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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시장’ 점차 통합 추세

‘모자이크 시장’ 점차 통합 추세

지난해 중국에 들어온 FDI(외국인직접투자) 총액은 무려 95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한 기업 중 13억 인구 전체를 상대로 돈 벌겠다는 당찬 꿈을 가진 곳은 거의 없다.

좀 더 현실적으로 화둥(상하이·저장성·장쑤성을 합친 중국 최대의 경제 요충지)지역을 타깃시장으로 설정한 외자기업도 ‘웅대한(?) 계획을 가졌다’고 비꼼을 당하곤 하는 게 중국 시장의 현주소다. 중국 시장이 그만큼 조각조각 나뉘어 있다는 얘기다.

1990년대 후반 외국 기업들의 내수시장 실패 사례가 잇따르면서 ‘13억 하나의 시장’을 전제로 만든 중국 진출 전략이 환상이라는 점이 명백해졌다.

다문화 이민자들이 부글부글 ‘끓는 솥’ 속에서 화학적 융합을 이룬 미국과 달리 중국은 한민족이 90% 이상을 차지해 상대적으로 민속적(民俗的) 통일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경계는 높았다.

중국식 ‘모자이크 경제’는 전통적 지역 분권주의를 뜻하는 ‘제후경제(諸侯經濟)’에 개혁·개방 이후의 지방 이기주의가 더해져 형성됐다. 중국인들에게 “제일 유명한 맥주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우물쭈물하곤 한다. 한국과 달리 전국 브랜드의 존재감이 희미하다. 베이징 길거리 어디서나 보이는 현대차를 상하이에선 가뭄에 콩 나듯 보게 된다.

지방마다 특산 백주(白酒) 하나쯤 두고 있고, 고급 아파트 브랜드도 지방마다 다르다. 지방 유력 기업들의 지분 관계를 파악하다 보면 결국 해당 지방정부에 닿게 된다. 기업 경영진도 낙하산 관료 출신인 경우가 많다. 이쯤 되면 기업을 돕는 것이 일자리도 만들고 세금 수입도 챙기는 현명한 길일 것이다.

베이징 시정부가 베이징 택시회사들에 ‘베이징현대기차’를 권유하고, 상하이 시정부가 ‘상하이대중(大衆·Volkswa gen)기차’ 구매를 유도하는 식이다. 한국에선 양강(兩强) 구도가 정착된 가전시장도 중국에선 30여 개 브랜드가 각자 연고지를 교두보로 상대 진영을 빼앗는 ‘공수전(攻守戰)’ 형태를 띤다.

수익성이 악화돼 정리하는 것이 순리인데도 연고지 지방정부엔 수천 명 일자리가 달린 문제인 만큼 연명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간부들의 개인적 영달에도 득이다. 중국 특유의 ‘강시’ 기업은 이런 배경에서 태어났다. 2008년 하반기에 시행된 중국의 공정거래법인 ‘반농단법’을 두고 많은 외국기업이 표적이 될까 우려했다.

그러나 중국 국내에서는 소속 기업들과 짬짜미한 지방정부의 불공정행위를 시정해줄 것이란 기대가 컸다. 중국 지방정부는 타 지방 경쟁기업의 ‘안마당 점유율’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남발했고, 이로 인해 전체 시장효율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거셌다. 흔히 3대 시장, 즉 상하이·베이징·광둥은 기후·언어나 심지어 지역민들의 사회성향조차 다르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한겨울 남북단의 온도 차가 50도를 넘는 중국 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파악하고 마케팅에 나선다면 실패를 피할 수 없다. 다행히 중국 시장의 파편성은 점차 약화되는 추세다. 중국 경제가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등으로 글로벌 노출도가 커지면서 중앙정부의 구심력이 더 우세하게 작용하고 있다.

우선 교통·통신의 성장세가 무섭다. 두 가지 모두 구심력을 키우는 중요한 환경 인프라다. 중국 전역을 잇는 우물 정(井)자 고속철도, 철도망은 파편화된 지방경제를 통합하는 구실을 한다. 최근 중앙정부의 재정투자 역시 이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 둘째가 금융 조세권력의 중앙집중화 경향이다.

지방정부가 해당 지역투자를 구실로 남발했던 조세혜택을 상당부분 폐지한 것이나, 지방 경제활동의 돈줄이 되고 있는 거대 상업은행의 대출심사권 등이 여전히 중앙의 통제를 받는 점 등이 좋은 징표가 될 것이다. 다음 회에는 ‘싸구려는 중국인도 꺼린다’는 주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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