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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vs 외환은행 왜 정면충돌?

현대그룹 vs 외환은행 왜 정면충돌?

▎44년간의 거래가 사실상 종결될 상황에 처한 현대그룹과 외환은행.

▎44년간의 거래가 사실상 종결될 상황에 처한 현대그룹과 외환은행.





#1. 외환은행이 주축인 현대그룹 채권단은 8월 2일 대출 만기 연장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현대그룹에 신규 공여 여신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만기 여신 회수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13개 채권은행에서 빌린 돈의 만기가 돌아오면 당장 갚아나가야 한다.



#2. 현대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관계를 끊기 위해 올 연말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 현대그룹은 8월 3일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12월 만기 예정인 외환은행 차입금 350억원을 7월 30일 조기 상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현대상선은 6월 28일 외환은행 대출금 400억원을 미리 갚았다.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이 정면충돌했다. 8월 들어 장군 멍군 식으로 공방전을 벌이며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재무구조개선약정 때문이다. 현대상선이 지난해 8018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게 화근이었다. 외환은행이 주축인 현대그룹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부채비율부터 줄이라고 압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과 은행이 마찰을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한진그룹은 산업은행과 소모전을 벌이다 결국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었다.

현대그룹은 달랐다. 채권단의 제안을 줄기차게 거부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쟁점은 현대건설 인수 문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으려면 이 중차대한 일을 포기해야 한다.

현대그룹은 왜 현대건설 인수에 목을 맬까? 현재 현대그룹의 매출은 현대상선에 치우쳐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상선과 더불어 그룹의 쌍두마차가 될 수 있다. 재계에 떠도는 소문대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 8.3%도 확보하게 된다.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한 적이 있는 KCC와 현대중공업, 그리고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범현대가의 현대상선 지분이 40%를 넘게 된다. 현대그룹이 확보한 현대상선의 지분은 우호지분까지 합쳐도 45%다. 현대그룹으로선 현대건설이 여러모로 꼭 필요한 상황이다.

외환은행 입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다. 은행 입장에선 기업의 부채가 달갑지 않다. 기업은 성장에 필요하다면 적절한 부채는 필요악으로 여긴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이란 외환위기 이후 부채를 은행과 기업 가운데 어느 쪽이 책임질 것이냐란 신경전에서 파생된 규약이다. 해마다 5월이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요구하는 은행과 이를 거부하려는 기업의 기싸움이 벌어지곤 했다.

지금까진 은행이 이겼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은행의 힘이 더 세진 까닭이다. 현대그룹만큼 버틴 기업은 없었다. 만일 현대그룹의 고집을 꺾지 못한다면 앞으로 은행이 기업에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요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은행과 기업의 사적인 계약인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은행이 지나치게 강요한다는 불만이 있다. 그러나 은행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외환은행은 금융권과 재계의 대리전 성격인 이번 기싸움에서 밀리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은 주채권은행 자격을 놓고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대그룹 측에서는 돈을 다 갚았으니 다른 주채권은행을 찾아 새로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겠다는 입장이다. 외환은행 측은 외화 부채 200억 달러가 남아있고 선박금융 700억원도 있기 때문에 여전히 자신들이 주채권은행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감독 당국이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이다. 40년 넘게 공생 관계였던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의 벼랑 끝 대치는 어떻게 결말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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