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닫힌 정원’
애플의 ‘닫힌 정원’
애플이 새로 내놓은 아이패드는 단순히 멋진 소비가전 기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인터넷 자체, 또는 적어도 인터넷의 본래 취지를 바라보는 통념을 향한 일종의 도전이기도 하다. 웹 시대가 개막된 이래 우리는 이 멋진 신세계에는 멋진 새로운 법칙이 적용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 중 하나가 모두 공짜이며 누구에게나 개방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뉴스를 읽으려면 구독료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그러면 오래 안가 망할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신들의 기술을 무료로 제공할 만큼 깨어 있으며 세상 물정에 훤한 많은 기업에 잠식당해 뒤지게 된다고.
따라서 모두가 그 원칙에 따랐고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익을 남기지 못한다. 웃기지 않은가? 그런데 ‘닫힌 정원(walled garden, 이용자들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폐쇄된 방식)’ 시스템을 앞세운 애플이 등장했다. 애플은 아이패드의 프로세서, 운영체제, 기기 자체를 생산할 뿐 아니라 온라인 스토어 아이튠스를 통해 콘텐트를 판매해서 수익의 30%를 챙긴다.
애플이 운영하는 앱 스토어는 아이패드용 응용 프로그램을 독점 판매하며 여기서도 판매수익의 30%를 가져간다. 올 여름부터는 응용 프로그램 안에 실리는 광고의 판매를 시작하는데 그 수익의 40%를 떼어갈 예정이다. 애플은 자신들의 전략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름대로 분석한 애플의 속내는 대충 이렇다.
“월드 와이드 웹의 첫 20년은 큰 실수였다. 인터넷은 철학이 아니라 배급 메커니즘이다. 비행기가 발명됐을 때 물리법칙이 바뀌지 않았듯이 인터넷이 존재한다고 경제법칙이 바뀌지도 않았다. 인터넷의 사업방식도 다른 곳과 똑같다. 사람들에게 뭔가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식이다.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서커스를 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관객들이 비를 맞지 않도록 하려는 배려가 아니다. 쇼를 하는 대가로 돈을 받으려는 심산이다.”애플의 이런 시도가 한편으로는 반갑다. 누군가는 “모두 공짜”의 대세를 거슬러서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심하지 않나 싶다. 통제가 지나쳐서 결국 제 무덤을 파는 격이 될지도 모른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에서는 어도비의 플래시 소프트웨어로 제작된 동영상이 재생되지 않는다. 말하나마나 짜증스러운 일이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든 동영상의 절반 이상이 플래시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진다.
한 애플 대변인은 플래시가 “폐쇄적이고 독점적”이며 애플은 “개방적이고 표준형인” 다른 개발도구들을 지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플래시를 금지하면 또한 고객들로 하여금 무료 웹사이트에서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보다 애플의 온라인 스토어 아이튠스에서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개발자들도 웹브라우저를 통하기보다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해 배포되는 응용 프로그램을 작성해야 한다. 애플이 올 여름 도입하는 아이애드 시스템도 비슷하게 콧대 높은 노선을 취한다. 애플의 개발자 계약서에 깨알 같은 글씨로 숨겨놓은 문구를 보면 광고 효과를 측정하는 데 필요한 이용자 개인정보를 다른 광고업체들이 수집하지 못하도록 하는 듯하다.
그에 따라 그런 광고업체는 거의 무용지물이 된다. 개발자들이 응용 프로그램의 광고공간을 판매할 때 반드시 애플의 아이애드 서비스를 선택할 필요 없이 다른 광고 대행사를 선택해도 된다. 하지만 다른 광고 대행사는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애플이 휴대전화에 그런 방식을 도입한다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흔히 사용하는 노트북을 대신한다고 광고하는 제품이다. 앞으로 나오는 버전은 기능이 더 강화될 전망이다. 애플은 사실상 PC의 규칙을 새로 정하는 중이다. 현재의 방식을 애플이 모든 사물과 사람(고객·개발자·광고주)을 통제하는 사업모델로 대체하는 셈이다.
컴퓨터가 발명된 이래 어느 한 회사가 그렇게 많은 부분을 통제한 기기는 일찍이 없었다. 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1984년 애플은 매킨토시 컴퓨터를 출시하면서 남들보다 한발 앞서 나갔다. 매킨토시는 근사한 제품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믿을 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다가 1990년에야 윈도 3를 선보였다.
그리고 5년 뒤 윈도 95를 내놓으면서 사실상 애플을 따라잡았다. 그 무렵 애플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그 이유는 애플의 통제욕이 너무 지나쳤기 때문이다. MS는 더 개방적이었으며 다른 사람들이 먹을 거리도 더 많이 남겨 놓았다. 지금의 애플은 1980년대보다 더 강해졌다. 그리고 모든 부분을 통제하면서 더 매끄러운 체험을 제공한다.
결과는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다.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 분기 50% 가까이 증가하고 이익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애플이 5년 뒤 또는 10년 뒤에도 여전히 잘 나갈까? 애플이 통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면 또 다시 추월당할 듯한 감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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