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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비즈니스 판이 바뀐다!

럭셔리 비즈니스 판이 바뀐다!

명품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에도 이들 브랜드 매출은 쑥쑥 늘어나고 있다. 한국 시장이 커지면서 해외업체들이 진출을 서두르고 있고 국내 백화점, 면세점들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5조원대로 추산된다. 명품 산업의 겉과 속을 들여다봤다.



지난 5월 신라호텔에서 결혼한 장동건·고소영 커플은 톱스타의 결합이라는 것 외에 또 다른 이유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들은 매번 최신 명품을 온몸에 두르고 나타나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명품 커플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 특히 대중 매체들은 그들이 신혼여행을 떠날 때의 사진에 화살표까지 곁들여가며 어떤 브랜드인지 설명해 연일 화제가 됐다.두 커플이 입고, 들고, 신고, 찬 명품은 이제 막 국내에 소개된 따끈한 것들이다. 브랜드는 대부분 생소했다. 특히 장동건이 들었던 ‘발렉스트라’ 가방이 관심을 끌었다. 이 제품은 이건희삼성 회장의 둘째 딸인 서현(제일모직 전무)씨가 수입하고, 첫째 딸인 부진(호텔신라 전무)씨가 판매한다. ‘이탈리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가죽으로 만든 보스턴 트래블 백 하나가 600만원이 넘는다.



브랜드 놓고 치열한 수입경쟁명품 산업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 교체되고 있다. 과거엔 유로통상이나 웨어펀 등 중소기업들이 브랜드 수입을 이끌었으며 대기업은 신세계 인터내셔널 정도뿐이었다. 지금은 판도가 바뀌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 2, 3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 특히 삼성가 딸들의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이서현 전무가 이끄는 제일모직과 정유경(이명희 신세계 명예회장의 딸) 부사장이 있는 신세계 인터내셔널이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들여오고 있다. 두 기업은 브랜드를 놓고 경쟁도 벌인다. 일례로, 신세계가 3년간 공들여온 브랜드 ‘꼼데갸르송’을 최근 제일모직이 가져갔다. 또 두 기업은 명품업체 인력을 스카우트하면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해마다 7~8월은 패션계의 비수기다. 그래서 이때 대부분 업체는 휴지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는 데 계절이 따로 없는 것이다. 최근 제일모직이 ‘발렉스트라’를, 신세계 인터내셔널은 일본 브랜드인 ‘요지 야마모토’를 들여왔다. 수입하는 브랜드도 대부분 기존 유명 브랜드가 아닌 유럽에서 뜨기 시작한 ‘핫’ 한 브랜드나 소수 멋쟁이만 아는 것들이다. 미국, 일본 등 패션 선진국에도 진출하지 않은 낯선 브랜드를 들여오는 사례도 잦다.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기업에서 브랜드를 싹쓸이하는 바람에 중소기업들이 상품성 높은 명품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런 상황이 외국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다. 여기에 최근 LG패션도 합류해 큰손들끼리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나 같은 경우도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멋지게 열어주는 대기업에 브랜드 수입권을 넘기고 싶은 게 사실이다. 자금력으로 보나 사업 규모로 보나 명품은 이제 대기업 비즈니스가 됐다.”



백화점 사상 초유의 매출명품을 사려면 백화점에 가라? 옛말이다. 오히려 백화점에서 사면 좀 손해 본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노 세일’은 명품의 자존심

을 지키는 도구였지만 이제는 그것도 아니다. 백화점은 자존심이 구겨지든 말든 세일 기간에 앞다퉈 가격을 후려친다. 백화점들이 명품을 ‘폭탄 세일’ 하는 것은 일종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요즘 명품의 판매 루트는 다양해지고 있다. 백화점, 면세점에서만 팔던 것을 이제는 아웃렛, 매스티지백화점, 온라인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백화점보다 훨씬 싼 가격에 말이다. 이러니 콧대 높던 백화점도 손님을 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값을 내려 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올 상반기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빅3는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백화점의 상반기 총 매출은 5조200억원, 영업이익은 4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4%, 11% 늘어난 것.현대백화점도 상반기 매출 신장률이 점포별로 6∼10%로 반기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상반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3% 늘어난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라고 신세계 측은 밝혔다.

▎신세계 센텀시티 샤넬 매장

▎신세계 센텀시티 샤넬 매장



백화점들의 이 같은 약진은 명품의 덕이 컸다는 분석이다. 원화 약세로 관광객이 늘고 소비 심리가 호전되면서 명품 소비가 많아진 것이다. 명품 업계 10년차인 롯데 장승호 애비뉴엘 브랜드 매니저의 말이다.

“명품이 백화점 매출에 많은 영향을 준다. 애비뉴엘에서만 한달 기준 매출이 루이뷔통 50억원, 샤넬 25억원, 구찌 15억원 정도다. 곧 에르메스도 입점시킬 예정이다. 요즘은 고가 유명 브랜드보다 대중화된 명품의 성장이 가파르다. 소비자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명품 판매 루트가 다양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백화점은 상품권역이 다르다. 유통채널이 완전히 다르고 물량이나 제조 일자가 차이 나기 때문에 같은 명품이라도 신뢰도에서 차이가 난다.”



멋쟁이들의 천국, 편집숍아직 편집숍이라는 단어가 낯선 사람이 대다수다. 하지만 이미 편집숍은 패션 카테고리의 하나로 자리 잡았을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와 독특한 아이템을 한 장소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곳이 편집숍이다.

편집숍은 10년 전만 해도 청담동이나 압구정동 일대에 개인들이 병행수입이나 직수입한 물건을 전시해 놓고 파는 개성파 매장이 주를 이뤘다. 그러다 대기업들이 분더숍, 10꼬르소꼬모 서울 등 ‘엣지’ 있는 편집숍을 오픈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요즘에는 백화점도 한 층 전체를 편집숍으로 꾸미는 등 트렌드에 맞춰 가는 추세다.

가로수길 편집매장 엘본의 김예정 MD는 “유럽 브랜드들이 아시아 시장 안테나 역할을 하는 한국에 들어올 때 편집숍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잘되면 브랜드가 통째로 들어오기도 하고 정식 독점 수입상을 찾는 게 수순처럼 굳어졌다. MD가 필요할 때마다 직접 사오기 때문에 가격도 10%가량 싸고 트렌드에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대기업 MD들이 틈만 나면 편집숍을 돌면서 체크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알뜰 명품족은 아웃렛·매스티지로!명품 가지고 다닌다고 ‘된장’ 소리를 듣던 시대는 지났다. 잘만 사면 오히려 일반 패션 상품보다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그 중심에 아웃렛과 매스티지 백화점이 있다. 예전엔 명품 아웃렛 하면 유럽, 홍콩 여행에서나 볼 수 있는 ‘미지의천국’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국내에 신세계 첼시 여주 아웃렛이 들어서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사람들은 조금 철이 지났어도 베이식한 아이템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아웃렛을 즐겨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이랜드가 서울 송파구에 NC백화점이라는 매스티지 백화점을 오픈하면서 그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 NC백화점 황우일 대리의 말이다.

“6월 3일 오픈해 첫 달 목표 대비 115%를 달성하고 매출 180억원을 올렸다. 명품매장 ‘럭셔리 갤러리’ 매출이 가장 높았다. 코치나 마이클코어스 등 매스티지급 브랜드가 잘나간다. 고객이 줄을 서고 있다. 강남 뉴코아 아웃렛, 야탑, 불광에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그는 “백화점보다 싸면서도 면세점에서 구매한 제품의 문제였던 A/S를 1년간 자체 보증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마켓 활성화

▎NC백화점은 명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로 늘 북적인다.

▎NC백화점은 명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로 늘 북적인다.



사실 고가의 명품을 클릭 한 번으로 사기는 쉽지 않다. 콧대 높은 명품 업체들도 웬만하면 온라인에 물건을 올리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명품 브랜드들이 온라인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취하겠다는 계산이다.브랜드 가치만 50억 달러가 넘는 패션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는 자사 제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온라인 쇼룸을 만들고 9월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휴고 보스는 지난 4월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지미추를 비롯해 랑콤, 쌘존, 띠어리, 도나카렌 등도 여기에 동참할 계획이다.

이런 변화가 비단 불황 때문만은 아니다. 많은 소비자가 온라인을 선호하는 마당에 마냥 외면했다간 경쟁사에 뒤처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는 듯하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침체로 전 세계명품산업의 매출액은 8% 하락했지만 온라인 명품 매출은 20%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패션 명품 브랜드들의 아이폰애플리케이션도 한몫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쇼핑업체도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아직 10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디지털 세대인 젊은 층의 소비패턴과 맞아떨어져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닷컴은 초기 명품 매출이 미미했지만 지난해 100억원을 돌파하며 2008년보다 20% 늘었다.

현대H몰도 2008년 67억원이었던 명품 매출이 지난해 50%가량 늘어난 1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 성장한 150억원으로 온라인몰 1위에 오르겠다는 구상이다. 신세계닷컴은 2008년 매출이 60억원에서 매년 20억원씩 늘어 올해 10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

상하고 있다. 신세계는 온라인 명품 시장에서 한발 뒤처졌지만 향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을 통해 모바일 명품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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