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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투자 관련 업체 몸값 오른다

시설투자 관련 업체 몸값 오른다

삼성전자가 5월 17일 26조원의 사상 최대 투자를 발표한 직후 반도체 16라인 기공식에서 이건희 회장이 첫 삽을 뜨고 있다. 왼쪽부터 권오현 사장, 이건희 회장, 최지성 사장, 이재용 부사장, 윤주화 사장, 정칠희 부사장(반도체연구소장), 전영현 부사장(D램개발실장).

올해 2월 기업설명회 자료를 토대로 한 주요 상장사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2조823억원이었다.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전년 같은 시기보다 46.7%가 늘어난 수치다. 2008년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수출 중심의 대기업 실적은 매출, 영업이익, 시장점유율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사상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

여기에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기업의 신규 투자가 줄어들면서 현금이 크게 늘어난 것. 이에 따라 올 초 대기업은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삼성과 LG, 현대·기아차그룹 모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가운데 정작 분주해진 것은 여의도 증권가다. 이른바 수혜주 찍기가 한창이다.

삼성전자의 한 소식통은 “대기업 투자가 발표되면 수혜주 이름이 나오지만 모든 협력업체나 관계사가 관련된 것은 아니다”며 “무분별한 수혜주 선정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 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수혜주에 이름을 올리는 기업은 대기업 시설 투자와 관련된 곳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대기업이 지분 투자를 했거나 공동으로 신규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곳의 이름도 올랐다. 올 초 현대·기아차그룹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 업체의 주가를 보면 대기업 투자 수혜주는 상당한 매력을 지녔다. 이름을 올린 3개 업체 모두 1월 5일 현대·기아차그룹의 10조5000억원 투자 계획 발표 직후 꾸준히 올라 5월 14일 최고점을 찍었다.

최근 투자계획을 밝힌 삼성과 LG의 수혜주로 거론되는 곳들도 기초체력이 튼튼해 이와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5월 17일 삼성전자는 반도체·LCD 시설과 R&D 투자에 26조원의 사상 최대 규모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단독 투자로만 49조원을 집행하겠다는 것.

17일 삼성나노시티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화성사업장 메모리 16라인 기공식에는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회장이 참석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금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경영 여건의 변화도 심할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이런 시기에 투자를 더 늘리고 인력도 더 많이 뽑아 글로벌 사업기회를 선점해야 그룹에도 성장의 기회가 오고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감한 투자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달 12일 발표한 신사업 투자는 10일 승지원에서 이건희 회장 주재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결정됐다. 투자 대상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5개 분야다. 삼성그룹은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5개 신사업에서 50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고용창출 인원은 4만50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전지사업 분야에 총 6조원을 투자하고, 자동차용 전지 사업에는 5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LED 사업은 조명 엔진과 전장부품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8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바이오 제약과 의료기기 사업에도 각각 2조1000억원과 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LG 두 달 새 70조원 투자계획 발표

삼성전자가 17일 발표한 반도체와 LCD 투자 계획을 보면 반도체에 11조원, LCD에 5조원의 시설투자를 하고 R&D에 8조원을 투자한다.

반도체 부문은 차세대 메모리 제품 생산을 위해 신규라인인 16라인을 건설하고, 30나노 D램 양산을 위한 15라인 CAPA 증설을 위해 메모리 반도체 투자도 기존 5조5000억원에서 9조원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스템LSI도 45나노 이하 공정을 적용하는 모바일과 디지털 TV,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조원대 투자를 추진한다. LCD 부문은 월 7만 장 규모의 8세대 LCD 신규라인을 중국 탕정사업장에 건설해 2011년 이후 있을 대형 LCD TV용 수요 증가에 대비할 계획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총 4개의 8세대 LCD 라인을 확보하게 된다.

모바일디스플레이 부문은 탕정사업장에 2012년까지 2조500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AM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조 라인을 건설하게 된다. 이를 통해 5.5세대 AMOLED 기판 기준으로 월 7만 장의 양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이는 TV용으로 AMOLED가 쓰이게 되는 데 대응하는 차원의 결정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왼쪽에서 둘째)이 3월 10일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열린 `2010 연구개발 성과보고회` 에서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왼쪽에서 첫째) 등과 함께 풀 LED 3D TV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 1차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는 기업은 시설투자와 관계된 협력업체다. 에버테크노, 로체시스템즈, 아토, 아이피에스, 참앤씨, 엘오티베큠, 한미반도체, 프롬써어티 이름이 거론된다.

에버테크노와 로체시스템즈는 반도체 부문에서 웨이퍼를 분류해 옮기는 공정자동화 장비를 만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플라스마 화학증착장비와 원자층증착장비인 ALD를 만드는 아토, 아이피에스도 수혜주로 분류된다.

반도체 원판 주변에 남아있는 물질을 제거하는 베벨에처를 만드는 참앤씨도 대량 수주가 예상된다. 드라이펌프를 만드는 엘오티베큠과 이송·절단장비인 스윙 플레이스먼트 제조업체인 한미반도체와 반도체 검사장비인 메인테스터를 만드는 프롬써어티도 삼성전자에 제품 납부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하나대투증권의 이정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LCD나 AMOLED 핵심 재료·부품업체들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에이스디지텍, 한솔LCD, 제일모직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점쳤다. 이와 함께 그룹 신사업 수혜주로는 함께 사업을 진행 중인 에스에너지, 이수앱지스 등이 가장 먼저 꼽힌다.

대우증권 정근해 연구원은 “삼성그룹과 협력 관계가 있으면서 장비나 재료, 공정상의 국산화 비율이 높아질 수 있는 기업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태양광, LED, 전지 분야의 경우 수입재료나 장비 관련 기업으로 자금 투자, 기술개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LCD 장비업체 수혜

헬스케어 관련기업인 인성정보, 유비케어, 나노엔텍, 인포피아 주가는 발표 당일 평균 10%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바이오와 관련해서는 삼성전자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함께 추진 중인 이수앱지스가 두드러진다.

LCD 투자와 관련해서는 루멘스, 필코전자, 네패스신소재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특히 삼성물산과 태양전지 사업을 함께하고 있는 에스에너지는 당일 주가가 5% 이상 급등했다. 2차전지 수혜 기업으로는 에코프로, 넥스콘테크가 꼽힌다.

LIG투자증권의 김영준 연구원은 “반도체, LCD, 태양전지 장비 등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해 삼성전자의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한화증권 서도원 연구원도 “피에스케이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라인 증설 계획이 공격적으로 전환하면서 수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 박영주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반도체 부문 투자 수혜주로 아토, 피에스케이, 프롬써어티와 같은 후공정 장비업체, 소재 기업인 테크노세미켐, 소디프신소재가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꼽았다. 또 디스플레이와 관련해서는 “TV 관련 부품과 전자소재의 수요 증가가 점쳐진다”며 “신화인터텍, 네패스신소재, 에스에프에이 등 업체가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LG그룹은 올해 1월 그룹 차원에서 중점육성 부문에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4월 11일에는 신성장사업 부문에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총 투자액수는 35조원에 달한다. LG그룹은 1월 시설투자 11조3000억원, R&D 투자 3조7000억원을 합쳐 모두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LG그룹의 총 투자액 11조7000억원보다 28% 늘어난 규모다. LG 시설투자의 절반 이상은 LCD라인 증설, LED 칩, 태양전지, 이동통신 등에 집중 투입된다. R&D 투자도 2차전지·스마트TV·3D TV·스마트폰·바이오시밀러 등에 집중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미 신년사에서 “5년, 10년 후를 내다보면서 사업판도를 주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반 기술을 육성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해 강력한 투자 의지를 내비쳤다. LG의 신사업 투자를 살펴보면, 2020년까지 20조원을 그린경영에 투자하겠다는 ‘그린2020’이 중심에 있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참석한 4월 사장단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신규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그린2020은 그린 사업장 조성, 그린 신제품 확대, 그린 신사업 강화 3대 사업으로 나뉜다. 신제품 개발과 신사업 R&D로 10조원, 녹색 제조공정 구축 등 관련 설비투자에 10조원이 투입된다.

구본무 회장은 사장단회의에서 “경영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은 환경분야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달라”며 “외부 규제나 법규에 대응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LG가 주도하는 그린경영을 통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그룹이 1월 발표한 투자계획은 크게 스마트폰과 4세대(G) 휴대전화 등 차세대 휴대전화, 태양전지, LED, 3D, 바이오시밀러, 2차전지다. LG그룹 투자의 수혜주로는 스마트폰과 관련해 에이스안테나, 엠텍비젼, 신성델타테크, 이엘케이 등이 꼽힌다.

LED 부문은 우리이티아이, 서울반도체, 바른전자 등이 꼽히고 있고, 태양전지 부문은 주성엔지니어링이 증권사 보고서에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에이스안테나는 중계기나 휴대전화에 장착되는 안테나를 만드는 전문업체로 매출의 30% 이상이 LG전자 공급 물량에서 나온다. 신성델타테크는 휴대전화 커버, LED 모듈사업 등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LG전자·LG디스플레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1월 수혜주 여전히 올라

3D 기술에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에 따라 티엘아이, 아바코도 거론된다. 티엘아이는 LG디스플레이가 투자한 TV용 타임컨트롤러 개발기업으로 3D 디스플레이용 제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차전지 부문에서는 파워로직스, 넥스콘테크, 에코프로가 꼽힌다. 넥스콘테크는 하이브리드 버스용 배터리팩 개발에 들어간 업체다.

현대·기아차그룹이 R&D와 시설 부문에 그룹 출범 사상 최대인 10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은 올해 1월 5일. 시설투자에 5조9000억원, 친환경차 개발 등 R&D에 4조6000억원을 책정했다. R&D는 하이브리드 차종 확대와 전기자동차, 연료전지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에 집중돼 있다.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역량을 제대로 갖추면서 최근 들어 현대·기아차 후광효과를 입는 기업 이름이 재거론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 초 보고서를 통해 현대·기아차그룹 투자의 수혜주로 한라공조, 성우하이텍, 평화정공을 꼽았다. 대기업 투자 수혜주의 현재 성적은 어떨까? 한라공조는 라디에이터, 히터, 에어컨 등 자동차 공조장치 업체다.

이 회사는 현대차그룹이 투자계획을 발표한 1월 5일 1만2950원으로 장을 마쳤다. 현대차 투자 발표 직후부터 2월 초까지 주춤하던 주가는 5월 14일 1만755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할 때까지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5월 20일 현재 한라공조 주가는 1만5600원이다.

노무라증권은 5월 20일 “현대 및 기아차의 해외 생산과 글로벌 OEM으로부터의 신규 계약 모멘텀에서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며 “지분 수입과 로열티에서 견조한 성장이 예상되며, 유럽 지역 OEM에서 주문도 곧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우하이텍은 1월 5일 종가 1만2200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도 5월 14일 2만60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할 때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5월 20일 종가는 1만7400원이다. 성우하이텍은 제네시스, 쏘울 후드 등 차체 부품을 만드는 업체다.

대우증권은 5월 20일 매수 추천 의견을 내며 “현대차그룹과 이머징 마켓 성장을 대표적으로 공유하는 장기적 수혜가 예상된다”며 “해외법인으로 직수출하는 등 중소형 부품 업종에서 이익 규모와 수익성이 돋보이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철판, 특수강류 등을 공급하는 평화정공도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1월 5일 7790원에서 5월 14일 1만360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20일 현재 1만700원이다. 재계 한 인사는 “대기업 투자의 수혜주가 테마주 형식으로 뜨고는 있지만 기본 실력이 있던 기업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오를 만한 곳이 오르는 것이지 대기업 투자를 직접 유치한 것도 아닌데 협력업체나 동종 업계가 모두 술렁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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