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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 워처’를 보고 싶다

‘BOK 워처’를 보고 싶다

‘페드 워처’(Fed Watcher)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금융 중심지 월가에서 중앙은행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을 말한다.

페드 워처들은 벤 버냉키 FRB 의장의 발언은 물론 이사들 움직임까지 면밀히 체크한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RB 벤 버냉키 의장이 어떤 주제에 대해 어느 수위의 발언을 하느냐에 따라 주가와 금리, 달러화 가치가 움직인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버냉키 효과’라고 부른다. FRB 의장은 경기 동향이나 금리, 인플레이션 우려 등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게 아니다. 현안을 놓고 정치권에 대해서도 할 말을 한다. 버냉키 의장은 6월 16일 한 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미 의회는 상당한 진보를 불러왔다”며 “우리는 지속적으로 개혁을 계획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통과시킨 금융개혁법안에 대한 조정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우리나라에도 중앙은행이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을 책임지며, 한국은행 총재가 금통위 의장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6월 10일 16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한 말씀 하긴 했다.

김 총재는 “하반기에 물가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말로 물가 오름세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사를 에둘러 내비쳤다. 하지만 시장은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본다. 이르면 7·28 국회의원 보궐선거 이후인 8월에, 심지어 G20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열릴 때까진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은이 스스로 금리를 결정할 능력을 상실한 채 오는 11월 G20 정상회담이 열릴 때까지 정책 변화를 가져오지 않기를 바라는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는 관측이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권한이 법이 정한 금통위 대신 청와대 의중이나 기획재정부에 쏠려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은 총재가 뭐라고 해도 한국에선 여의도나 명동 증권가의 BOK(한국은행) 워처 그룹이 귀를 쫑긋 세우지 않는다. 대신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에 관심을 기울인다. 어윤대 위원장의 회장 내정 이후 KB금융지주의 주가는 사흘 연속 하락했다.

어윤대 내정자의 메가뱅크(초대형은행) 구상과 우리금융과 합병 의사를 밝힌 것이 부담이 된 데다 대통령과 가까운 내정자의 친정부 성향이 시장원리를 중시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6월 12일 창립 60돌을 맞은 한국은행은 대통령 경제수석 출신 총재가 취임한 뒤 자기 목소리가 없다.

앞으로 또다시 경제가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요즘처럼 경기가 좋을 때 금리를 올려놓아야 하는데 도무지 말이 없다. 그런가 하면 KB금융과 우리금융 등 국내 1, 2위 은행은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특정 대학 출신이 장악하면서 ‘관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둘 다 그토록 외쳐온 금융의 선진화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이는 현재 대통령이 임명하는 한은 총재와 금통위원 임명을 국회 청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이중 견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하는 까닭이다. 미국과 영국, 일본이 그렇게 하고 있다. 통화정책의 정치적 중립성을 높이기 위해 금통위원의 4년 임기를 대통령 임기(5년)보다 길게 늘릴 필요도 있다.

미국 FRB의 경우 14년, 독일 8년, 유럽중앙은행 8년, 일본이 5년이다. 세계적으로 금융자유화 이후 실물보다 금융이 경제에 더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정치권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고 중앙은행이 제 역할을 하고 금융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면서 ‘BOK 워처’가 움직여야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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