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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15 생보사’ 승부수 띄운다

글로벌 ‘빅15 생보사’ 승부수 띄운다

국내 최대 생명보험 회사인 삼성생명이 상장을 한 달여 앞두고 있다. 길게 봐서 20년 넘게 끌어온 기업 공개가 드디어 이뤄지는 것. 삼성생명 상장은 주식회사·상호회사 이슈, 삼성자동차 부채 문제 등으로 말도 많았다. 그러나 국내 최대 생보사의 상장으로 업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삼성생명은 이를 계기로 “2015년까지 세계 15대 생보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오는 5월은 이 회사가 창립 54주년을 맞는 달이기도 하다. 현재 삼성생명 분위기와 상장 후 영향을 미리 알아봤다.

지난 1월 4일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은 신년사에서 “2010년은 과거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과 위상을 재현해 새로운 10년을 여는 해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삼성생명은 ‘제2기 르네상스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경영전략을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수익성과 성장성 확보’로 정했다.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수익구조를 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월납 초회 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이 24.4%에 이른다. 업계 2위인 대한생명을 10%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있다. 지난해 1월 기준 시장점유율 20.7%에서 큰 폭으로 상승해 ‘상장 탄력’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동양·대생 이어 세 번째 생보사 상장삼성생명 상장 논의는 수입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이 40%에 달했던 1990년대 말 시작됐다. 1999년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차에 돈을 빌려준 우리은행 등 채권은행들에 삼성생명 주식을 담보로 맡기면서 상장을 약속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때 그룹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불발했다. 10년이 지나 삼성생명은 동양생명·대한생명에 이어 국내 생명보험사 중 세 번째로 상장을 앞두고 있다. 삼성생명 상장 계획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해 11월. 이때부터 장외거래 가격이 폭등하면서 생보업계는 물론 주식시장 전체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1월 말 상장 추진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상장과 관련한 실무 작업을 처리하는 부서다. 지난 1월 21일 한국거래소에 심사 청구를 해 3월 12일 상장예심에 통과했으며 3월 31일에 금융감독원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4월 27일 공모가가 확정되면 다음달 3~4일에 일반 공모 청약을 받고 12일 상장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공모주 4443만 주를 일반 투자자, 국내 기관투자가, 우리사주에 각각 20%씩, 해외 기관투자가에 40%를 배정했다. 이 사장의 강력한 의지 때문인지 상장을 한 달여 앞둔 지금 삼성생명의 경영 성적표에 합격점을 줄 만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먼저 이 회사의 실적을 보자. 2009년 4~12월 당기순이익은 6522억원이었다.

2008년 같은 기간보다 90.5% 늘었다. 삼성생명 측은 2010년 3월까지 집계한 2009사업연도 전체 당기순이익이 2007·2008년을 웃돌 것이라 전망했다. 초회 보험료 실적 역시 2009년 1월 215억원에서 12월 344억원으로 증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올해 1~3월 월납 초회 보험료에서 월평균 25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이상 늘었다는 것.

특히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보장성 보험 판매가 늘어 질적인 성장을 했다고 평가 받는다. 보장성 보험의 시장점유율은 2009년 1월 24.2%에서 2009년 12월에 27.2%로 늘었고 올해는 30%대를 넘어섰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 보험보다 판매하기 어렵지만 실적에 더 많이 기여한다”며 “올해 보장성 보험과 저축성 보험 판매 비중을 5대5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영업효율지표를 개선해 보험 이익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며 보장성 보험 판매에 주력하면서 연금 판매 비중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생명은 퇴직연금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해 시장점유율 18%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경영 성적표 ‘합격점’

수익성·성장성 말고도 안정성도 개선됐다.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을 살펴보면 2006년 272%, 2007년 291%로 개선됐으나 2008년 238%로 약간 주춤했다. 그러나 지난해 4~12월 309%로 급등했다.

이 수치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급여력비율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의 안정성을 뜻한다. 이 사장이 올해 초 강조한 수익성과 성장성 확보라는 전략을 실천한 셈이다.

삼성생명은 이번 상장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그동안 자산 130조원, 보험설계사 4만여 명 등 국내 생보업계 ‘지존’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이제 세계 시장에서 출사표를 내겠다는 것. 현재 삼성생명은 중국·태국 등 2개국에 합작법인을 두고 있고 미국·영국에 투자법인을 운영 중이다.

얼마 전에는 2009년 미국 포춘지가 발표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생보사 부문 20위에 올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세계 20대 보험사 중 주식회사 형태가 13곳이다. 이 가운데 비상장사는 삼성생명뿐이었다”며 “이번 상장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삼성생명의 위상과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분위기도 좋다. 이 회사는 4월 23일까지 미국 뉴욕과 보스턴·시카고, 영국 런던,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해외 IR(투자설명회)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홍콩 아일랜드 샹그릴라 호텔에 열린 기관투자가 대상 IR의 경우 100여 명의 투자전문가가 찾아와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이렇게 “현지 반응이 예상보다 좋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공모주 4300만여 주 가운데 40%를 해외 투자가에게 배정한 것을 고려할 때 삼성으로선 꽤 반가운 소식이다. 보험업계는 이번 삼성생명 상장이 국내 생보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한다. 요컨대 기업 투명성을 확보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쪽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보험산업의 투명성과 자본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명성 개선은 물론 경영 효율성도 크게 제고돼 결국 보험 계약자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보다 먼저 상장이 이뤄진 외국의 생보사 상장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메트라이프·프루덴셜·스탠더드라이프·캐나다라이프·선라이프 등 11개 생보사가 1997~200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이들의 상장 전후 3년 동안 경영 실적을 살펴보면 상장한 후에 수익성·성장성이 좋아진 것을 알 수 있다. 11개 생보사의 영업이익은 상장 전과 비교해 평균 43.3% 늘었다.



보험업계 “생보산업 도약 계기 될 것”전문가들은 또 삼성생명 상장이 이뤄지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생보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은행이 금융권 자산의 70%를 차지한다. 2010년 4월 15일 기준 KB금융과 신한지주,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각각 22조1766억원, 23조2832억원, 14조7501억원이다.

삼성생명 시가총액은 공모가를 10만원으로 책정했을 때 20조원 규모다. 특히 상장이 임박하면서 장외시장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지난 1월 장외거래가가 15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현재는 5000원에서 500원으로 액면 분할해 11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최근 겸영·부수업무 범위 확대, 지주회사 관련 규제 완화, 해외시장 진출 확대 지원 등 보험산업 관련 법규가 완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가 금융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해 다양한 보험산업 육성정책을 수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아직 이건희 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과 삼성차 채권단 간 법정 공방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삼성차 부채 문제는 상장과 관계없으며 과거의 일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또 지난 2월 22일 삼성생명 유배당 보험 계약자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익배당금 10조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장을 접수했다.

이후 몇몇 시민단체에서 상장과 관련한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다른 생보사가 상장할 때는 잠잠했는데 삼성 계열사라는 이유로 도마에 오른 것 같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상장이 삼성생명과 보험업계 그리고 주식시장에 큰 변화를 줄 거라는 점이다. 삼성생명은 2015년에 생보사 글로벌 톱 15에 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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