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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자동차·건설과 융합한다

SW, 자동차·건설과 융합한다

▎국내 한 소프트웨어 산업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공개한 ‘고등 훈련기(T-50) 시뮬레이터’를 살펴보고 있다.

▎국내 한 소프트웨어 산업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공개한 ‘고등 훈련기(T-50) 시뮬레이터’를 살펴보고 있다.

산뜻한 바람이 코끝을 간질이는 2015년 4월의 봄날, 직장인 이정연씨는 중요한 회의를 위해 차를 몰고 거래처로 나선다. 가는 곳은 초행이고 길도 복잡하다.똑 부러진 업무 솜씨와는 달리 면허를 딴 지 꽤 됐건만 좀처럼 운전이 늘지 않아 친구들에게 ‘이여사’라는 놀림을 당하는 이정연씨지만 다소 긴장될 뿐 큰 걱정은 안 한다.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가 정연씨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에 3차원으로 표시되는 데다 주변 건물이나 주요 지점에 대한 정보가 화면 위에 실시간으로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또 도로 상황과 교통량이 스마트폰에 바로바로 전달돼 막히지 않는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거래처가 입주한 건물의 좁은 주차장에 차를 대려 하자 자동차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가 안전한 주차를 돕는 각종 멀티미디어 정보를 전해준다.조만간 주변의 자동차나 보행자 정보를 파악해 스스로 운행하는 자동차 소프트웨어도 나온다니 정연씨의 운전 스트레스는 더 줄어들 것 같다.



SW, IT의 굴레를 벗어나다먼 미래의 모습은 아니다. 초보적 형태로나마 이미 상당 부분 우리 삶 속에 구현돼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5년 정도 내에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는 모습들이다. 정연씨가 사무실을 나서 차를 타고 도로를 지나 목적지에 도달해 내릴 때까지 안전한 주행을 돕고 편리한 정보를 제공하는 이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 뒤에 숨어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안전한 자동차, 스마트폰 단말기, 카메라와 센서, 도로 위의 상황을 빠짐 없이 확인해 주는 네트워크 기술 등을 하나로 엮어 더 큰 가치와 편리함을 누릴 수 있게 해 주는 것. 이는 바로 이들 기술 뒤에 자리잡고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소프트웨어야말로 다양한 하드웨어와 산업 인프라를 모아 사용자가 최고의 효용을 느끼게끔 하는 화룡점정의 역할을 한다.

보통 소프트웨어라고 하면 IT 산업 내부의 분야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건설, 의료, 바이오, 조선, 환경 및 에너지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IT와의 융합을 통해 생산성과 효용을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게 됐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는 사회 전체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산업은 매출 10억원당 고용 효과가 제조업보다 2배 이상 높은 2.4명에 달한다. 또 다른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인프라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드웨어 사양으로는 국산 첨단 휴대전화에 한참 못 미치는 애플 아이폰이 선풍을 일으키며 세계 시장을 휩쓰는 것도 사용자들을 사로잡는 소프트웨어와 디자인의 힘이다.

제조업을 바탕으로 세계적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으로서는 이제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 또 제조업과 소프트웨어의 융합을 통해 한 단계 더 창조적이고 강한 체질을 지닌 경제로 도약해야 할 시점이다.

2만5000여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 제조 혁신의 90%는 소프트웨어가 달성한다는 BMW의 조사, 자동차 관련 혁신 요소의 72%는 소프트웨어 분야라는 매킨지의 연구, 항공기 생산에서 소프트웨어 전자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0% 수준에서 40%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망 등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아직 미미한 형편이다. 노키아와 휴대전화 ‘제조 달인’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삼성전자가 뒤늦게 소프트웨어와 콘텐트 생태계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체 모바일 플랫폼인 ‘바다’를 내놓고 앱스토어 구축에 나섰지만 국내외의 평가는 아직 차갑다.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은 세계 시장의 1% 내외에 불과하고 세계적 소프트웨어 기업 역시 출현하지 않고 있다. IDC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약 26억 달러로 2777억 달러 규모인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0.9% 정도만을 차지한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IT 코리아 미래 전략’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우리나라가 상대적인 경쟁 우위에 있으면서 다른 산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미래 소프트웨어 기술을 발굴하고 전략적으로 키워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5년 후면 글로벌 경쟁력 갖출 것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로는 모바일 소프트웨어, 자동차나 조선 등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 분야와의 융합 소프트웨어, 에너지 절감을 위한 그린 소프트웨어 등이 꼽힌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최근 발표한 ‘미래 소프트웨어 기술 분석 및 유망 소프트웨어 기업 사례 연구’ 보고서를 보면 모바일 소프트웨어 분야가 앞으로 3~5년 사이에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나타났다.

미래 소프트웨어의 화두가 될 20여 개 핵심 트렌드 중에서 모바일 분야가 가장 높은 가능성을 인정 받은 셈이다. 자동차 융합 소프트웨어와 유비쿼터스 네트워킹 기술, 그린 소프트웨어 등이 그 뒤를 잇는 유망 기술로 평가됐다.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미래 트렌드의 흐름 및 주목 받는 관련 기술에 대한 문헌 조사와 심도 깊은 전문가 인터뷰, 설문 조사, IT 종사자 대상의 리서치 등 방법론을 종합해 산출한 결과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IT 분야는 물론 전체 경제와 사회 변화를 추동할 화두로 떠오른 모바일 기술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또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첨단 제조업과 소프트웨어의 융합이 불러올 시너지에 대한 높은 기대를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모바일 소프트웨어 기술의 경우 전문가와 IT 종사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 성장 가능성 점수가 91.76점으로 전체 기술의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20여 개 주요 소프트웨어 분야 중 90점 이상의 성장 가능성 점수를 기록한 유일한 소프트웨어 분야이기도 하다. 반면 업무 자동화나 상황 인지 컴퓨팅, 3차원 인터페이스, 서비스 기반 플랫폼 등의 분야는 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등을 사내에서 자체 구축하지 않고 외부에서 필요한 만큼의 컴퓨팅 자원만을 빌려 쓰는 서비스 기반 소프트웨어는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산업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는 낮았다.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초대형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이 시장을 주도해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인이 진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와 IT 종사자들이 가장 높은 기대감을 드러낸 모바일 소프트웨어 분야는 다시 몇 개의 세부 기술로 쪼개진다.

모바일 가상세계 소프트웨어와 개인 건강 이력 관리를 위한 모바일 에이전트 솔루션, 실제·가상 합성 영상 기반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솔루션, 모바일 실시간 커뮤니티 지원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SNS)용 모바일 소프트웨어, 음성-텍스트 자동 전환 소프트웨어 등이다. 이 중 우리나라는 실시간 커뮤니티용 SNS 모바일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내비게이션, 건강 관리 모바일 에이전트 등의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모바일 환경에서도 온라인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각종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SNS 지원 기술이 당분간 시장성이나 기술력 측면에서 가장 견실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예측이다. 삼성전자의 ‘코비’폰이 페이스북 등 SNS 기능을 휴대전화 안에 통합해 유럽과 미국의 청소년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가 야심차게 내놓은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 ‘킨’도 SNS 기능을 강조하는 등 SNS 지원은 모바일 소프트웨어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다. 향후 SNS와 모바일이 더 완벽하게 통합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불편 없이 지인들과 연결하고 PC에서와 마찬가지로 동영상, 3D 콘텐트 등 대용량 미디어를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모바일 커뮤니티 지원 기술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자동차와 융합해 큰 폭 성장

항상 지니고 다니면서 사람의 건강 상황을 측정하고 관련 이력을 관리하는 모바일 건강 에이전트도 주목받게 될 전망이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혼자 지내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언제 어디서나 건강 상태를 측정해 주는 모바일 건강 관리 소프트웨어의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다.

작은 센서를 이용해 혈압이나 당뇨를 체크하고 중력 센서를 이용해 노인이 낙상하면 경보를 병원이나 따로 사는 가족들에게 알려 주는 서비스가 일상화될 수 있다. 이는 질병의 상태를 미리 인지하고 처방하거나 개인별 약물 대사 과정을 예측해 처방하는 맞춤형 솔루션 등 의료 융합 소프트웨어와 함께 쓰여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자동차와 소프트웨어의 만남도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자동차 융합 소프트웨어 분야의 세부 기술로는 편의운전용 멀티미디어 정보 제공 솔루션, 주행 차량 및 보행자 정보 제공을 통한 자율 주행 지원 솔루션, 차량 간 협력 주행 지원 솔루션, 안전 운전 지원을 위한 인터페이스 솔루션 등이 유망 기술로 꼽힌다.

운전을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한 각종 멀티미디어 정보를 차 안에서 운전하며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소프트웨어와 인터페이스에 대한 개발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또 자율 주행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진척되어 직접 운전하지 않고도 차를 몰 수 있는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융합 소프트웨어 분야의 미래 시장 규모를 산정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세계 지능형 자동차 시스템 시장이 2010년 439억 달러에서 2015년 746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란 산업연구원 전망 등을 통해 그 성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전문가집단 절반 “일상화 필요”

세상 모든 만물이 서로 소통하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킹도 주목해야 할 분야다. 통행량 등 도로 상태를 모바일 기기에 전송하거나 물류 이동 경로와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교통과 도로뿐 아니라 건물의 조명과 난방, 통기 등을 자동으로 최적화하거나 기업 자산의 이력을 추적하는 등 건물과 사물들 사이의 네트워킹도 가능하다.

이 같은 기술들은 업무나 환경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통합적으로 관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재난이나 사고를 예방하는 등 삶의 편리성을 한 단계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세계 주요 국가들이 모두 신경 쓰고 있는 친환경 기술을 위한 그린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도 크다.

그린 소프트웨어에는 서버 증설 수요를 줄이는 가상화 기술과 같이 효율을 높여 결과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범주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적절히 관리하는 더 직접적 범주의 소프트웨어로 구분할 수 있다. 에너지 소비 모니터링, 스마트 그리드, 텔레콘퍼런싱, 유해물질 센서 등이 그린 소프트웨어 범주에 속한다.

한편 자체적인 성장성 외에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분석했을 때 더 의미있는 소프트웨어 분야들도 있었다. 자동차 융합과 그린, 의료 융합, 조선 융합, 가상화 소프트웨어 등 5개 분야는 자체 성장성도 높고 다른 산업과의 연관성 역시 높게 나타났다. 시장 성장에 따라 연관 산업에 대한 파급력도 클 것으로 기대돼 현 상태에서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 정책이 요구된다.

모바일 소프트웨어는 전체적인 성장 가능성 분야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다른 산업과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이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킹과 웹 소프트웨어 기술 등도 같은 범주에 속했다.

반면 당장의 성장성은 높지 않지만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소프트웨어 기술로는 서비스 기반 플랫폼과 서비스 기반 인프라스트럭처, 바이오 및 나노 융합 소프트웨어, 3D 인터페이스 기술,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등이 꼽혔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신기술을 접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자체 성장성을 끌어올리면 유관 산업에 큰 파급을 일으킬 수 있는 분야라고 평가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전략적 접근과 육성 정책이 가장 필요한 영역으로 꼽힌다.

또 앞으로 부각될 소프트웨어들이 공통적으로 가져야 할 주된 속성으로는 ‘언제 어디서든 이용 가능한 일상화 및 서비스화’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49.2%),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편리함 혹은 자동화’(26.5%)와 ‘정보 및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상호작용성’(18.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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