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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식품은 믿을 만한가?

유기농 식품은 믿을 만한가?

계속 늘어나긴 하지만 유기 농산물과 고기, 유제품은 미국인의 식탁에서 아직 3%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토론 프로그램인 ‘인텔리전스 스퀘어드(Intelligence Squared)’가 유기 농산물을 주제로 택했을 때, 이 주제가 미국의 중동 정책이나 금융위기와 맞먹는 치열한 논쟁으로 이어지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농부와 식품 비평가를 비롯한 6명의 전문가들은 “유기농 식품은 과대 포장됐다”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베테랑 사회자인 존 돈반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발제에 동의하는 측에는 허드슨 연구소 세계식량문제센터 데니스 에이버리 국장, 미주리주에서 옥수수와 콩을 재배하며 농업관련 서적을 저술하는 블레이크 허스트, 영국 식품기준청 의장을 지낸 환경과학자 존 크렙스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상대편에선 유기 농법과 지속가능 농법을 전파하는 유기농산물센터 선임 과학자 찰스 벤브룩, 환경보건 과학자이자 미국 소비자연맹의 기술정책국장 우르바시 랑안, 패션잡지 보그 음식 비평가 제프리 슈타인가르텐이 참여했다. 사회는 ABC 뉴스의 존 돈반이 맡았다.

크렙스: 식품기준청 의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나는 결코 유기 농산물에 반대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과학적인 분석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난주 TV에서 한 여성이 “너무 비싼 나머지 아이들에게 유기농 식품을 먹이지 못해 큰 죄책감이 든다”고 한 말을 듣고는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기 농산물을 구매하는 미국인 10명 중 6명이 건강에 더 좋아서라고 말하지만, 건강한 식단을 만들려고 반드시 유기 농산물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8개국에서 유기 농산물 관련 연구가 이뤄졌는데, 일반 농산물과 비교할 때 특별한 이점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면 유기 농작물의 이점은 과연 무엇일까? ‘영양소가 더 많다’ ‘암을 예방하는 미량영양소나 비타민, 항산화제 함유량이 높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모든 정보를 아울러 보면 일관된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 농약 잔류량이 적어서 더 안전하다는 주장은 어떨까? 일단 반론은 두 가지다. 첫째, 유기 농작물 재배에도 농약을 쓴다. 단지 농약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더 중요한 건, 농작물에 농약이 잔류하더라도 극히 소량이라서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 속의 천연 화학물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해하다는 사실이다. 하루에 커피를 몇 잔이나 마시는지 따져 보자. 커피 한 잔에는 일반 농법이나 유기 농법으로 재배된 야채와 과일을 1년 동안 먹을 때 흡수하는 잔류 농약보다 더 많은 발암 물질이 들어있다.

랑안: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 리포트는 1936년부터 과장 광고에 속지 않도록 소비자들을 교육해 왔다. ‘천연’ ‘저(低)자극성’ ‘자연 방목’ 등의 광고 문구는 과장 광고의 대표적 예다. 어떤 명확한 기준이나 검증 과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기 농산물의 경우는 과장 광고가 아니다. 포괄적 기준이 존재하며 그 기준은 모두 다 입증됐다.

유기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보다 좋은 이유는 5가지다. 첫째, 유기 축산에서 가축은 분뇨를 먹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 축산의 경우 닭장 바닥에서 긁어 모은 닭의 배설물로 사료를 만든다. 그러니까 닭이 먹은 음식은 다른 동물도 다 먹게 된다. 사료에는 쓰레기와 함께 영양가가 낮은 환약 사료가 들어간다. 일반 축산에선 이런 쓰레기 사료가 ‘고단백질 영양제’라는 이름으로 사용되지만, 유기축산에서 이런 사료는 허용되지 않는다.

둘째, 유기 축산에서는 항생제가 사용되지 않는다. 일반 축산에서는 매일 가축에게 항생제를 먹인다. 항생제 내성은 매우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다. 셋째, 일반 축산에서는 비소를 비롯한 독성 중금속을 가축에게 사료로 준다. 비소가 배설물로 나와서 지표면에 흡수되면 지하수가 오염된다. 넷째, 유기 농법에서는 대부분 화학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다섯째, 유기 농법에서는 인분을 퇴비해 비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보다 건강한 방식을 사용하면 환경에도 덤으로 혜택이 돌아간다. 유기 농법이 애초에 시작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환경을 생각할 때, 가축을 함부로 대하지 않을 때, 가축과 이들이 발 딛고 선 땅을 약물과 화학물질, 중금속으로 오염시키지 않을 때, 우리의 건강도 더 좋아진다.

허스트: 여름 저녁에 미국 중서부 지역을 운전하다 보면, 자동차 유리창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벌레 내장이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옥수수 이삭을 떨어뜨리고 줄기를 갉아먹는 옥수수 조명나방의 내장이다. 유전자변형 옥수수에서 조명나방의 몸을 풍선처럼 부풀려서 터뜨리는 살충물질 Bt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지만, Bt 옥수수종을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농작물은 유기농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물론, 우리 농장은 이미 50년 전에 유기농장이 될 기회를 포기했다. 대량생산용 비료가 사용되면 생산량이 증가하고 환경 비용을 포함한 제반 비용이 감소한다. 동일한 양의 농작물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자원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다른 산업이라면 이런 발전이 큰 환영을 받는다.

유기 농산물을 생산하려면 환경적으로 포기해야 할 일이 생긴다. 동일한 양의 농작물을 생산하는 데도 더 많은 토지가 필요하다. 유기 농법은 일반 농법보다 토양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토양 침식도 증가한다. 이 때문에 환경 비용은 증가하고 세계 기아는 악화된다. 누군가 유기농산물을 구매할 때마다 일반 농법보다 더 많은 수자원과 토양이 사용되는 셈이다.

현재 우리 농장에 사용할 거름을 유기적으로 생산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하려면 소 50억 마리는 더 필요하다.

유기 농산물은 시대적 요구에 멋져 보이고,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지지해야 할 대상처럼 보인다. 유기 농산물을 구매하면 돈 좀 아끼겠다고 쿠폰이나 모으는 중산층보다 우월해 보인다. 작업복을 입은 늙은 농부보다 아름다운 여배우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싶은 심리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유기 농산물 찬양은 과대 광고에 지나지 않는다.

슈타인가르텐: 미국에서는 바른 음식에 반대하는 세력이 너무 막강해서 피해망상에 걸릴 정도다. 유기 농산물로는 인류가 충분한 식량을 얻지 못한다는 주장은 지금도 식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처사다. 일반 농법으로도 역시 충분한 식량을 제공하지 못하며, 이마저도 배럴당 45달러의 유가, 안정된 기후, 충분한 농업 용수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 일반 농법의 운명이 다했다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언제까지 버티느냐다.

에이버리: 캘리포니아 대학(버클리)의 세계적 암 연구자 브루스 아메스가 합성 살충제 관련 실험을 했다. 실험용 쥐에게 다량의 살충제를 사용한 결과 암 발생률은 50%였다. 유기농 지지자들은 아메스의 연구 결과에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아메스는 자연 합성물로도 같은 실험을 했고, 이 역시 다량으로 복용할 경우 암 발생률이 50%에 달했다. 사실 우리가 섭취하는 발암물질의 99.99%는 우리가 먹거나 끓여 먹는 자연산 식물에서 나온다.

사람들이 유기농 식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가족에게 최고의 음식을 주기 위해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반대할 까닭이 없다. 그러나 지금 유기 농산물은 세계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다. 세계는 유례없이 심각한 식량난에 맞닥뜨릴 전망이다. 2050년까지 세계 인구는 80억~90억으로 증가하는데, 이들 모두를 먹이려면 식량 생산량이 갑절로 늘어야 하며, 생산성이 좋은 농지의 경우 생산량을 세 배까지 늘려야 한다. 지금도 높은 생산성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유기 농법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 질소 비료가 등장하기 전만 해도 세계 인구는 15억 명이었다. 질소 비료가 없었다면 세계 인구는 아직까지 15억 명을 벗어나기 어려웠을 듯하다.

벤브룩: 중서부 지역에서 질소 비료를 사용하면 이 중 35% 정도만 옥수수 작물의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나머지는 물에 녹아 흡수되거나 대기 중으로 증발된다.. 반면, 저렴한 상업용 질소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 농민들은 값비싼 질소 비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비료용의 간작(間作) 작물이나 콩류, 퇴비로부터 옛날 방식으로 질소 비료를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비료를 남용하지 않고 훨씬 신중하게 사용한다. 식수를 오염시키지 않고,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지도 않는다.

블레이크 씨의 농장에서도 곧 옥수수 재배가 시작될 텐데, 10일 동안 발아된 옥수수 씨앗이 태양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토양에서 질소를 빨아들이며 쑥쑥 자라서 수확하기까지 90일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수확 이후, 그러니까 8월 둘째 주나 셋째 주 이후부터는 아무 작물도 재배하지 않고 농지를 놀리게 된다. 재배 농작물의 종류가 훨씬 다양한 유기농의 경우는 다르다. 옥수수 수확 이후에 바로 간작을 시작하기 때문에 가을의 태양 에너지까지 놓치지 않고 이용한다. 유기농은 다모작이라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더 높다.

유기 농민들은 토양을 다지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지하수로 녹아 드는 질소의 양을 줄여준다. 이들은 생물의 다양성을 지킨다. 벌이나 개구리를 죽이지 않고, 인간에게 유익한 곤충도 죽이지 않는다. 유기농의 장점을 잘 지켜나갈 구속력과 강제력 있는 규제도 도입됐다.

[여타 인텔리전스 스퀘어드 토론과 마찬가지로, 토론 이전과 이후에 방청객 설문조사가 실시됐다. 이전과 이후의 설문 결과를 비교해서 가장 많은 방청객을 설득시킨 쪽이 승자로 결정된다. 토론 전 ‘유기농 식품은 과대 광고됐다’고 생각하는 방청객 비율은 21%였으며, ‘아니다’는 45%, ‘모르겠다’는 34%였다. 토론이 끝났을 때, ‘그렇다’는 여전히 21%였던 반면, ‘아니다’는 69%, ‘모르겠다’는 10%였다. 토론은 반대쪽의 승리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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