부금을 모은다. 최근 2800달러(318만원)를 어린이 재단에 기부했다.

미국에 갈 때마다 송 대표가 라면을 나르는 이유는 뭘까. 지난 3월 11일 서울 중구 무교동 BT&I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좀 더 어렵게 해야 정말 기부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답했다.

“쉽게 하려면 돈만 내면 되죠. 미국에선 컵라면 한 개 가격이 2달러로 비싸기도 해요.” 얼마나 컵라면을 많이 샀는지 송 대표는 한 박스에 컵라면이 몇 개 들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진영, 현진 형제 이야기가 최근 학교신문에 실렸다. 송 대표의 아들 둘은 ‘컵라면 친구’로 유명해졌다. 그는 아이들에게 ‘이로운 사람이 돼라’는 말을 자주 했다. 치과 의사인 남편을 따라 주말마다 탈북자 정착 시설 하나원에서 봉사를 하던 아들이 이제는 기부도 한다.

송 대표는 2000년부터 나눔을 본격적으로 실천했다. 특히 가족 생일, 결혼기념일 같은 기념일을 기부하는 날로 정했다. 예컨대 2007년 3월 29일 회사 창립 20주년에는 2007만329원을 기부했다. 2008년부터는 어린이재단 이사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아너소사이어티’의 22번째 회원으로 가입했다. “회원 중에 여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제가 나서기로 했죠.”

아너소사이어티 최초 여성 회원으로서 송 대표가 갖는 의미는 크다. 한국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민영 교수는 “한국에서는 부부가 함께 부를 이뤘어도 남성이 기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송 대표처럼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하고 고액 기부자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여성이 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도 송 대표는 가족 생일, 결혼기념일에 날짜에 맞는 금액을 기부할 계획이다. 그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약속한 기부 금액은 총 1억50만4002원이다. 그는 날짜에 큰 의미를 둔다. “오늘은 누군가가 간절히 바라던 내일이니까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기쁜 날에 기부를 해서 더 의미를 주고 싶어요.”

그에게는 자랑할 만한 ‘아들’이 한 명 더 있다. 오래전부터 후원한 김영석(가명?7)군이다. 김군이 초등학교 3학년일 때부터 그를 돌봤다. 친아들이 질투를 할 정도로 영석군을 챙겼다. 어려운 환경에서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영석이는 선행상을 받고 공부도 1등을 했다. 송 대표는 다른 아들 옷을 살 때 늘 영석이 것도 산다. 영석군이 원한다면 미국 유학도 보낼 계획이다.

고등학교 때 미국에서 아버지를 따라 자선 파티에 다니면서 그는 기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했다. 중학교 때 사업하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어머니를 대신해 자선 파티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 갔을 때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잠깐 했죠. 여러 번 자선 파티에 참여하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기부의 가치를 찾았습니다.”

기부를 시작하고 송 대표는 아침에 잘 일어난다. “기부하려면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하잖아요. 아침에 일어나기 싫을 때 꼭 일어나야 하는 이유가 생겼어요.” 그는 1987년 기업체 전문 여행사 BT&I를 설립했다. 신라호텔에서 외국인 VIP의 비행기 좌석과 여행상품 예약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했다.

국내 외국인을 주요 고객으로 잡았다. 직원 3명으로 시작한 BT&I에서 이제 185명이 일한다. 2009년 BT&I의 항공권 판매 금액은 2209억원에 달했다. 업계 5위 수준이다(한국일반여행업협회 기준). BT&I의 장점은 꼼꼼한 맞춤형 VIP 서비스다. 예컨대 고객이 비행기 좌석을 고를 때 왼쪽 창가를 좋아한다든지, 호텔은 10층 이하 구석진 방을 선호한다는 것 등을 확인하고 다음 여행계획을 잡을 때도 반영했다.

87년 송 대표가 건넨 명함을 받은 외국인은 씨티은행의 전무, GE의 상무, 휼렛패커드의 이사였다. 이들은 10년 이상 송 대표를 찾는 고객이 됐다.

요즘 송 대표는 외국인 VIP가 한국을 여행하는 상품을 기획한다. 예컨대 서울에서 전용 제트기를 타고 제주도에 가서 해변에서 선상 파티를 즐기는 여행이다.

원래 그의 꿈은 수녀였다. 그는 좋아하는 배우 오드리 헵번이 말년에 그랬던 것처럼 봉사하며 지냈으면 했다. “아버지가 결혼할 남자를 정해 놓고 만나보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혼자 한국에 다시 들어오지 않았을 거예요. 기업을 세울 일도 없었겠죠.”

지금의 남편은 편지 친구로 만났다. 역시 미국에서 자란 남편은 나눔에 익숙하다. 부부는 매년 일정 금액을 기부활동을 위해 저축한다. 이 기금으로 교육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2010년이 목표였지만, 재단 설립 절차가 까다로워 시기를 은퇴 이후로 늦췄다. 이름은 지었다. 두 아들의 영문 이름인 앤드루(Andrew)와 월터(Walter)의 앞 글자에 남편의 성 유(Yoo)를 붙여 만든 ‘A&W Yoo Foundation’이다. 북한 어린이에게 영어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한 둘째 아들이 기부활동에 관심이 많다.

송 대표는 둘째에게 교육재단을 맡기려고 한다. 이제는 BT&I 직원들도 나눔 활동에 동참한다. 북한 어린이를 돕는 컵라면이 BT&I 휴게실에도 비치돼 있다. 직원들은 1000원을 저금통에 넣고 컵라면 한 개를 가져간다.

2009년 송년행사는 어린이재단 산하 중증장애인시설인 한사랑 마을에서의 봉사활동으로 대신했다. 장애아동을 돌본 경험이 없는 직원들이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곧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대했다. “직원들이 내년 송년행사도 이렇게 하자고 했어요. 직원들 마음이 움직인 듯하네요.”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국투자證, 뉴욕에서 'KIS 나잇' IR행사 개최

2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2024년 ICSA·ICMA 연차총회 참석

3 로이터 "이란 대통령 등 헬기 탑승자 전원 사망 추정"

4삼성SDS, ‘AI 기반 디지털 물류’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대응한다

5JT친애저축은행, 취약계층 위한 ‘사랑의 제빵’ 봉사활동 진행

6‘개인용 국채 단독 판매대행사’ 미래에셋증권, 전용계좌 개설

7KB금융, 세계 벌의 날 맞아 ‘꿀벌의 비상’ 영상 공개

8JW중외제약, 美서 탈모 치료제 후보물질 JW0061 효능 공개

9“모두 ‘함께’ 행복할 수 있게”...한국토요타, 파리 패럴림픽 국가대표 후원

실시간 뉴스

1한국투자證, 뉴욕에서 'KIS 나잇' IR행사 개최

2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2024년 ICSA·ICMA 연차총회 참석

3 로이터 "이란 대통령 등 헬기 탑승자 전원 사망 추정"

4삼성SDS, ‘AI 기반 디지털 물류’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대응한다

5JT친애저축은행, 취약계층 위한 ‘사랑의 제빵’ 봉사활동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