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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論·濁·論]

[淸·論·濁·論]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한반도에 새로운 정세 변화를 가져올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사안이다. 중국 방문에서 논의될 의제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첫 단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일단 정치적 현안인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평화협정 체결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중 간 정치적 현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방중 이후 6자회담의 재개와 평화 협정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다. 북한의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으로도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될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중국 동북 3성 개발과 연계된 양국의 경제 협력 방안이 상세히 그려질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은 중국을 방문한 이후에는 매번 경제 개방을 위한 굵직한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에도 중국의 대북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개방 정책이 강구되리라 본다. 북한과 중국의 대화와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 북·중 간 상생 요인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현재 정치·경제적으로 고립돼 있다. 중국만이 유일한 후원자인 셈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중국의 동북 3성 개발 성과를 높일 수 있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전략적 요충지인 나진항을 통해 출해로를 확보하고, 북한은 부족한 도로와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하고 외자유치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

단둥과 신의주를 거점으로 한 교역 확대, 위화도와 황금평 자유무역지대 건설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와 배후산업단지 조성도 추진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북·중 접경지역이 중국 경제권으로 편입되고 북한 지하자원 개발을 중국이 독식하며 북한 물류 및 유통 시장은 중국 자본에 의해 독점될 우려가 커진다.

물론 실제 자금이 투자되기까지는 더 많은 협상과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과 중국의 경제적 유대 관계는 이념적 혈맹 관계만큼이나 갈수록 견고해질 것이다. 북·중 관계 심화가 남한에 주는 득실은 무엇일까? 일단 북·중 회담 이후 6자회담이 재개되고 북한의 경제 개방이 확대되면 한반도 긴장 상태는 훨씬 완화될 것이다.

문제는 북한과 중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정세 변화는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한반도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남한은 주도권을 잃을 것으로 염려된다. 미국과 협력해 북·중의 일방적인 요구를 막고 우리 입장을 관철할 수 있겠으나 당사자로서 입지는 좁아진다.

두 번째로 걱정되는 것은 남북한 경제 협력 관계가 약화될 공산이 큰 점이다. 중국 투자와 지원이 커질수록 한국과 경제 협력 필요성은 약해질 것이다. 남한이 북한과 경제 협력 관계가 단절된다고 해서 당장 큰 손해를 볼 일은 없다. 규모도 작고 일방적인 성격이 강한 까닭이다.

남북 간 경제 협력의 단절이 주는 피해는 미래적이다. 북한의 개방 정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한국의 지분과 협상력은 중국보다 못할 것이고, 북한에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더 큰 우려는 북한이 중국과 협력하면서 아쉬운 것이 없어질수록 남북 긴장 상태는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과 중국이 당면 과제를 해결하면서 미래를 기약하는 상황에서 남한은 어떤 한반도 책략을 수립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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